페라리 F8 트리뷰토 트랙 익스피리언스

  • 기사입력 2020.01.22 15:2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새로운 페라리를 만났다. 익숙하지만 신선하다.

글 | 안진욱

사진 | FMK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페라리 트랙 행사가 열렸다. 488 시리즈의 후속작 F8 트리뷰토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트랙 위에 트리뷰토 두 대가 펩시 조합으로 놓여져 있다. 페라리는 어디에서나 멋지지만 트랙에 있을 때 가장 근사하다.

458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실루엣을 바탕으로 두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입혔다. 헤드램프는 포르토피노처럼 아래를 L자로 꺾어 차체를 더욱 낮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었다. 후드에 뚫려 있는 덕트는 프런트 범퍼로 들어온 공기의 탈출구다.

이를 통해 프런트가 가벼운 미드십의 약점을 에어로다이내믹으로 해결했다. 458 스페치알레부터 시작한 이 방식은 점점 진화해 크기와 위치가 적절하게 잡혔다.

옆모습은 딱히 488 시리즈와 달라진 점이 없다. 사이드 스커트의 디자인이 살짝 바뀐 정도다. F8트리뷰토로 넘어오면서 뒷태의 변화가 가장 크다. 총알 모양의 테일램프가 2발 추가되었다. 8기통 미드십 페라리에서는 F430까지만 4발을 사용했다. 458 이탈리아부터 2발을 사용했지만 다시 4발로 돌아온 것이다.

2발이든 4발이든 멋있는 것 똑같다. 엔진룸 글라스는 페라리 레전드인 F40의 것을 오마주해 디자인했다. 중간중간에 덕트를 뚫어 열방출에도 용이하다. 리어 범퍼의 디자인은 사진으로 볼 때는 차체 폭이 좁아 보였는데 실제로 보면 역시나 멋있다. 역시 페라리는 일반인이 이러쿵저러쿵 할 수 없는 디자인이다.

두툼하고 무거운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488 시리즈와 같지만 디테일에 변화를 줬다. 가장 반가운 것은 스티어링 휠이다. 기존 스티어링 휠의 사이즈는 슈퍼카 치고는 조금 컸다. 물론 보통차 보다는 작았지만 조금만 더 작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제 딱 좋은 사이즈다.

서양인들에게는 그 전 사이즈가 좋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이게 딱이다. 디자인 자체도 이전 것보다 더 예쁘다. 역시 신형이 진리다. 또한 송풍구가 터빈 스타일로 대체됐다. 이 아이템만으로도 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느낌을 운전자에게 조금 더 심어준다. 시트 포지션은 충분히 낮지만 헬멧을 쓰고 타기엔 조금 빠듯하다. 본격적인 버킷 시트를 선택하면 이 부분은 해소될 것이다.

그만 둘러 보고 이제 트랙에서 신나게 놀 시간이다. 먼저 조수석에 타서 인스트럭터의 시범 주행을 살펴본다. 용인 트랙은 처음이라 코스와 라인을 익히기에 좋았다. 이제 운전석으로 바꿔 타서 달려본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페라리는 스포츠가 노멀 모드인데, 행사에서는 이 세팅으로만 트랙을 돌 수 있었다.

레이스 모드에 마네티노 스위치로 설정해 보진 않았지만 노멀 모드에서도 엔진 리스폰스는 빠르다. 페라리는 다운사이징을 할 때 터보랙을 ‘0’에 가깝게 세팅하는데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자연흡기 엔진처럼 느껴질 것이다.

토크 곡선도 리니어하며 8000rpm에서 최고출력이 나온다. 타코미터와 엔진 사운드 톤에 집중하며 몰면 F8 트리뷰토의 본성이 나타난다.

V8 3.9ℓ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720마력, 최대토크 78.5kg∙m의 힘을 리어 액슬로 전달한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가 장착되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9초 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고시속은 340km다. 공차중량은 488 GTB에서 40kg이 빠진 1435kg이다.

트랙에서 나 홀로 황제 주행을 하고 있으니 이 수치가 와 닿지 않는다. 비교대상이 없다. 체감적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속력이다. 순간적으로 스로틀을 활짝 열더라도 차체 앞쪽이 들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안정적이다.

코너링 성향은 뉴트럴스티어다. 살짝 언더스티어 기미가 보이지만 이것은 운전자를 위한 배려한 세팅일 뿐이다. 코너를 돌 때 횡그립도 환상적이다. 노면 온도가 낮은 편이었지만 타이어 스키드음을 들을 수 없었다. 나름 과감하게 진입을 하더라도 끄떡 없었다. 한계가 한참 남아있다.

게다가 주행안정화장치의 개입이 세련되어 드라이버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티가 나지 않는다. 거동이 위험하다고 인지되는 순간 스로틀을 완전히 닫아 가속 페달을 먹통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이 일어날 것 같다고 예상하며 서서히 속도를 줄여줘 드라이빙 라인을 바로 잡게 유도한다. 그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은근슬쩍. 페라리가 그 동안 얼마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는지 알 수 있다.

잘 달리고 잘 도니 잘 서야 한다. 큼지막한 캘리퍼만 보더라도 제동 성능에 의심이 가지 않는다.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과 섀시를 다루기에 충분하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것은 카본 세라믹 디스크 로터 특성상 열이 오르지 않으면 밀리는 현상이 있는데 이도 잘 잡아놨다. 이는 일상 주행에서 중요한 항목이다. 또한 마찰 소음도 톤이 그리 높지 않아 귀를 괴롭히지 않는다.

역시 페라리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페라리에게 맹목적으로 관대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출품한 수많은 작품들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다. F8 트리뷰토는 선대 모델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 압박감을 잘 이겨냈을까? 퍼포먼스는 신형으로 갈수록 다듬어지고 진화할 수밖에 없다.

488 GTB에서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F8 트리뷰토는 그것을 넘는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허나 디자인은 보는 이들의 기호이기에 더 좋아졌다고 단정짓기 힘들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누가 봐도 이 시대 페라리다. 그리고 선대 모델들이 흐뭇하게 쳐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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