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悲哀(비애), 현대 베뉴 vs. ???

  • 기사입력 2020.01.01 09:00
  • 최종수정 2021.06.25 15: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현대자동차는 나 홀로족을 겨냥해 베뉴를 출시하고 ‘혼자 하는 낚시,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듣고, 술 약속 대신 혼자만을 위한 파티, 눈치 안 보고 침대에서 밥 먹는데 부럽지?’ 등 감성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래서 베뉴를 몰고 현대자동차가 주장하는 ‘혼라이프’를 추구해봤다. 화려한 싱글, 우아한 솔로는 아니지만 나야말로 철저히 고독하고 개인적인 ‘나홀로족’이니까.

글 | 김상혁

사진 | 최재혁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TV에서 방영해주던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시청했다. 유년기를 거쳐, 청소년기, 성인이 되어서도 나 홀로 집에가 방영됐다. 영화 나 홀로 집에는 어린이에게 무관심한 어른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코믹 영화다. 물론 보는 이들은 그저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로 받아들였다.

종종 쓸쓸한 솔로들을 풍자하는 매개체로 변모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인 케빈은 영화 속에서 홀로 남겨지자 평소 먹고 싶었던 피자를 마음껏 먹고, 보고 싶었던 TV 프로그램을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한다. 빈집털이 도둑이 들어오며 에피소드를 만들며 위험하면서도 유쾌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 당시만 해도 가족이란 개념과 중요성은 보편적이었다. 그런 보편적 개념의 문제점을 지적한 영화였는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사뭇 다르다. 화려한 싱글 혹은 우아한 솔로가 트렌드가 된 세상이니까.

‘1+1보다 퀄리티 좋은 하나’, 베뉴가 내세웠던 광고 카피 중 하나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둘보다 좋은 하나를 자동차에 대입시켜보면 무슨 의미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개성이었다. 베뉴는 더 데님, 코스믹 그레이, 크리미 그레이, 인텐스 블루, 파이어리 레드, 라바 오렌지, 애시드 옐로우, 타이푼 실버, 폴라 화이트, 팬텀 블랙 등 총 10종의 외장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초크 화이트, 팬텀 블랙, 애시드 옐로우의 루프 컬러를 조합한 11종의 투톤 루프 컬러로 총 21가지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 아참, 내장 컬러는 블랙, 메테오 블루 투톤, 그레이 투톤 3종이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고 개성은 드러내는 방식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선택지를 넓으니, 둘보다 좋은 하나란 문구 인정.

‘나 요즘 눈치 안 보고 침대에서 밥 먹어. 부럽지?’ 침대에서 밥 먹는 걸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눈치 안 보고 먹는다는 것에서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차 안에서 눈치 안 보고 뭔가를 먹을 수 있다면 그건 좀 부러울지 모르겠다.

외근 업무, 취재로 이동 간 차 안에서 식사를 때우는 일이 나에겐 비일비재하다. 그럴 때 제일 필요한 게 뭔 줄 알아? ACC다. 햄버거를 뜯어먹다가 옷에 흘리고 음료수를 마시다 입가는 탄산 범벅이 된다. 코너 구간을 지날 때면 입가에 탄산이 홍수를 이뤄도, 케첩이 코피처럼 묻어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뗄 수 없다.

신호 대기란 찬스가 생기면 한 조각이라도 더 먹기 위해 게걸스럽게 변한다. 숨도 안 쉬고 햄버거를 뜯는데 뒤에서 ‘빵빵’거리면 깜짝 놀라 체하기 일쑤. 뒤차 눈치 보랴, 신호등 눈치 보랴, 삶이 피곤하다. 그래서 베뉴가 어떻냐고?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 경고,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후방 교차 충돌 경고가 나를 케어해줄 뿐이다. 베뉴와 함께라면 도로 위에서 난 여전히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하루쯤은 빵 한 조각을 먹어도 브런치 카페처럼’은 그저 바람이었을 뿐.

‘침묵을 즐기는 것도 혼자만의 특권?’ 비 오는 날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 빗방울과 창틀의 하모니는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듣는 빗소리와 음악소리는 고독과 낭만, 몽환적 격정을 끌어올린다.

베뉴에 올라 아이들링 시 소음을 측정해봤다. 약 40dB로 도서관, 주택가의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지상태에서 스로틀 밸브를 활짝 열며 달릴 때는 80~90dB 사이를 오갔다. 지하철 실내 소음 정도랄까? 그렇다면 정지상태에서 비 오는 차 안은? 70dB 안팎이었다. 운치를 더하기 위해 음악을 크게 들어도 큰 차이는 없었다. 혼자만의 특권? 특권까지는 아닌 거 같고 혼자만의 감성 메이커로썬 딱히 나쁘지 않았다.

00 마트 가는 길, 어째선지 눈길이 돌아간다

‘술 약속 대신 혼자만을 위한 파티, 금요일 밤 마트 가는 길’ 혼자만의 파티도, 불금도 지겹다. 낚시를 가기로 했다. 낚시를 할 준 모르지만 막연히 잔잔한 물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밤이 깊어지면 벌레 소리와 물고기의 춤사위, 달빛이 스며드는 그런 세계를 맛보고 싶었다.

캠핑용 메모리폼을 차에 실었다. 여차하면 차 안에서 잠들 요량이었다. 설레는 맘을 안고 마트로 향했다. 여행용 세면도구와 간단한 먹을거리, 휴지 등 몇 가지 물품을 사 왔다. 종이박스에 실린 물건을 트렁크로 옮기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낚이 아니라 캠핑이라면 베뉴는 나에게 호의적일까? 그래서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종이박스를 몇 개 가져와 실어보았다. 실망스럽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 혼족을 위한 구성으로선 부족하지 않다만 조금 더 컸으면 어땠을까 싶다.

제원상 트렁크 용량은 355ℓ고 ‘수납형 커버링 쉘프’를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단다. 수납형 커버링 쉘프가 편리하긴 하나 그렇다고 엄청난, 아주 요긴한 아이템이랄 순 없었다.

불필요한 짐은 최대한 배제하고 혼낚을 위해 떠났다. 스마트스트림 G1.6과 무단변속기의 조합, 123마력의 최고출력과 15.7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무엇보다 차체 움직임과 스티어링 휠의 손맛이 좋다. 여행길에 드라이브라는 즐거움이 옵션으로 적용된 느낌이다.

SPORT, ECO, NORMAL의 주행모드와 MUD, SAND, SNOW의 트랙션 모드가 도로 상황에 맞춰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노면 환경을 고려하고 싶진 않았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베뉴가 오프로드에서 제 역할을 해낼 거란 기대가 없었기에 말이다. 오히려 즐거운 여행길이 렉카차에 실려가는 서글픈 고행길로 변하는 걸 원치 않았다.

이윽고 도착한 낚시터, ‘어떤 물고기를 낚을까? 옆엔 어떤 사람이 앉을까? 이 맛에 혼낚’, 이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 엄지를 ‘척’ 들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물고기는 낚이지 않는다. 분명 눈앞에서 점프도 하고 유유히 헤엄치며 물속을 거니는 데 바늘에 걸리진 않는다.

보이스 피싱 사기단이 나에게 전화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알 수 없는 분노에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콩닥콩닥 미쳐 날뛴다. 허공에 고함을 훅 지르고 나서야 진정된다. 아, 너무 몰아붙이진 마시라. 옆에 어떤 사람이 앉았을 것 같나? 아무도 앉지 않는다.

저 멀리 나와 같은 슬픈 영혼의 아저씨들만 허공에 고함을 지르고 있을 뿐이니까. 분노에서 좌절로, 좌절에서 한숨으로 바뀐 혼낚을 접고 차 안으로 이동했다. 메모리폼을 깔고 누웠다.

괜한 짜증에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곤 조용히 짜증을 표출한다. “이 씨, 이럴 거면 티볼리 살걸. 스티어링 휠도 따뜻해지고 2열 열선도 들어오고 통풍시트도 있는데!”

SPECIFICATION

현대 베뉴 모던

길이×너비×높이 4040×1770×1585mm

휠베이스 2520mm

엔진형식 I4, 가솔린

배기량 1598cc

최고출력 123ps

최대토크 15.7kg·m

변속기 무단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3.3km/ℓ

트렁크 용량 355ℓ

가격 1799만원

쌍용 베리 뉴 티볼리 V7

길이×너비×높이 4225×1810×1615mm

휠베이스 2600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497cc

최고출력 163ps

최대토크 26.5kg·m

변속기 6단 자동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10.2km/ℓ

트렁크 용량 427ℓ

가격 235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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