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일렉트릭 쇼크, 기아 니로 EV vs 쉐보레 볼트 EV vs 닛산 리프

  • 기사입력 2020.01.22 11:55
  • 최종수정 2021.06.25 15: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바야흐로 전기차 전성시대다. 자동차 시장에서 채 2%도 되지 않던 전기차는 매년 점유율을 두배 이상 높여가고 있다. 각 국가마다 환경을 생각하며 전기차에 힘을 실어주고 제조사는 미래 전략으로 전동화에 힘쏟는다. 그리고 여기, 한국과 미국, 일본을 대표하는 전기차 있다. SUV과 EV의 조화를 가장 잘 이뤄냈다는 기아 니로, 자동차 본질을 잘 드러냈다는 쉐보레 볼트 EV,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스타 닛산 리프다.

글 | 편집부 

사진 | 최재혁 

기아 니로 EV

글 | 윤현수

사진 | 최재혁

기아차 역사상 최초의 친환경 전용 모델로 출시된 니로는 그야말로 브랜드의 친환경 이미지를 ‘멱살잡고 캐리’하고 있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게다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이어 라인업 꼭대기에 자리한 니로 EV는 순수하게 전기 모터만으로 앞바퀴를 굴리는 친환경 자동차 ‘끝판왕’이다.

특히 니로 EV는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핫한 전기차로, 중소형 모델들이 대부분인 전장에서 가장 뛰어난 대중성을 자랑한다. 이 크로스오버 보디의 속내는 풍부한 승차공간과 적재공간까지 자아내며 이 곳에 모인 세 대 중 단연 패밀리카에 손색 없는 면모를 보인다.

‘정숙성’이라는 단어 역시 패밀리카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 니로 EV는 우주선이 땅 위를 기어다니는 듯한 오묘한 전자음만 나직하게 울릴 뿐, 안팎이 지나치게 고요해 다른 의미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반면 150kW급, 그러니까 마력으로 환산하면 200마력이 넘는 모터를 장착한 탓에 뛰쳐나가는 기세는 여기에 모인 세 대 중 단연 돋보였다. 순식간에 최대토크가 터져 나오는 전기모터이니 순발력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뼛속까지 전기차로 설계된 제품이 아닌 것인지 ‘내추럴본’ 전기차들보다는 핸들링 안정감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고속주행에서는 제법 높은 안정감을 전해줘 아쉬움을 덜어냈다.

한편, 기아차가 주장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85km. 여기에 에코 모드와 회생제동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최대 주행 거리는 더 늘어난다. 재밌는 것은 회생제동 기능을 시프트 패들로 조작한다는 것.

단순히 버튼 하나로 회생제동 기능을 껐다 켜는 볼트 EV와는 달리 마치 변속기를 다루듯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기본적인 ‘스펙’도 월등한 데다 차를 다루는 맛까지 있다니, 니로 EV는 농담 하나 보태지 않고 진짜 ‘살만한 전기차’일지도 모른다.

터콰이즈 빛깔이 감도는 듯한 실내는 최신 트렌드에 따라 진화한 기본형 니로와 발 맞추지 못했다. 비대칭으로 짜여진 센터페시아는 보기엔 썩 예쁘장하진 않으나 큼직하게 재단되고 쓰기 편한 위치에 놓인 버튼들 탓에 사용성 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더군다나 다이얼로 마련된 전자식 변속기 덕에 센터콘솔 공간에 여유가 넘쳤다. 센터콘솔과 센터페시아 사이에 큼직한 여유공간이 생긴데다, 뒤편에 마련된 컵홀더와 센터콘솔 박스도 광활하기 그지없었다. 콤팩트한 전기 파워트레인이 수납 공간 파티를 안겨준 셈이다.­­

이건 여담인데, 보닛을 열어젖히고 나서 마주한 파워 유닛 커버는 슈퍼 전기차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했다. 그야말로 껍데기만큼은 V8 고출력 엔진을 영접한 모양새. 역시 뭐든 그럴 듯하게 꾸며내는 솜씨는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고다. 여기에 무선 충전 시스템과 풍부한 ADAS 시스템까지. 더 이상 뭘 바라야 하나?

쉐보레 볼트 EV

글 | 김상혁

사진 | 최재혁

전기차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테슬라가 흐름을 주도해갔다. 국내에서도 관심은 쏠려갔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과 적지 않은 비용, 보조금 유무로 테슬라의 국내 진출은 더뎠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모델이 볼트 EV다. 전기차가 세간의 관심을 받음과 동시에 걱정거리로 꼽혔던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채 등장했다.

볼트 EV의 주행거리는 약 383km. 물론 히터나 에어컨을 가동하면 월급쟁이 통장처럼 수치가 쭉쭉 내려간다. 하나 의외인 점은 여타 다른 전기차를 탔을 때보다 줄어드는 잔여 주행거리가 느리다는 것. 이점은 운전 습관의 차이일지도 모르나 한결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볼트 EV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무게 중심이 가져오는 핸들링이다. 볼트 EV는 공차중량 1620kg인데 하체에 들어간 배터리는 60kWh 용량의 430kg이다. 이 무거운 배터리가 하체에 자리 잡았다. 당연히 지면을 누르듯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진다.

해치백 형태를 취하며 얻게 되는 날랜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준 격. 여기에 가·감속의 이질감을 최대한 줄였다. 가속이야 곧바로 최대토크를 쏟아내는 전기차 특성이 반영되지만 감속에서는 회생제동 때문에 울컥거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경쟁 브랜드의 전기차는 회생제동에서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적극적이거나 둔탁한 경우가 종종 있다. 볼트 EV는 회생제동이 상당히 부드럽게 이뤄져 승차감을 높인다.

이질감 적은 가·감속은 코너에서 차체를 이리저리 돌려나갈 때 즐겁게 만든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다소 가볍게 느껴졌지만 운전자의 의지는 명확히 전달한다.

여기에 즉각적인 토크와 날랜 차체 움직임은 조종하는데 있어 간단 명료하게 반응해 손 맛이 느껴지게 만든다.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는 리젠 온 디맨드 버튼을 이용하면 회생제동 감도를 조절해 주행감을 한층 높일 수도 있다.

원페달 드라이빙 역시 유용한 기능이다. 잔여 주행거리가 눈에 아른거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때라면 구세주처럼 느껴질테다.

기어노브를 ‘L’로 옮기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제동한다. 내연기관의 엔진 브레이크와 비슷한 원리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완전 정지가 이뤄진다는 점과 제동등이 켜지며 후방 운전자에게 제동 상황을 알린다는 점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기차에서 감속은 회생제동과 연결된다는 것.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감속 페달을 밟게 되면 그만큼 에너지를 날려버리게 된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없이 회생제동과 함께 완전 정차까지 이뤄진다면 그만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얘기다. 1km가 아쉬울 때 이게 얼마나 고마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지면을 꽉 잡는 볼트 EV의 또 다른 장점 요소는 시야다. 소형임에도 불구하고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높아 눈에 담기는 시야가 넓다. 운전하는데 심리적 안정감을 높일 뿐 아니라 속도감을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청각적 아드레날린이 배제된 전기차에서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속도감은 또 다른 재미다.

장점이 뚜렷한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자동차 본연의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마이너스 요소로 뽑힌다. 전체적인 승차감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짧은 볼트 EV에 단단한 서스펜션과 높은 시트 포지션은 운전자를 춤추게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단출한 실내 구성과 저렴해 보이는 소재 적용도 눈을 돌리게 만드는 요소다.

닛산 리프

글 | 박지웅 

 사진 | 최재혁

리프는 전기차 개발에만 70년이란 시간을 공들인 닛산이 2010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양산형 순수 전기차다. 그러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처음부터 세계 최고를 뜻하진 않았다.

출시 초기 전기차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짧은 주행거리와 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 탓에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당하며 평가 절하됐고, 판매는 한없이 더디기만 했다.

그렇게 힘든 개척 시대를 보낸 리프의 현재는 사뭇 다르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40만대 이상을 기록 중이다. 각국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 3대 중 1대가 리프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차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리프(LEAF)는 ‘Leading Environmentally-friendly Affordable Family’의 줄임말로 ‘합리적인 가격의 가족용 친환경 차’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이슈가 확산되면서 친환경차에 눈을 돌린 소비자들로부터 1세대 리프의 넉넉한 실내 공간, 넘치는 주행 성능, 편리한 충전 등 여러 장점이 서서히 인정받았다.

게다가 출시 이후 지금껏 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를 단 한 번도 보고 받지 않았을 정도의 뛰어난 내구성과 안정성은 결국 리프가 혁신적이면서 우수한 전기차라는 시장 평가표를 받는 데 일조했다.

2세대 리프가 전기차 시장이란 외로운 길을 개척한 1세대에게 왕관을 물려받은 지도 벌써 2년 가까이 지났다. 전기차가 대세가 된 최근에는 여러 브랜드에서 수준 높은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국내에선 고성능의 테슬라 차들과 재규어의 I-페이스를 제외해도 2세대 리프의 라이벌이라고 부를 만한 전기차는 꽤 있다. 그중 기아 니로 EV와 쉐보레 볼트 EV와 비교해보았다.

외모는 볼트 EV와 리프가 박빙의 승부다. 하지만 V-모션 그릴을 적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뚜렷하게 표현한 리프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기차 개발에만 오랜 시간을 쏟아부은 전통이 느껴진다.

그릴 속에 넣은 푸른 빛의 ‘아이스 큐브’를 비롯해 실내의 수많은 전기차 요소는 세계 1위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느끼게 한다.

출력은 단순 수치만 비교했을 때는 리프가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나 주행 성능은 숫자가 전부를 보여주진 않는다. 실제로 세 대 모두 몰아보며 주행 성능을 테스트했다. 결론은 리프의 힘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것.

드래그에선 꼴찌를 차지할지는 몰라도 지칠 줄 모르고 차를 견인하는 32.6kg·m의 최대토크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다른 두 차를 압도하는 부분은 주행 질감이다. 거친 노면으로부터 전해오는 충격과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후륜 서스펜션의 충격 흡수재를 우레탄에서 고무로 바꾸고, 전기모터의 토크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인텔리전트 라이드 컨트롤(Intelligent Ride Control)도 갖춰 고급 세단에 버금가는 뛰어난 승차감을 자랑한다.

문제는 주행거리다. 2세대 리프가 신형 40kWh 고용량 배터리를 장착하고 출시됐지만,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 231km는 아직 1세대 전기차를 겨우 벗어난 수준. 리프의 기타 품질에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경쟁차들은 갈수록 길어지는 주행거리를 무기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요즘이다.

한창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전 같은 성적표를 받아 들려면, 배터리 용량을 키운 리프 e플러스의 국내 출시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EDITOR’S SECOND PICK

KIM’S PICK

기아 니로 EV

자국 프리미엄에 더해 공간 활용성과 주행 감각, 풍부한 편의사양은 니로 EV의 최애 선택 포인트. ‘디자인 빼곤 나무랄 데 없다는 차’에 한표 던진다.

YOON’S PICK

쉐보레 볼트 EV

뼛속까지 전기차인데도 그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 리프에 비해, 볼트 EV는 여기 모인 세 대 중 가장 작은 체구에도 풍부한 공간과 제법 훌륭한 운전 재미를 버무려 냈다. 그것도 꽤 맛있게.

PARK’S PICK

쉐보레 볼트 EV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세 대를 마주했다면, 아마도 볼트 EV를 선택했을 것이다. 생긴 걸로만 봐서는 단연 1등이다. 게다가 383km나 달릴 수 있는 매력적인 주행거리와 뻥 뚫린 도로를 내달렸을 때의 짜릿함은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SPECIFICATION

기아 니로 EV

길이×너비×높이 ​​​ 4375×1805×1570mm

휠베이스 2700mm

엔진형식 전기모터

배기량 -

최고출력 204ps

최대토크 40.3kg·m

변속기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5.3km/kWh

가격 5162만원

쉐보레 볼트 EV

길이×너비×높이 ​​​ 4165×1765×1610mm

휠베이스 2600mm

엔진형식 전기모터

배기량 -

최고출력 204ps

최대토크 36.7kg·m

변속기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5.5km/kWh

가격 4919만원

닛산 리프

길이×너비×높이 ​​​ 4480×1790×1540mm

휠베이스 2700mm

엔진형식 전기모터

배기량 -

최고출력 150ps

최대토크 32.6kg·m

변속기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5.1km/kWh

가격 48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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