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준중형 SUV 배틀, 푸조 3008 VS 볼보 XC40 VS 폭스바겐 티구안

  • 기사입력 2019.11.20 11:11
  • 최종수정 2021.06.25 15:07
  • 기자명 모터매거진

 

소형과 중형, 그 사이에 있는 서브콤팩트 SUV들 중에서 외국 출신들이 모였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스칸디나비아로 대표되는 스웨덴, 그리고 기술의 제국 독일이 말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미국이 처음으로 SUV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유럽은 그 SUV를 받아들여 나름대로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무대에 모인 SUV들이 모두 유럽 출신이기에 그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본래 캐딜락의 서브콤팩트 SUV XT4를 기다렸지만, 올해 내로 국내에 등장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 아래 눈물을 머금고(?) 제외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유럽 내에서도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된 차들이 모였기에 이를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일단 비교를 하기 전에 유럽에서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이곳에 모인 세 모델 중 2019년 8월 기준으로 1위는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그 뒤가 ‘푸조 3008’, 그리고 ‘XC40’가 3위다. 이것만 보고 있으면 이미 승자는 정해진 것 같지만, 다행이 여기는 유럽이 아니라 한국이기에 비교를 위한 또 다른 기준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확실히 느낀 것이지만, 역시 자동차는 그 자리에서 여러 대를 정신없이 탑승해 봐야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렬한 인상과 편안함, 그 사이의 갈등

비록 탑승하는 차가 SUV라고 해도 기왕이면 예쁜 자동차였으면 하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이리라. 그런 면에서 보면 언뜻 평범해 보이는 티구안과는 달리 3008과 XC40에는 꽤 강한 개성이 부여되었다. 그것을 각 나라의 디자인 차이라고 해도 좋고, 우직함과 패션 사이의 갈등이라고 해도 좋다.

사각형 두 개를 붙여놓은 것 같았던 과거의 SUV들이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개성을 입기 시작했다는 것은 적어도 도로 위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봐야 하니까 말이다.

티구안은 기교가 거의 없는 독일차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릴과 헤드램프는 직선으로 이어져 있어 가로로 긴 형태의 직사각형을 보는 것 같다. 보닛에 라인을 추가해 기교를 부려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사각형이 강조되다 보니 이러한 라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측면에도 정직하게 가로로 그어져 있는 벨트 라인과 숄더 라인이 있으며, 휠하우스 역시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다. 테일램프 역시 기교보다는 시인성에 중점을 더 둔 것 같다.

실내에서는 약간의 기교를 부리긴 했지만, 다른 모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딱딱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시인성은 좋지만 화려하지는 않은 그래픽의 디지털 계기판, 크기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에어컨 조작 버튼들이 그렇다.

시트의 착좌감은 나쁘지 않지만, 필자에게는 시트 포지션이 단점으로 다가왔다. 스티어링을 아무리 길게 빼도 팔을 길게 뻗어야만 손이 닿으며, 손에 포지션을 맞추면 발이 페달과 너무 가깝다.

3008은 전면에서 그 기교가 한 번에 보인다. 사자의 발톱을 품은 헤드램프는 프런트 범퍼의 라인, 그리고 푸조 특유의 그릴과 어우러진다. 마치 자동차에 표정이 있는 것처럼, 전면을 보면서 교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리어는 상대적으로 단정하게 다듬어져 있으며, 푸조의 모델임을 알려주는 테일램프가 빛난다. 남성적이지 않은, ‘젠더리스 카’를 만들고 싶었다는 디자이너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푸조의 실내 디자인, 그리고 운전석을 정의하는 ‘아이콕핏’은 디자인 자체는 독특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기능들을 조작해 보면 의외로 실용적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돌리는 맛이 있으며, 푸조 특유의 기어노브는 오른손에 착 감긴다.

기존 3008에서 그대로 계승된 센터페시아의 조작 버튼은 직관적이면서 사용하기 편하다. 시트는 측면이 약간 돌출되어 허리를 잘 잡아주고 있으며, 의외의 편안함이 있다.

XC40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전의 볼보처럼 각을 살리면서도 날카로움은 많이 줄어들었는데, 그릴을 비롯한 파츠들이 상당히 크게 다듬어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전면과 측면, 후면을 살짝 안으로 파내고 있는데,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에 이런 식으로 입체감을 주고 있다.

2열 벨트 라인의 하단이 중간부터 급격히 상승하면서 약간의 역동성을 보이는 것이 눈에 띈다. 테일램프 역시 상위 모델들과 그 형태가 약간 다르다.

실내는 볼보의 다른 모델들과 공유하는 형태이지만,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다. 세로로 긴 형태의 송풍구와 무광 버튼을 적용한 스티어링 휠, 기어노브의 형태가 ‘다른 모델’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곳곳에서 여성을 위한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센터콘솔 앞에 있는 휴지통이 대표적이다.

시트는 볼보답게 착좌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엉덩이가 꽤 높은 곳에 위치하기에 반드시 직접 앉아서 체크할 필요가 있다.

SUV의 실용성을 본다면

본격적인 비교를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SUV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항에 중점을 두고 구매를 결정하는가. 나오는 답은 실용적인 뒷좌석(대형 모델은 3열까지 사용하므로 뒷좌석으로 통칭한다. 물론 지금은 준중형 SUV들을 비교 중이다)과 넓은 트렁크이다.

그리고 이 모델들을 선택한다면 이미 결혼을 했으며 현재 자녀를 갖고 있거나 곧 가질 예정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싱글도 선택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만약 자녀가 있다면, 뒷좌석에 어른과 아이가 같이 앉을 가능성이 높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아내가 뒷좌석에 앉고 남편이 운전한다. 그리고 트렁크는 유모차와 육아용품을 담은 거대한 가방이 차지하는 곳이다.

레저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주로 목격한 광경을 취합해 보면 그렇다. 그렇다면 철저히 이 조건에 맞춰서 검증하는 것이 좋겠다. 주행 감각과 감성은 잠시 미뤄둬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3대의 모델 모두 넉넉한 뒷좌석과 필요 충분한 트렁크를 갖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편안한 좌석을 제공하느냐이다. 그 점에 있어서 XC40의 뒷좌석은 약간 불편하다.

정지 시에는 느끼기 힘들겠지만(게다가 볼보의 시트는 편안하기로 유명하다), 주행 중 요철이나 범프를 만나는 순간 여지없이 튀어버린다. 만약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다면, 순간적으로 깜짝 놀랄 수도 있겠다.

도로의 충격을 걸러내는 것과 동시에 승차감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푸조의 장기이고 SUV인 3008에서도 예외는 없다. 스웨이드와 가죽을 혼합한 시트는 부드럽기도 하지만 코너링 시 흔들리는 신체를 잘 잡아준다.

다른 모델들에 비해 등받이 각도가 편안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다가온다. 공간 자체가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암레스트까지 사용하고 있으면 편안함이 먼저 느껴진다. 머리가 천장에 쉽게 닿지 않는다는 점도 말이다.

티구안은 독일에서 태어난 SUV 답게 뒷좌석 승객에게도 정자세로 앉을 것을 요구한다. 마치 공원에 있는 벤치를 떼어다가 가죽만 씌운 것 같은 형상이지만, 불편함은 없다. 주행 중 뒷좌석의 승차감도 ‘이 정도면 양호하다’라고 타협할 수 있으며, 좌석과 도어 사이에 있는 별도의 수납공간도 장거리 주행 시 상당히 유용하다. 그야말로 ‘용도에 딱 맞도록 만들었다’는 느낌으로, 미학은 더 느낄 수 없지만 실용적이다.

특성이 만들어내는 주행의 맛

이제는 SUV를 선택하더라도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시기이다. 사실 여기에 모여 있는 모델들은 정통 SUV라기보다는 크로스오버에 더 가깝고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일반적인 승용차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그 주행 질감은 서로 극명하게 갈린다. 가솔린이냐 디젤이냐의 차이보다는 서스펜션과 가속 감각 등에서 전해지는 차이가 더 크다.

티구안은 한 마디로 정직하다. 디젤 엔진을 탑재했지만 적절한 토크를 갖춘 가솔린 엔진처럼 유연하게 다가오는데, 그러면서도 느리지는 않다. 강함과 유연함, 그 사이의 영역을 정직하게 유영한다고 느껴지는데, 그래서인지 안정감만큼은 확실하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속 페달을 밟아 속력을 붙이는 재미도,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시키는 재미도 없다.

코너링 역시 그렇다. 스티어링으로 전달되는 느낌은 기민하지도, 헐렁하지도 않다. 그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은 차체로부터, 쇽업소버로부터 스티어링을 잡은 손과 엉덩이로 전달되는 안정감이다. 그래서 코너링에서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지만, 반대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재미도 주지 않는다. 밀고 당기기가 없으니 어떤 포인트에서도 운전의 재미가 없어진다.

그러다가 3008의 운전석에 오르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효율을 추구하면서도 회전을 높이면 그르릉대며 ‘달릴 줄 안다’고 말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디젤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는 재미를 부추긴다. 적절하게 엔진 회전을 즐길 줄 안다면, 비록 스포츠카는 아닐지라도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어링 휠과 별도로 떨어져 있는 패들시프트도 가속 감각을 부추긴다.

게다가 코너링이라고 하면 푸조의 장기가 아니던가. 유연한 것 같지만 어느 새 단단하게 버텨주는 서스펜션은 코너에서 하중 이동을 느끼면서도 불안감이 없도록 해 준다. 스티어링 휠이 작다보니 돌리는 맛도 있다. 만약 아이 없이 혼자서 운전한다면, 코너링을 즐기기 위해 와인딩 로드를 일부러 찾는 운전자도 있으리라.

XC40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기에 여기 있는 모델들 중 제일 역동적일 것 같지만, 스티어링을 잡는 순간 역동성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손과 발 끝으로 느껴지는 감각 뿐 아니라 시트 포지션도, 시야도 어느 새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맞추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연결하고 잔잔한 노래를 듣고 싶어진다.

코너링은 기본적으로는 안정감을 주지만, 앞에서 서술했다시피 요철을 고속으로 지나는 등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미처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통~’하면서 살짝 튀는데, 불안감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그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가 저절로 반응하니 살짝 놀라게 된다. 스티어링은 움직일 때 유격이 있는데 헐렁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다시 세 대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비교를 해 본다. 정말 고르기 어렵지만, 이제 한 대는 골라야 한다. 차라리 동전을 던져서 결정할까? 아니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운전의 즐거움을 중시할까? 이래저래 선택은 하지 못하고 마음은 복잡해져 간다. 아마 실제로 구입한다면 더할 것이다. 이 땅에서 준중형 SUV를 선택하게 될 이들이 부디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기를!

YU’S PICK

PEUGEOT 3008

프랑스 특유의 기교 넘치는 외형, 그리고 디자인을 중시한 것 같지만 사용해보면 실용적인 실내를 갖고 있다. 2열에 성인이 탑승해도 편안하고 트렁크도 넉넉한 편이다. 게다가 동승자와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운전의 재미를 주는 서스펜션, 그리고 회전시키는 맛이 있는 디젤 엔진이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SPECIFICATION

푸조 3008

길이×너비×높이 4450×1840×1625mm

휠베이스 2675mm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배기량 1499cc

최고출력 130ps

최대토크 30.6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4.0km/ℓ

가격 4370만원

볼보 XC40

길이×너비×높이 4425×1875×1640mm

휠베이스 2702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969cc

최고출력 190ps

최대토크 30.6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10.3km/ℓ

가격 4880만원

폭스바겐 티구안

길이×너비×높이 4485×1840×1675mm

휠베이스 2680mm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배기량 1968cc

최고출력 150ps

최대토크 ​​34.7kg·m

변속기 7단 DCT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4.5km/ℓ

가격 44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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