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GT BMW 840i 쿠페

  • 기사입력 2019.12.26 09: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드디어 실물로 영접했다. 사진으로 본 것 보다 더 근사하다. 몸매는 늘씬하고 얼굴은 잘생겼다. 거기에 럭셔리 쿠페로서의 품격까지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두 개의 6각형태가 이어진 키드니 그릴은 최신형 BMW임을 알려준다. 얇게 깎아 만든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눈빛을 쏜다. 공기흡입구를 과감하게 뚫은 프런트 범퍼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외관의 하이라이트는 옆모습에 있다. 길다란 도어 패널에 캐릭터 라인을 그어 밋밋함을 덜어냈다. 거기에 BMW 답게 짧은 프런트 오버행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유려한 루프 라인으로 우아함을 표현한다.

더블 버블이라 불리는 루프 형상으로 미적지수과 공력성능을 올렸다. 휠은 20인치로 사이즈와 디자인이 차체와 잘 어우러진다. 뒤쪽으로 이동해 엉덩이를 감상한다. 앞이나 옆과 달리 기교를 많이 부렸다. 수많은 라인을 음각과 양각으로 자유롭게 표현했다. 네모난 머플러 커터는 범퍼 하단 끝에 깔끔하게 자리잡고 있다. 트렁크 리드는 살짝 접어 올려놨는데 조금의 다운포스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L자 면발광으로 뒤를 밝히는 테일램프는 헤드램프처럼 얄팍하게 만들었다.

두툼하고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인테리어는 최신 BMW 디자인 언어가 잘 반영되었다. 운전석 중심으로 놓여진 센터페시아에 여러 버튼들을 정갈하게 배치해 깔끔하다. 운전자 손에 닿는 버튼들의 위치와 거리가 적절하다. 돌출된 디스플레이는 크기도 크지만 터치가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심지어 터치를 하지 않고 간단한 제스처만으로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운전자가 원하는 제스처와 기능을 저장해 놓을 수도 있다. 계기판에는 LCD 패널을 넣고 게임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집어 넣었다. 아날로그 계기판을 선호하는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고급 가죽으로 마무리한 시트는 쿠션감이 좋고 사이드 볼스터도 적극적이라 승차감과 스포츠 드라이빙을 모두 만족시킨다. 시트 포지션을 최대한 낮추면 스포츠카 수준의 눈높이까지 맞출 수 있다. A필러가 슈퍼카처럼 누워있지만 시야가 답답하지 않다. 옆과 뒤쪽 시야도 크게 불편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뒷좌석은 성인 남자가 앉기엔 힘들다. 실제로 태워보진 않았지만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아이들이 타기엔 괜찮을 것 같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2개를 쑤셔 넣을 정도는 된다.

BMW 최상위 모델답게 편의장비도 빵빵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충돌 및 보행자 경고와 도심 제동 기능, 차선 변경 및 이탈 경고, 속도 제한 정보, 그리고 후방 교차 통행 및 충돌 경보 기능까지 이 모두가 기본적으로 달린다. 거기에 막다른 길에 당황하지 않고 되돌아 갈 수 있는 후진 어시스턴트 기능도 기본 제공된다. 최대 50m까지 가능하다. 또한 리모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RSU) 시스템으로 서비스센터에 가지 않아도 최신 소프트웨어 자동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은 베이스가 풍부하고 고음 영역도 깔끔하게 처리한다. 모든 장르를 잘 소화하지만 록와 힙합처럼 비트감 있는 음악에 제격이다.

이제 엔진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운다. 소음과 스티어링 휠로 타고 들어오는 진동을 잘 잡아놨다. 840i 쿠페에는 직렬 6기통 3.0ℓ 터보 엔진이 들어가 있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1.0kg·m의 힘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변속기는 ZF 8단 자동 유닛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7초다. 폭발적인 가속력을 기대하고 타지 않았는데 브로셔에 적힌 숫자보다 훨씬 매콤하게 전진한다. 고속도로에서도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분명 구동손실율이 0에 가까울 것이다. 직접 파워를 느껴보면 8기통 모델 혹은 M 배지가 아쉽지 않다.

거기에 탄탄하게 운동시킨 하체 덕분에 마음껏 달려도 괜찮다. 저속에서 승차감이 좋아 고속에서 좌우 롤링과 피칭을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스피도미터의 바늘이 올라갈수록 댐핑압력 또한 올라간다. 럭셔리 GT카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그리고 좋지 못한 노면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고속안정감은 가히 환상적이다. 정말 새로 깔린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느낌을 전달한다.

하드웨어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후륜 조향 시스템이다. 이 녀석 덕분에 큰 차체가 체감되지 않는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3시리즈 정도의 민첩함을 보여준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의 반대 방향으로 뒷바퀴가 움직이고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댐핑 스트로크가 결코 짧지 않은데 뒷바퀴가 조향을 해주니 앞서 말했듯이 승차감은 확보하고 좌우롤링을 억제할 수 있다. 고성능 버전인 M8에는 이 시스템이 들어가지 않으니 노멀 8시리즈에서만 가질 수 있는 혜택이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고 진입 속력만 적절하게 맞추면 예쁜 곡선을 그릴 수 있다. 또한 x드라이브 시스템으로 탈출 시점을 당길 수 있다.

잘 나가고 잘 도니 잘 서는 것만 남았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과 섀시를 다루기에 충분하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코너에서 브레이킹이 들어가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려들어가지 않아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다룰 수 있다.

이번에 840i와 꽤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서울에서 이틀 타고 전라도 일대에서 하루 정도 같이 시간을 보냈다. 럭셔리 쿠페에게 던져진 미션을 완벽히 수행했다. 장거리 이동에도 운전자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았고 원하는 만큼 신나게 달려줬다.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세팅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스포츠카와 세단의 농도 조절을 기가 막히게 한 840i 쿠페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차량협조 | 라라클래식

추억을 꺼내다

최소한의 크기와 형태만 갖춘 키드니 그릴, 그리고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팝업 헤드램프. 한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8시리즈(E31)를 다시 만난 필자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이 흘러나왔다. 보닛 한 가운데 정직하게 솟아올라 있는 파워 돔과 당시에는 이례적이었던 광폭 타이어를 적용하는 대형 휠, 그리고 각을 이루면서도 그 속에서 공기역학을 추구한 차체의 아름다움은 세월이 지나면서 새로 등장한 8시리즈에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촉박한 일정 사이에 섭외되어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V12 엔진은 오른발에 힘을 줄 때마다 묵직한 숨결을 토해내며 무거운 차체를 기민하게 견인해 준다. 과거에 보여줬던 ‘조여드는 것 같은 탄탄한 느낌의 하체’는 세월이 지나며 무뎌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속 주행 중 보여주는 안정성은 갓 등장한 신참에게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주행 중 전달되는 감성은 오히려 이쪽이 한 수 더 위다.

세월이 지나도 역시 BMW는 BMW인 법이다. 순수하게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그리고 아직까지 후배에게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듯 군림한다. 만약 제대로 된 컨디션에서 붙었다면? 상상만 해도 후배의 패배에 몸서리쳐진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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