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트위지 & 푸조 장고

  • 기사입력 2017.10.07 13:53
  • 최종수정 2020.09.01 23:34
  • 기자명 모터매거진

FRENCH LUXURY MINIMALISM

문화와 예술, 그리고 명품의 나라 프랑스. 실용적이면서도 사치스러운, 양면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샤넬 백보다 저렴한 가격의 두 꼬마, 르노 트위지와 푸조 장고를 불렀다. 기름값 걱정할 필요 없다. 거기에 궁상맞아 보이지 않게 만들어 주는 재주가 있다. 에펠탑을 보며 태교하면 이런 녀석들이 나온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BUZZING

르노 트위지

가로수길엔 이 정도는 타고 와야 시선을 끌 수 있지

우걱우걱 맘마 먹을 시간

스티어링 휠, 계기판, 심지어 비상깜빡이까지 있다

맥도날드 의자보다 훨씬 편하다

도어가 하늘을 향해 열리는 순간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다. 지금 람보르기니에서 내린 것이 아니다. 르노 트위지다. 푸조 장고와 비슷한 덩치지만 이래 뵈도 엄연히 자동차다. 스티어링 휠과 바퀴 네 개가 있고 도어 두 개 그리고 두 명이 탈 수도 있다. 아무런 내색 없이 달리는 르노의 상상력, 바로 트위지다.

첫인상에 작은 몸집에서 오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차장 한 칸에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다. 슈퍼 꼬맹이 자리를 지켰던 스마트 포투는 트위지에 비하면 S클래스다. 여태 촬영하면서 이렇게 많은 행인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정말 슈퍼카를 찍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작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예쁘다. 마치 로봇 머리를 떼어다 바퀴 네 개를 단 느낌이다. 미래지향적이라는 말은 이제 트위지 외에는 금지다.

이것저것 신기한 것이 많다. 휠 하우스가 아닌 휠 커버라 표현하는 게 맞겠다. 걸윙 도어에는 윈도가 없다. 비오는 날을 대비해 비닐(?)을 제공하지만 일기예보를 잘 보고 외출해야한다. 실내로 들어오면 레이싱 게임 거치대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조미료를 살짝 뿌리면 운전석이 중앙에 위치했던 맥라렌 F1을 타고 있는 것 같다. 휑해 보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르노 배지가 붙은 스티어링 휠, 버튼식 기어 레인지, 그리고 계기판까지 있다. 2개의 시트는 앞뒤로 배치되어 백허그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걱정되겠지만 뒷좌석이 생각보다 넓다. 웅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남성지 이모 기자의 이마에 땀이 ‘뻘뻘’이 아닌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으니 이정도면 뒷좌석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

트위지는 전기차다. 전기충전소를 찾을 필요 없다. 흔히 보이는 220V 소켓만 있으면 된다. 트위지 앞쪽에 숨어 있는 플러그를 꺼내 꼽기만 하면 끝이다. 3시간 30분 정도에 완충되며 이것으로 50~80km 주행 가능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이 6.1kWh로 보통 전기차 배터리 용량인 28kWh보다 작기 때문이다. 허나 그들보다 효율성이 두 배 이상 좋으니 큰 불만은 없다.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고 카페거리를 갈 때 유용하다.

트위지를 타니 왠지 주차지옥인 신사동 가로수길을 가고 싶다. 13인치 바퀴를 힘차게 굴리며 도산대로를 달린다. 시선이 느껴지지만 괜찮다. 나에겐 선글라스가 있으니. 골프장 카트를 도로 위에서 타는 것 같다. 시내 주행을 할 때 답답함은 없다. 오르막도 잘 올라간다.

재규어 F타입이 8개 실린더에서 고급유를 태우며 쇼맨십을 보이지만 트위지의 존재감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차선을 바꾸기 쉽다. 흔히 작은 차를 타면 무시당하기 일쑤인 국내 도로지만 트위지는 예외다. 다른 운전자들이 조금 더 이 녀석을 보기 위해 자신의 앞으로 공간을 만들어 준다.

스티어링 휠은 무겁다. 감도가 에버랜드에 있는 범퍼카 스티어링 휠과 흡사하다. 핸들링은 직관적이며 450kg의 깃털 같은 차체를 이리저리 휘젓는 맛이 일품이다. 후륜구동이라 오버스티어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치솟지만 뒤를 날릴 힘이 없다.

코너에서는 로터스 수준의 뉴트럴 스티어를 보여준다. 가벼운 차체에 강한 서스펜션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댐퍼 스트로크가 짧고 스프링 레이트가 높기에 승차감에서 손해를 봤지만 운동성능은 그만큼 훌륭하다. 주행 전 무서울 줄 알았는데 주행 안정감이 괜찮다.

트위지의 매력은 좁은 골목길에서 빛을 낸다. 좁은 차폭으로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간다. 게다가 골목길에서 유턴이 가능하다. 주차는 냉장고 크기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 유의해야할 점도 있다. 트위지는 전기차이기에 회생제동 시스템이 달려있다.

때문에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슈퍼카 수준으로 무겁다. 제동 반응 속도도 느리기에 경쾌한 움직임에 취하다 방심하면 앞차와 뽀뽀를 할 수 있다.

운전도 즐겁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 신나는 녀석이다. 예쁜 강아지가 지나갈 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커지듯 트위지를 키우고, 아닌 갖고 싶다. 지하주차장에 콘센트만 있다면 밥 먹이러 식당에 데리고 갈 필요도 없다.

결정적으로 가격이 솔깃하다. 원래 가격은 1500만원이다. 허나 환경부 보조금 578만원과 함께 각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최저 422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태그호이어 카레라보다 트위지가 훨씬 이성들에게 어필 할 수 있다.

SPECIFICATION_르노 트위지

길이×너비×높이 2338×1237×1454mm

휠베이스 1686mm

무게 475kg

엔진형식 전기모터

최고출력 17.1ps

최대토크 5.7kg·m

변속기 1단 자동

구동방식 RWD

서스펜션 (모두)스트럿

타이어 (앞)125/80 R 13, (뒤)145/80 R 13

최고속도 80km/h

가격 1500만원


VROUM VROUM

푸조 장고

포토그래퍼에게 비트의 정우성처럼 찍어 달라고 하였건만…

‘브이’ 하며 주인을 반긴다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계기판

‘뿅’ 하고 나오는 발 받침대. 손으로 꺼내야하는 것은 비밀

프리미엄 스쿠터다. 이탈리아 브랜드 베스파가 왕좌를 지키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처럼 문화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거리에서 베스파를 쉽게 볼 수 있다. 흔한 것이 싫다면 이 녀석에게 눈길을 돌려보자. 프랑스에서 건너온 푸조 장고다.

푸조에서 스쿠터라니…. 자동차 마니아인 우리들에게는 낯설지만 사실 푸조는 식스휠 브랜드로 유명하다. BMW처럼 바퀴 두 개의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를 동시에 생산한다. 아무쪼록 푸조가 난생 처음으로 만든 스쿠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록키 블루 색상의 자켓을 멋스럽게 입고 있는 장고를 만났다. 작은 바이크지만 고급스러움이 흐른다. 전체적으로 곡선 위주로 그렸기에 동글동글하고 토실토실하다. 엄마가 차려준 바게트와 베이컨을 아침으로 먹고 가디건을 걸친 뽀얀 도련님 이미지다. 근사한 카페에 세워두면 새로운 배경을 완성해 버린다.

사람들의 시선도 곱다. 예쁜 실루엣을 바탕으로 디테일은 최신형의 기분을 냈다. 전면부 푸조 배지 주변을 감싸고 있는 LED 라이트는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시트는 넓고 쿠션감이 좋다. 한명을 더 태우더라도 전혀 비좁지 않다. 계기판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제 시동을 켜고 부릉부릉 달릴 준비를 한다. 아이들링 시 진동이 요란하지도 날카롭지도 않다.

유로4 기준을 통과한 단기통 125cc 엔진은 최고출력 10마력, 최대토크 0.9kg·m의 힘을 생산한다. 최고시속 90km다. 늘 스포츠카 제원만 열거하다보니 아주 겸손한 출력처럼 보이긴 하지만 스로틀을 당겨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하는 만큼의 가속력은 제공한다. 일반적인 교통흐름을 따라가기에 버겁지도 않다. 또한 속도를 올리더라도 불안하지 않다. 사이드미러는 사각지대를 거의 형성하지 않아 만족스럽다. 거기에 핸들링도 가벼워 여성 라이더 혹은 초보자가 타더라도 쉽게 다룰 수 있다.

골목길을 헤쳐나갈 때 자전거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어 어떤 길이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브레이크 성능도 준수하다. 프런트 브레이크만 잡더라도 무게중심이 앞으로 심하게 쏠리지 않는다. 정말이지 기본기가 탄탄하다.

장고와 함께 놀다보니 정이 들었다. 스쿠터가 갖고 싶은 게 아니라 장고가 갖고 싶어졌다. 타는 것만으로 사람을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다. 푸조라는 브랜드 밸류가 바이크에 적용되니 신선하고 근사하다.

스쿠터만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닌 집에 멋진 차 한 대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럭셔리 스쿠터로서의 매력이 터지는 푸조 장고였다.

SPECIFICATION_푸조 장고

길이×너비×높이 1925×710×770mm

휠베이스 1350mm

무게 120kg

엔진형식 1기통, 가솔린

배기량 124.6cc

최고출력 10ps

최대토크 0.9kg·m

변속기 CVT

구동방식 RWD

타이어 (모두)120/70 R 12

최고속도 90km/h

가격 39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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