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 배틀, 현대 팰리세이드 VS 쉐보레 트래버스

  • 기사입력 2019.12.11 10:06
  • 최종수정 2021.06.25 15: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장을 노리는 모델, 그리고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 시장을 노리는 모델이 한국에서 붙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3열을 갖춘 대형 SUV 이야기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현대 팰리세이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 필자는 이 차가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한국이 아니라 북미 시장을 공략할 목적으로 개발된 SUV였고, 광고 모델도 방탄소년단으로 선정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첫 공개 무대가 미국 LA 모터쇼였고 현대차가 설정한 경쟁 모델도 포드 익스플로러, 토요타 하이랜더,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 등 미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고 있는 SUV 들이다.

그런데 팰리세이드가 그렇게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도 이제는 대형 SUV가 먹힐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인식해야 될 것 같다. 게다가 이런 환경의 변화는 현대차 내에서도 미처 감지하지 못한 것 같다.

인기를 얻다 못해 국내 시장의 수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 수출 분량에 지장을 줄 정도로 당초에 설정한 생산량이 부족하니 말이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판매량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감지해야 했을까.

그리고 그 시장에 미국식 대형 SUV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쉐보레가 참전한다. 틈날 때마다 서버번(Suburban)을 들먹이며 오랜 기간 SUV를 만들어 왔다 주장하는 이들이 갖고 온 것은 그 아래에 있는 트래버스. 오랜 수입차 브랜드라며 체급을 은근슬쩍 한 단계 높이려 하지만, 오랜 기간 쉐보레를 국산으로 인식해 온 소비자들에게 그것이 제대로 먹힐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적인 느낌

두 모델 모두 대형 SUV 이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크로스오버에 더 가깝다. 프레임이 아닌 모노코크 차체를 적용하면서 디자인의 유연성이 강해졌는데, 대형 SUV다운 위압감도 잃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승용차와 비슷하게 날렵해 보이려는 모순도 있다.

차체의 비율과 휠타이어의 지름을 통해 균형을 찾아나가고 있는데, 절묘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져가려는 사투도 보인다.

팰리세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툼한 크롬을 두른 캐스케이딩 그릴이다. 위압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미국 시장을 고려했다는 점이 한 번에 느껴진다.

세로로 긴 형태의 헤드램프는 범퍼 쪽으로 좀 더 내려가 있는데, 디자인적인 포인트도 되지만 상대방 차량의 눈부심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측면에서는 전형적인 SUV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도어와 유리창의 형상, 그리고 비율을 통해 차체를 낮게 보이도록 속이고 있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트래버스 역시 크롬을 두른 대형 그릴을 갖고 있지만, 쉐보레 특유의 형태로 인해 위압적이기 보다 날렵함이 우선된다. 가로로 긴 형태의 헤드램프도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길이 5m가 넘는 거구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묵직함이 한 번에 보인다.

팰리세이드와는 달리 휠하우스에 각을 주고 있는데, 전통적인 SUV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열 도어 중단에 있는 트래버스 레터링이 인상적이다.

대형 SUV인 만큼 두 모델 모두 넓고 광활한 실내를 갖고 있는데, 그 기운이 운전석에서부터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미국 시장을 고려하여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점이 한 번에 드러난다.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의 조작 버튼들이 다른 차들보다 크게 만들어져 있어 손가락이 굵어도 다른 버튼을 누를 일이 거의 없다. 아날로그 방식의 계기판을 사용했다는 점도, 센터콘솔에 대형 컵홀더와 수납공간을 준비했다는 점도 그렇다.

소소한 차이는 있다. 팰리세이드는 디지털에 좀 더 집중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가로로 긴 10.25인치 화면을 갖고 있으며, 그 안에서 화면을 분할해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기어노브 대신 버튼을 배열한 것도 그런 감각을 보탠다.

반면 트래버스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형태의 작은 화면을 갖고 있으며 기어노브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듬었다. 운전하면서 기어를 직접 변속하는 이들에게는 패들시프트가 있는 팰리세이드가 좀 더 유리할 것 같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쉐보레 트래버스[/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쉐보레 트래버스[/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쉐보레 트래버스[/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쉐보레 트래버스[/caption]

공간은 어떤가요

두 모델 모두 넓은 실내공간과 함께 3열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와 동시에 트렁크에 화물을 넉넉하게 적재할 수 있기도 하다. 팰리세이드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이 동시에 타고 내리며, 트래버스는 정우성과 그의 친구들(?)이 모두 모여 7명을 이룬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바로 ‘성인 7명이 탑승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가’라는 점이다. 그 동안 3열을 억지로 마련해 놓은 모델들에 데인 덕분에 생긴 편견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가 직접 3열에 앉아보았는데, 여기서 두 모델의 차이점이 조금이나마 드러났다. 먼저 이야기해 둘 것이 있는데, 필자의 키는 175cm로 작은 편이지만 앉은키는 190cm에 달하는 동료 기자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필자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 내 대부분의 성인들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물론 상대적으로 다리는 짧은 편이기에 레그룸 여부는 독자들이 판단해 주길 바란다.

먼저 공간이 넉넉하다는 트래버스의 3열에 앉아보았다. 2열 시트는 필자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맞춰둔 상태였다. 헤드레스트를 펼치고 머리를 기대 보았는데, 뒷통수가 천장에 닿았다. 깜짝 놀라서 천장의 형상을 살펴보니 3열이 끝나는 지점에서 급격하게 낮아지는 부분이 있어 닿는 것이었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일반적인 키를 가진 성인이라면 닿지 않을 것인데, 저주받은 체형을 원망하는 수밖에. 레그룸은 상대적으로 넉넉해서 장시간 주행에서도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이번엔 팰리세이드로 자리를 옮겼다. 전과 마찬가지로 2열 시트를 맞추고 3열에 앉았는데, 오히려 팰리세이드가 머리는 천장에 닿지 않는다. 대신 레그룸이 트래버스보다 좁고 허벅지를 지지하는 면적이 적다. 단거리, 또는 중거리 주행까지는 괜찮겠지만 장거리가 되면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적은 아이들, 또는 여성들에게는 팰리세이드의 3열이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트의 폭이 트래버스보다 좁아 3명이 나란히 탑승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이왕 실용적인 비교를 진행하고 있으니, 이번엔 트렁크로 자리를 옮겨본다. 용량 면에서는 트래버스의 압승인데, 길이도 길이지만 트렁크 하단에 별도의 수납 공간이 있어 실용성을 함께 추구한다. 4명이 탑승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3열을 접어도 트래버스가 훨씬 더 넉넉하다.

대신 이 시점에서 팰리세이드는 비장의 병기인 고무 매트를 제공한다. 화물로 인해 실내에 손상, 또는 오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한 물품이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쉐보레 트래버스[/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쉐보레 트래버스[/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쉐보레 트래버스[/caption]

주행 감각과 편의 사양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 모두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다. 배기량에서 약 200cc 정도 차이가 있는데, 최고출력은 오히려 트래버스가 좀 더 높다. 그래도 가속 감각은 두 모델이 비슷한데, 출력이 넘친다기 보다는 크기와 무게에 딱 맞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래서 가속 페달에 힘을 주어 짓누르기 보다는 느긋하게 속력을 올리는 여유를 추구하게 된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SUV라면 이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안전과 운전 편의를 위한 ADAS 장비이다. 최근 출시되는 현대기아차의 모델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팰리세이드 역시 ‘스마트센스’라는 이름 하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ADAS 장비를 적용하고 있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현대 팰리세이드[/caption]

ACC를 기반으로 하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에 되도록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경험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초라한 트래버스의 크루즈컨트롤 기능에 자연스럽게 실망하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스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장비에서도 차이가 있다. 1열 시트 측면에 깔끔한 형태로 마련한 USB 포트와 열선 및 통풍을 모두 지원하는 2열 시트는 팰리세이드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대신 트래버스는 센터페시아 모니터 뒤에 비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디지털 부문에서 팰리세이드가 훨씬 앞서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두 모델 모두 개성이 강하고 편의장비, 그리고 초점을 맞추는 주행도 다르다. 팰리세이드는 갖추지 못한 별도의 견인 기능이 트래버스에 있다는 점도 레저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다른 선택지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 짐작할 수 없기에 혼란스럽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결론은 내려야겠지. 동전을 던지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1200"] 쉐보레 트래버스[/caption]

YU’S PICK

현대 팰리세이드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만약 가정을 이룬다 해도 7명이 모두 탑승할 상황이라면 부모님이 동승하실 때 밖에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캠핑용 캐러밴, 또는 별도의 레저 장비를 견인하면서 다닐 일도 없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운전하기 편안하고 나름대로 공간을 갖춘 팰리세이드가 좋을 것이다. 레저를 적극적으로 즐긴다면 트래버스가 더 좋겠지만 말이다.

SPECIFICATION

현대 팰리세이드

길이×너비×높이 4980×1975×1750mm

휠베이스 2900mm

엔진형식 V6, 가솔린

배기량 3778cc

최고출력 295ps

최대토크 36.2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8.9km/ℓ

가격 4030만원

쉐보레 트래버스

길이×너비×높이 5200×2000×1785mm

휠베이스 3073mm

엔진형식 V6, 가솔린

배기량 3564cc

최고출력 314ps

최대토크 36.8kg·m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8.3km/ℓ

가격 452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