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END BMW M760Li

  • 기사입력 2019.12.27 09: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프리미엄 브랜드 플래그십이다. BMW에서 가장 고급스러워야만 하는 모델이다. 여기에 12기통 엔진을 넣었다. 이렇게 큰 엔진을 넣은 것은 단지 상징성을 위해서 일까? 파워는 8기통 엔진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만큼 뽑을 수 있다. 허나 그 파워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에 따라 12기통이 필요할 수 있다. BMW가 자랑하는 실키식스가 두 개 담긴 M760Li(이하 760)를 만났다. BMW는 아직까지도 M7 카드를 꺼내고 있지 않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F세그먼트와 타이어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지도. 아무튼 M7이 아닌 M760Li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키드니 그릴이 커졌다. 사진으로 보면 어색했는데 실제로 보니 차체 사이즈에 잘 어우러진다. 벌써 적응되었고 작은 키드니 그릴을 보면 구형 느낌이 난다. 아이폰에 카메라 3개를 달고 나올 때 이상할 거 같았는데 지금은 카메라 개수가 적으면 낡아 보이는 현상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거대한 그릴과 함께 크롬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이전 모델 보다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전체 실루엣은 경쟁사들의 기함들보다 날렵하다. C필러와 트렁크에 박힌 V12 배지가 차의 존재감을 더욱 배가시킨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진한 가죽향이 반겨준다. 고급차를 타는 기분을 내게 해준다. 노멀 7시리즈와 달리 메리노 가죽을 손이 닿는 모든 곳에 덮었다. 촉감도 부드럽고 두툼해 내구성도 좋아 보인다. 히팅과 통풍기능을 갖춘 시트는 푹신푹신해 안락하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 마사지 기능까지 준비되어 있는데 성능은 무난한 수준이다. 아무리 BMW가 운전의 즐거움을 주더라도 이 녀석의 하이라이트는 뒷좌석이다. 3m가 넘는 휠베이스의 기함답게 2열 공간이 넓다. 180cm 성인 남성이 쉽게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다. 게다가 1열 동승석을 최대한 앞으로 보내고 등받이를 접으면 퍼스트 클래스가 완성된다. 암레스트 뒤에 냉장고까지 구비되어 편의성이 높다.

기함에 대한 예의로 편의장비도 빵빵하다. 먼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시스템은 스톱 앤 고 기능이 있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및 차선제어 보조장치, 차선변경 경고, 차선이탈 경고, 차선 유지 보조장치, 회피 보조, 측방 경고, 그리고 우선주행 경고 등이 포함되어 있다. 파킹 어시스턴트 시스템은 가속과 제동까지 조작해 더욱 정밀한 주차를 도와준다. 막다른 골목길 또는 주차장 등에서 최대 50m까지 별도의 핸들링 조작 없이 차량이 자동으로 왔던 길을 거슬러 탈출하는 후진 어시스턴트(Reversing Assistant) 기능까지 포함됐다.

또한 최신 컴포트 액세스 기능 또한 적용되어,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차량 3m 이내에 접근하면 외부 라이트 점등, 1.5m 이내 접근하면 자동으로 도어 잠금이 해제된다. 도어 잠금이 해제된 상태에서 2m 이상 멀어지면 자동으로 도어가 잠긴다. 오디오 시스템은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가 들어간다. 높은 출력과 넓은 공간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메탈 커버를 씌워 인테리어를 살리는 역할도 한다. A필러에 있는 트위터에 조명까지 들어와 밤에 드라이브 하면 정말 낭만적이다. 묵직한 중저음을 바탕에 고음 영역을 찢어지지 않게 처리해 보컬도 잘 들린다. 록과 힙합은 물론 전 장르를 깔끔하게 소화하는 능력을 지녔다.

신나게 달리는 차는 아니지만 브로셔에 적힌 출력을 보면 피가 끓는다. V12 6.6ℓ 엔진에 터빈 두 발을 달았다.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힘을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네 바퀴에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7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2t이 넘는 중량을 무시하고 곧장 튀어나간다. 세상의 모든 것을 추월할 수 있다. 정말 빠르다. 그것도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세차게 달려 나간다. 비슷한 출력의 M5와는 결이 다른 주행감이다. 운전자에게 이빨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최정상 브랜드의 플래그십과 하드코어 대형 유닛이 만났을 때 이러한 결과물이 나오나 보다.

고속도로에서도 속도는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다. 힘이 남아돈다. 거기에 환상적인 고속안정감으로 손에 땀 맺히는 거 없이 초고속 주파가 가능하다. 승차감을 위해 저속에서 말랑말랑하게 세팅했던 서스펜션은 속도가 올라갈수록 댐핑압력을 높이며 노면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풍절음과 하부소음도 잘 잡아 음악을 즐기며 평화롭게 고속 크루징을 할 수 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이러한 강력한 힘을 제어해줄 능력이 된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지치지 않는다. 코너에서 브레이킹이 들어가도 코너 안으로 차체가 말려들어가지 않는다.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언제든지 밟아도 안정적으로 원하는 만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대형 세단이지만 BMW니까 코너를 타러 가본다. 역시나 코너링 퍼포먼스가 훌륭하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 보면 롤링이 느껴지지만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승차감을 위해서 이러한 세팅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핸들링이 날카롭게 날 서있다. 조향 명령을 내리면 움직이는 보통의 고급 세단과 달리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움직인다. 거기에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Integral Active Steering) 시스템으로 코너에서 5시리즈 정도의 라인을 그리게 한다. 스티어링 성향은 언더스티어지만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아 가속 페달 조절만으로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다.

최고로 고급스러워야 하는 미션에 BMW다워야 하는 의무도 잘 이행했다. 이 정도 출력이면 촬영 후에 녹초가 되는데 760는 날 편하게 보좌해줬다. 어마어마한 출력을 이렇게 부드럽게 쏟아내는 것도 실력이다. 그 어떤 대형 세단 보다 운전자는 즐겁고 뒷좌석 회장님은 안락하게 목적지까지 닿을 수 있다. 때론 회장님이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아도 그림이 어색하지 않다. 라이벌 모델인 메르세데스 S600의 앞자리는 탐나지 않는다. 반면 760은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만족시켜주는 매력을 가졌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