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GARAGE, 산타할아버지 선물 좀 주세요

  • 기사입력 2019.12.20 09: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몸은 이미 성인이 되었어도 정신연령은 모빌리티에 맞춰져 있는 이들에게 차고는 꿈의 공간이자 철들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지는 꿈의 공간 이야기.

글 | 유일한

누군가 필자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묻는다면, ‘꿈을 먹고 산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꿈은 철이 들기 전 어린 시절에나 꿀 수 있고 어른이 되면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조금은 힘이 들어도 자동차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도 필자에게는 못 이룬 꿈들이 너무나 많다. 그 중에는 ‘근사한 차고가 있는 집과 그 안에서 언제든 주인을 기다리는 자동차들’도 있다.

저널리스트의 삶은 어찌 보면 가혹하다. 다른 이들은 자꾸 ‘이거 써 주고 얼마 받았냐’고 묻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것은 월급 말고는 거의 없다.

가끔 원고에 대한 의뢰가 들어와서 조금이나마 추가 수익을 올리는 날에는 그 동안 쉽게 살 수 없었던 게임 소프트웨어 등에 손이 가고 평소에 먹을 수 없었던 진수성찬을 즐기기도 한다. 만약 추석 또는 설날이 겹친다면, 그마저도 못 즐기고 부모님께 고스란히 바치곤 한다.

직업 상 평소에 다른 이들이 쉽게 탈 수 없는 자동차를 많이 운전해보지만, 현실은 출퇴근 및 이동에 사용하는 중고 스쿠터 한 대가 전부다. 그래도 꿈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이번에는 필자의 ‘꿈의 차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꿈을 꾸는 것은 자유라고 하니 말이다. 그 꿈에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다른 자동차 또는 차고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기왕이면 모두가 꿈의 차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차고

집의 크기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차고의 크기, 그리고 구성 요소들이다. 크기는 가로 9m, 세로 7m, 높이 2.7m면 적당할 것 같다. 이 정도라면 자동차 2대와 모터사이클 2대, 그리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을 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차고 벽은 거칠게 다듬은 목재를 이용해 꾸미고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주차하는 쪽의 벽에는 정비 공구를 걸어둘 수 있는 선반을 놓는다. 예비용 부품 몇 개도 구입한다면, 준비는 대략 끝난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들어간 뒤 남는 자투리 공간에는 소파와 테이블, 작은 책상과 진열대, 그리고 냉장고를 놓는다. 물론 TV와 게임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가끔씩 차고에 찾아오는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뉘르부르크링 24시 등 모터스포츠를 생중계로 감상해도 좋고, 레이싱 게임을 즐겨도 된다.

진열대에는 그 동안 모았던 다이캐스팅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진열하고 책상에서는 직장에서 못다한 업무를 봐도 좋다.

냉장고를 장식하는 것은 자동차 관련 장식들이다.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해외 구매대행을 이용하면 전 세계의 자동차 관련 용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둘 수 있다. 벽에는 자동차와 관련된 옛 포스터들과 그리고 각 나라의 번호판 모형을 건다.

그 옆에는 이제는 유명을 달리한 전설적인 배우 ‘폴 워커’가 주연했던 ‘패스트 앤 퓨리어스’의 포스터가 있다. 여유가 된다면 차고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높이 1.5m의 붉은색 자쿠 모형을 두어도 좋겠다.

자동차

차고를 장식했으니 이제는 자동차의 차례다. 맨 처음 들어올 귀한 몸은 닛산 스카이라인 GT-R 34.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에서 ‘폴 워커’의 애마로 활약했던 그 모델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아들에게 걸음마보다 GT-R을 먼저 가르칠 정도로 이 차를 아꼈다.

그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 차고에 모았던 콜렉션들 중에서 GT-R 34가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필자에게 그만큼의 돈이 없음에 절망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꼭 손에 넣고 싶다.

그러나 귀하신 몸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일상 생활을 책임지게 되는 또 다른 자동차는 바로 시트로엥 C3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C3 에어크로스 SUV 모델이 아니라 굳이 일반 해치백 모델을 원하는 이유는 이 차가 WRC에 출전할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에서 시승해 본 이들에 따르면, 출력에서의 아쉬움도 적고 코너링을 즐기며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고. 해치백 모델이니 실용성도 충분할 것이다.

사실 자금만 풍부하다면 사고 싶은 자동차들이 정말 많다. 오픈 에어링과 VTEC 특유의 고회전을 즐길 수 있는 혼다 S2000, 오프로드를 가볍게 정복할 수 있는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 포르쉐가 외계인을 고문(!)하여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는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등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래도 이 정도로만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동차가 너무 많다면, 매일 탑승할 차를 선택하는 것도, 자동차를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모터사이클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와는 다른 운전의 매력이 있다. 물론 모빌리티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지만,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이라고 하면 단순한 이동보다는 레저용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 것도 현실이다.

실제로 선진국일수록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이 더 많이 판매되고, 일상 생활보다는 주말에 여행을 다니는 라이더들이 더 많은 경향을 보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는 성능보다는 감성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맨 처음 들어올 모터사이클은 바로 혼다 CB1100 EX이다. 오랜만에 현대적으로 부활한 직렬 4기통 공랭식 대배기량 엔진은 출력과 토크도 우수하지만, 주행 시 발생하는 엔진의 고동과 머플러의 소리로 라이더를 자극한다.

특히 장거리 주행을 마친 후 시동을 끄고 내렸을 때, 열기로 인해 팽창해 있던 엔진의 냉각 핀이 식으며 내는 청명한 소리는 들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감성이다. 다른 브랜드에 공랭식 대배기량 4기통 엔진이 없으니 더더욱 그렇다.

하나만 들여오면 섭섭하다. 근거리 이동을 책임져 줄 두 번째 모터사이클은 푸조 장고. 모터사이클이지만 푸조의 기술이 아낌없이 투입되었고,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전면에 있는 푸조 특유의 사자 엠블럼과 그 주변에서 빛나는 LED 주간주행등 그리고 후면을 장식하는 유선형의 장식은 모터사이클을 싫어하는 이들도 한 번은 더 뒤돌아볼게 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다루기 쉬운 특성과 높은 연비도 빼놓을 수 없다.


곧 크리스마스가 온다. 산타할아버지는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신다는데, 기왕이면 착한 어른들에게도 선물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 누구나 꿈꾸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말이다. 거창하게 세계정복 같은 꿈은 바라지도 않는다.

작은 집과 차고, 그리고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있는데 더 바랄 것이 있단 말인가? 그 뒤는 그저 인생을 즐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모두들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길 그리고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