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 INTO OLDNESS
미국 몬터레이(Monterey) 페블비치 골프장 18번 홀.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일 년에 한번 이색적인 클래식 모터쇼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Pebble Beach Concours d’Elegance)가 펼쳐진다.
세계적인 규모의 클래식카 행사로 이미 국제적인 명성이 탄탄해 매년 관람객 수만명과 값비싼 클래식카 200여대가 찾아 자리를 빛낸다. 태평양의 비경을 품은 곳에서 클래식카의 우아함을 겨루는 페블비치 공쿠르 델레강스는 지구상 가장 화려하고 진귀한 쇼가 분명하다.
글 | 박지웅
우아함을 겨루다
캘리포니아주(州) 작은 항구도시 몬터레이에 위치한 페블비치 골프장 18번 홀은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세계 3대 골프 코스로 통한다. 1년 내내 골프 마니아로만 붐빌 것 같지만 이곳도 매년 8월 셋째 주 일요일이면 다른 귀한 손님을 맞이한다.
이날은 특별히 클래식카 행사로 유명한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 출품하기 위해 모인 수백대의 클래식카가 18번 홀 잔디를 점령한다.
1950년 시작된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는 본래 미국 스포츠카 클럽이 후원하는 페블비치 로드 레이스(Pebble Beach Road Race)의 부속행사였다. 초창기 겨우 30대 남짓 전시되던 행사는 21세기 들어서 줄곧 200대 가까이 전시될 정도로 성장했다.
2009년부터는 클래식 모터바이크까지 새롭게 편입해 팬층을 한층 두텁게 했다.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적인 행사로 한해 약 2만명 가까이 방문하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60년을 제외하고 행사는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올해로 67회를 맞는다.
행사에 출품한 클래식카는 다 합쳐 어림잡아도 수천억원을 호가한다. 이 때문에 ‘부자의 돈 자랑’ 행사로 비쳐 종종 대중에게 뭇매를 맞는다. 프랑스어로 ‘우아함의 경쟁’을 뜻하는 행사 이름만 보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런데도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가 세계적인 행사로 인정받는 이유는 차를 보존하여 클래식카만이 가지는 오래됨의 미학을 공유하고 행사 수익금으로 자선사업을 펼치는 등 여러 가지다. 이색적이고 뜻깊은 행사 취지만으로 이 자동차 쇼의 매력은 충분하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 우아함만이 심사기준은 아니다. 자동차 보존이라는 행사 취지에 걸맞게 모든 참가 클래식카는 기본적으로 시동이 걸리고 주행이 가능해야 한다. 심사위원은 복원 수준과 정비 상태를 중점적으로 평가해 최종 승자를 가려낸다.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클래식카를 구입해 직접 낡은 부분을 복원하고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많은 참가자. 돈 많은 부자도 맞는 얘기지만 진정 자동차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색 쇼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가 열리는 몬터레이는 약 170km 떨어진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공항에서 차로 2시간이면 도착한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우회하더라도 몬터레이 만(灣)을 끼고 해안도로처럼 쭉 뻗은 카브릴로(Cabrillo)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태평양의 거센 파도가 만드는 장관이 제법 볼만하다. 사우스 밸리(South Valley) 고속도로는 이동시간을 줄여준다. 수만명이 운집하는 행사여서 여유롭게 도착하지 않으면 주차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로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올해 8월 셋째 주 일요일이 되는 날은 8월 20일이다. 2017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일반 입장 티켓 가격은 $375(한화 약 43만원)로 꽤 비싼 편이다. 다행히 8월 1일 전에 구매하면 13%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VIP 티켓 가격은 2배지만, 혜택은 일반 티켓보다 5배 이상 많다.
품격 있는 대우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운이 나빠 비가 오면 행사 장소는 페블비치 골프장 18번 홀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로 굵은 비를 퍼부었던 1963년과 1965년에는 잔디 보호를 위해 쇼를 페블비치 로드 레이스 하던 곳으로 옮겨 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클래식카를 파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구딩&컴퍼니(Gooding & Company)가 진행하는 경매도 이색적인 볼거리 중 하나다. 대당 가격이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넘는 자동차를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역대 최고 판매금액을 기록한 차량은 1962년식 페라리 GTO였다. 2014년 경매에 나왔을 당시 어느 부호는 전 세계에 몇 대 남지 않은 이 클래식카를 소유하기 위해 무려 400억원을 흔쾌히 썼다.
술자리도 분위기에 취하고, 고백할 때도 분위기가 좋으면 성공률은 올라가기 마련. 많은 완성차 업체는 신차 발표회를 아예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가지고 행사의 우아하고 품격 넘치는 분위기를 소비자를 향한 구애에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작년에는 람보르기니 센테나리오 로드스터가 처음으로 공개돼 관람객 수만명의 이목을 집중시킨바 있다.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공식 홈페이지(www.pebblebeachconcours.net)를 방문하면 역사 및 예약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WHAT ELSE CAN WE KNOW?
PLACE TO STAY
페블비치 골프장 안에는 한눈에 봐도 럭셔리한 호텔이 3개나 있다. 더 롯지 앳 페블비치(The Lodge at Pebble Beach), 디 인 앳 스패니시 베이(The Inn at Spanish Bay) 그리고 카사 팔메로(Casa Palmero) 모두 골프장이 담은 경치를 그대로 가졌다.
문제는 일반 관람객이라면 돈이 있어도 행사 기간에는 투숙하기 어렵다. 모든 방은 행사 참가자, 관계자, 스폰서만 예약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 가까운 카멀 바이 더 시(Carmel By The Sea)에 비교적 저렴한 호텔이 즐비하므로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서둘러야 한다.
PLACE TO EAT
디 인 앳 페블비치 컨퍼런스 센터 맞은편 페블 비치 마켓(Pebble Beach Market)은 미식가가 좋아할 만한 식료 제품을 판다. 와인 종류만 해도 800개가 넘고, 고기, 치즈 등 최고급 식료품만으로 채운 피크닉 바구니는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를 방문한 관람객에게 인기다.
더 탭 룸(The Tap Room)과 갤러리 카페(Gallery Cafe)는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레스토랑이다. 특별한 것을 찾는다면 개인적으로 파티를 열 수 있는 스틸워터 바&그릴(Stillwater Bar & Grill), 더 벤치(The Bench), 더 테라스 라운지(The Terrace Lounge)가 제격이다.
PLACE TO GO
페블비치 골프장 바로 위쪽으로 스패니시 만(灣)까지 포함해 몬터레이 반도 전체를 빙 둘러 형성한 해안도로 17마일 드라이브(17 Mile Drive)가 있다. 이름 그대로 17마일(약 27km) 정도의 짧은 드라이브 코스다.
밤에는 매력 포인트인 바다가 칠흑같이 어두우므로 노을 햇살이 바다에 눈부시게 비칠 때 달려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