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테마 모텔

  • 기사입력 2017.09.24 13:43
  • 최종수정 2020.09.01 21: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TO FIND ITS TRUE MEANING

모텔은 대중에게 순수한 숙박시설로 인정받기보다 퇴폐적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불륜의 낯부끄러운 현장이자 오로지 성관계가 주된 목적인 곳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연애 풍속도도 성(性)에 대해 점점 개방적으로 변화하면서 모텔은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잃어갔다. 사람들은 미국에서는 모텔이 장거리 여행자가 자동차를 잠시 세워두고 쉬어가는 간이 숙소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걸까.

글 | 박지웅

자동차 등장 이전의 미국에서는 장거리 여행을 기차가 담당했다. 국토가 넓어 말이나 마차로는 한계가 있었다. 주요 거점을 점령한 기차역 주변으로 숙박시설이 생겨난 것도 당연했다. 1908년 헨리 포드가 만든 모델T는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825달러였던 모델T는 대량생산이 가능했고, 당시로도 비싼 가격이 아니어서 미국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 자동차 붐이 일었다. 미국이 지금의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형성하는 시작점이었다. 모텔의 역사도 이때부터 시작한 미국 자동차 문화의 한 부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모델T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미국인들은 기차와 달리 처음으로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자동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시골을 탐험하거나 주(州)를 가로질러 멀리 여행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허나 도로 90% 이상이 비포장도로였던 자동차 시대 초기 미국 도로변에는 숙박 인프라가 전무했다. 그 때문에 여행자가 아무 데서나 차를 세워두고 야영했다. 문제는 여행자가 머물다 간 장소는 개인 사유지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 버리고 가는 통조림 빈 깡통 때문에 깡통 여행자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자동차 대중화는 곧 사유지 침범 문제로 번졌다. 미국 도로망에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는 자동차 등장 이후 미국 애리조나 주 댈러스에서 목조집을 지어 하룻밤에 50센트를 받고 투숙객을 받은 것이 모텔의 효시라고 알려진다.

이후 미국 도로변에는 독채에서부터 규모가 큰 호텔 수준까지 다양한 형태로 모텔업이 성장했다. 모텔이란 이름은 1926년 캘리포니아 산 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에 건설한 숙박시설이 처음 썼다. 당시 해당 숙박시설 이름은 마일스톤 모-텔(Milestone Mo-Tel)이었다.

모텔은 자동차를 뜻하는 ‘모터(Motor)’와 ‘호텔(Hotel)’을 합친 신조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넘어온 러브호텔 문화와 섞여 의미가 많이 퇴색됐지만, 미국에서는 자동차 시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이한 자동차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여전히 인정받는다.

장거리 여행으로 지친 운전자가 차를 세워두고 잠시 쉬어가는 간이 숙소라는 사전적 의미가 고스란히 담긴 미국 모텔. 호텔보다 곱절은 큰 방과 두툼한 매트리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기회가 되면 꼭 가보자.

ROUTE 66

1926년 개통한 미국 최초 대륙횡단 고속도로다. 총 길이 3940km로 시카고에서부터 시작해 서부 애리조나까지 미국 8개 주(州)를 관통한다. 루트66을 통해 더 멀리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자동차 여행자가 몰렸다.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가 되면서 중간중간 상점과 모텔이 수없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미국 모텔 황금시대를 같이한 도로라고 말할 수 있겠다. 1985년 고속도로 지정이 해제되고 지도에서 삭제됐으나 여전히 관광객과 미국인이 가장 많이 몰리는 역사적인 미국 국도이다.

 

[ 꼭 가봐야 할 미국 모텔 TOP5 ]

1. Wigwam Motel, Arizona

15개의 미국 인디언 천막을 객실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유서가 깊은 루트66에 자리한 이유인지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클래식카 하나하나를 각 객실 앞에 주차했다. 방은 대형 더블침대가 놓인 ‘퀸룸’이 한화 8만원 정도로 제일 저렴하다

주소: 811 W Hopi Dr, Holbrook, AZ 86025, United States

2. Dog Bark Park Inn, Idaho

95번 고속도로를 남쪽으로 따라가면 보인다. 전기톱 아티스트인 데니스 설리반과 프란시스 콩클린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협조로 오픈한 이색적인 모텔이다.

건물 모양이 강아지 종류 중 하나인 비글 형상이며 약 26개의 강아지상도 조각해 두어서 가족 단위 투숙객에게 인기가 좋다. 1박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4만원이다.

주소: 2421 U.S. 95 Business, Cottonwood, ID 83522, United States

3. The Red Caboose Motel, Philadelphia

40개의 기차 칸이 객실로 탈바꿈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규모가 작지 않은 이곳은 동물원까지 운용하고 ATV를 타고 주변을 도는 액티비티까지 준비돼 있다. 지역 특색에 맞춰 꾸며놓은 레스토랑도 이색적이다. 약 10만원 정도면 1박이 가능하다.

주소: 312 Paradise Ln, Ronks, PA 17572, United States

4. El Trovatore Motel, Arizona

킹맨(Kingman)을 지나고 있다면 유서 깊은 또 다른 루트66 모텔에 묵을 기회다. 30m 높이 네온사인을 못 보고 지나칠 일은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킹맨 지역에 남은 몇 안 되는 모텔 중 하나다. 방은 모두 할리우드를 테마로 꾸몄으며 약 7만5000원을 내면 하룻밤을 지낼 수 있다.

주소: 1440 E Andy Devine Ave, Kingman, AZ 86401, United States

5. Little A'le'Inn, Nevada

네바다 미국 군사 비밀 작전 지역인 51구역을 방문한 여행객을 위한 작은 모텔이다. 51구역은 외계인을 연구한다고 알려져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UFO를 봤다는 사람이 많아 외벽을 포함해 모텔 주변 곳곳에 외계인이 그려져 있다. 방 가격은 5만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하다.

주소: 9631 Old Mill St, Alamo, NV 89001,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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