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는 질주본능, 쏘나타 센슈어스

  • 기사입력 2019.11.19 14:4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새로 태어난 쏘나타가 심심하고 답답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터보차저를 추가한 센슈어스가 정답을 이야기해 줄 것이다.

글, 사진 | 유일한

 

새로 등장하면서 세단 대신 매끈한 형태의 4도어 쿠페 스타일을 지향하는 쏘나타가 터보차저와 새로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터보'라는 것을 강조할 만도 한데, 이번에는 터보가 아니라 '센슈어스'라고 한다. 그런데 터보를 이름에서 지워낸 것 치고는 한 눈에 봐도 스포티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디자인을 가졌다. 게다가 움직임에서는 스포츠카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왜 터보를 강조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두 가지 해답을 추리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소문 상으로만 존재하는 '쏘나타 N'의 존재, 또 다른 하나는 터보차저를 추가한 것 치고는 그리 높지 않게 느껴지는 출력이다. 그러나 하루를 넘게 운전해 보면서 느낀 것은 '운전을 즐기기에 충분한 그러면서도 일상 생활에서 부담이 없는 움직임' 이었다. 이에 따라 이제부터 센슈어스에 대한 것을 조금은 더 정밀하게 파해치고자 한다.

콘셉트카에 조금 더 근접하다

아마도 '센슈어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무언가 익숙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2018년 초, 현대차가 제네바모터쇼 무대에 올렸던 콘셉트카 '르 필 루즈'에 적용되었던 디자인 언어가 바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이다. 한글로는 '감각적 역동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언어를 아예 전면에 내세운 만큼 이번에 출시한 쏘나타 센슈어스를 '감각적인 쏘나타'라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

일반 쏘나타 모델과 비교했을 때 한 눈에 드러나는 차이는 바로 '크롬의 과감한 삭제'이다. 그릴과 앞 범퍼 하단을 장식하던 크롬 라인은 모두 사라지고 그 곳을 다른 디자인과 블랙 패턴으로 채웠다. 그릴에는 보석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깎아낸 듯한 형상의 ‘파라메트릭 쥬얼(Parametric Jewel) 패턴’을 적용했는데, 빛으로 그 형상을 재현한 '르 필 루즈' 콘셉트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콘셉트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쏘나타를 처음 접했을 때도 그릴과 보닛, 범퍼 간의 경계가 없어 매끈하다는 느낌과 함께 한편으로는 이질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센슈어스는 범퍼를 표시해주던 크롬조차 없으니 좀 더 역동적이다라는 느낌과 함께 이질감이 더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디자인이 이전에 YF 소나타보다 더 파격적이기에 약간 걱정을 했는데, 그 동안 국내에서 팔린 쏘나타의 대수를 보면 그것은 기우였나보다. 시대가 그렇게 흐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면을 장식하는 블랙은 사이드미러, 차체 하단을 두르고 있는 스커트, 리어 범퍼 일부와 디퓨저에도 적용되어 역동성을 더한다. 게다가 일반 모델과는 달리 센슈어스는 뒤 범퍼 오른쪽 하단에 당당하게 머플러를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인 차체의 형상도 4도어 쿠페 느낌으로 역동성과 파격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 블랙으로 포인트를 주고 디퓨저와 머플러까지 추가하니 '달리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름이 왜 센슈어스인지 헛갈릴 정도다.

그런데 실내로 들어오면 이 모든 것이 평범해진다. 디자인이 일반 모델과 차이가 없는 건 이해하겠지만, 역동성이 되는 포인트조차 없다는 점이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스포츠 시트까지 바라는 건 힘들 지 몰라도 스티어링 휠까지 일반 모델에 사용하는 4 스포크 타입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모델로 넘기기에는 운전 시 다가오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실내에서의 스포티는 소문의 '쏘나타 N' 모델에 맡겨두는 수밖에 없겠다. 그래도 크게 아쉽지 않은 것은 1열 시트가 코너에서 의외로 상반신을 잘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현대기아차의 기능들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디지털 디바이스 쪽에서는 국내에서 적수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쏘나타에 처음 적용하기 시작한 보스(Bose) 오디오 역시 그렇다. 저음을 강조하는 오디오의 특성 상 대다수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을 것이다.

CVVD를 몰라도 괜찮아

센슈어스에 탑재되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CVVD(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 엔진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상황에 따라 엔진 밸브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출력은 물론 연비까지 잡은 엔진이다. 캠 안에 편심을 이용하는 구조물을 적용했다든지, 제어를 위해 모터를 새로 개발했다든지, 기존 엔진보다 더 높은 350bar의 압력으로 연료를 직접 분사한다든지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소비자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출력이 나오면서도 연비가 좋아지는지, 엔진 내구성은 믿을 만 한지, 결국 차량 유지비 그리고 스트레스와 직결되는 사항일 것이다. 그 중에서 내구성은 솔직히 며칠 정도의 시승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 엔진에 적용되는 전자장비를 새로 만들고 양산화가 결정된 만큼 허용 범위의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믿을 수 밖에. 그러니 이번에 집중하는 것은 운전자를 만족시키는 출력과 연비가 나오는 지의 여부이다.

가속 페달을 밟고 출발하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일반 모델보다 훨씬 더 가속이 편하다는 것이다. 출력은 180ps로 일반 모델보다 20ps만 높을 뿐인데, 토크에서 큰 차이가 난다. 무려 7kg-m이 더해지기도 하지만 1,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니 당연히 출발하는 느낌부터 다를 수 밖에. 그 결과 일반 모델과 달리 가속 페달에 힘을 줄 필요가 없고 운전하는 도중에도 훨씬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게다가 변속기의 반응도 확실히 다르다. 엔진 회전을 제어하려드는 일반 모델의 6단 자동변속기와는 달리 센슈어스의 8단 자동변속기는 상당히 빠르게 반응하며 스트레스를 줄인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알아서 변속되는 시점을 고회전으로 맞춰주니 굳이 패들시프트에 손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엔진과 변속기가 달라진 것만으로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일반 세단을 약간 능가하는 즐거움이 만들어진다.

고속도로를 주로 사용하는 운전자에게도 센슈어스는 매력적이다. 100km/h 에서의 엔진 회전은 1,700rpm 정도로 억제되는데, 만약 그대로 순항한다면 복합연비 13.2km/L는 그대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승 중에는 와인딩 주행도 있었고 4,000rpm을 넘는 고회전을 자주 사용한 만큼 최종적으로 11.5km/L를 기록했다. 게다가 상당히 조용하다. 1열 유리창과 윈드실드에 이중접합 유리를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

코너링 성능은 지금까지 등장한 쏘나타 DN8 모델 중에서 제일 좋다. 현대차가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하면서 프레임과 서스펜션에서 큰 진보를 이룬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타이어가 큰 관여를 하고 있다. 일반 모델과는 달리 고성능 스포츠 모델에 사용하는 '피렐리 P 제로' 타이어를 사용하는데, 와인딩에서도 급격한 헤어핀을 만나지 않는 이상 스키드음조차 들을 수 없다. 운전자와 동승객에게 안심감을 주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고속 주행 중 스티어링으로 느껴지는 감각도 안정적이고, 십여 년 전에 현대차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이륙할 것 같은 감각'도 이제는 없다. 센슈어스가 이 정도라면 앞으로 등장할 고성능 모델은 어떨 지 기대가 크다. 장거리 운전 중 피로를 덜어주는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을 비롯해 다양한 ADAS 장비는 안전과 함께 운전자의 편의를 보장한다. 아마도 ADAS의 정확도 부문에서 현대기아차와 겨룰 수 있는 제조사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쏘나타 센슈어스는 특별히 성능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넉넉한 출력과 토크는 어디까지나 스트레스 없는 운전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고,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안정감과 안심감을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능으로 인해 기대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가족이 이용해야 하지만 때로는 혼자서 성능을 즐기고 싶은 운전자가 한밤중에 혼자서 갈증을 달랠 수 있는, 그것이 바로 센슈어스의 역활인 것이다.

그래서 만약 일반 쏘나타가 성능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운전자가 있다면, 센슈어스는 그 부족함을 매워주는 세단이 될 것이다. 게다가 평범하게 운전하면 조용하고 편안한 세단이니 같이 탑승한 가족들이 반대할 명분도 없다. 어쩌면 일반 쏘나타보다 센슈어스가 더 많이 판매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터보 대신 센슈어스라고 말하는 것은 혹시 터보차저에 대해 반발감이 있는 이 땅의 내무장관들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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