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도난 방지를 위한 기술, UWB

  • 기사입력 2019.12.16 09:25
  • 기자명 모터매거진

폭스바겐이 자동차를 해킹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선택한 기술 UWB는 본래의 목적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글 | 유일한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키를 꽂고 돌리는 대신 전자파를 이용한 스마트키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스마트키를 이용하면서 편의성과 함께 해킹 위협도 동시에 증가했다.

도둑들(최소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므로)이 스마트키에서 나오는 전파를 해킹해 자동차를 탈취하고 이로 인해 독일에서는 ‘평상시에 스마트키를 쿠킹호일로 감싸고 다니세요’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편의가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폭스바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와이파이, 블루투스 및 GPS와 같은 무선 기술을 넘어서는 UWB(Ultra-Wide Band) 기술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칩 제조업체인 NXP와 같이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양산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사용해 자동차를 도둑들로부터 지키는 것은 물론, 안전과 편의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왜 UWB인가

UWB는 본래 미국 국방성에서 군사용 무선통신기술로 사용하던 것이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02년 2월부터 민간에 개방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500MHz 이상의 광대역 주파수와 약 2나노(1 나노=1/10억)초 길이의 펄스를 이용해 cm 단위의 정확도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통신(RF) 기술이다.

다른 무선 기술에 거의 간섭하지 않아 블루투스 등 다른 기술과 병행할 수 있으며, 병원 또는 공항처럼 복잡한 환경에서 사용하기 용이하다.

폭스바겐은 UWB를 이미 충분히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실험 차량인 아테온은 차체 표면에 적용한 화려한 스티커를 제외하면 외형 상으로는 양산 모델과 동일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폭스바겐의 전자 및 접근 시스템 연구원들이 개발한 네트워크 기능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조합해 운전자의 행동을 학습하고, 이에 따라 자동차가 반응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UWB의 잠재력을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의 스마트키가 해킹에 취약했던 이유는 자동차가 키의 신호 강도만 측정했기 때문이다. 이 신호가 커질수록 운전자가 자동차에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 인식하는데, 도둑이 이 신호를 중간에 가로채고 증폭기 등을 통해 자동차 가까이에서 발산하면 자동차는 그대로 열려버린다. 게다가 이 방식은 운전자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무시하고 그냥 신호가 가까우면 반응하므로 편의성 면에서도 그리 좋지 않다.

폭스바겐이 적용하는 UWB는 6개의 칩을 사용한다. 자동차에 있는 4개의 문, 트렁크, 그리고 스마트키에 설치되며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신호의 송수신 시간까지 파악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중간에 신호를 가로채서 따로 반응하도록 하는 탈취 방식은 불가능하다. 센서의 개수가 정해져 있는데 갑자기 중간에서 하나 더 늘어난 센서에 반응할 이유가 없다.

만약 스마트키의 신호를 완벽히 차단한 후 신호를 가로채 센서의 인식 개수를 맞췄다 해도 완벽한 탈취는 불가능하다.

이미 UWB와 인공지능이 연동되어 평소에 운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파악하기 때문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굳이 운전자가 트렁크 앞에 서서 발길질을 하지 않아도 트렁크를 여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운전자의 움직임이 평소와 다르다고 판단되면, 인공지능이 자동차의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다른 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다

UWB가 갖고 있는 능력은 도난 방지 이외에도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차량 내에 있는 사람 또는 동물을 감지할 수도 있고 자동차가 스스로 주차하는 오토 발렛 파킹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트레일러를 자동으로 연결할 수도 있고 자동차가 주차장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자동으로 주차 요금을 지불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안전과 편의를 위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실험과 양산화의 단계에 와 있다.

자동차에 아기와 같이 탑승할 때도 UWB는 기민하게 반응한다. 차 안에서 아기용 안전 시트의 위치를 cm 단위로 정확하게 인식하며, 만약 시트를 올바른 위치에 장착하지 않았다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조수석에 안전 시트를 장착해도 조수석 에어백을 운전자가 직접 끌 필요가 없다. UWB가 시트 위치를 인식해 조수석 에어백을 자동으로 비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트레일러를 연결할 경우에는 UWB가 자동차와 트레일러 사이에서 소통을 진행한다. 운전자가 트레일러에 정확히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줄 수도 있고 아예 자동차가 직접 트레일러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트레일러 고리와 자동차가 접근하면 자동차 후면에서 자동으로 고리가 돌출되고 자연스러운 결합을 유도한다. UWB가 정밀한 위치 단위로 트레일러와 자동차 고리 위치를 감지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오디오를 별도로 조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운전자와 동승객의 위치에 맞추어 오디오의 음량과 소리가 집중되는 위치를 조정할 수는 있지만, 탑승할 때마다 수동으로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UWB가 실내에서 작동한다면, 각 탑승객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자동으로 오디오를 맞춰 편안하면서도 듣기 좋은 음악이 나오도록 할 수 있다. 히터 또는 에어컨이 탑승한 좌석에서만 동작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UWB가 주목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다른 전파와의 간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스마트폰은 과거처럼 자동차와 선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이미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 등의 기능을 즐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만약 전파 간섭이 일어나 음악 또는 통화가 끊긴다면 운전자와 동승객이 짜증을 낼 수 도 있다. UWB는 그러한 걱정 없이 안전과 편의를 누릴 수 있다.

폭스바겐은 현재 UWB의 광범위한 응용 능력을 연구 중이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도난 걱정이 없이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꿈의 이동수단이 될 지도 모른다. 그 날이 제대로 다가와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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