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70

  • 기사입력 2017.10.07 13:12
  • 최종수정 2020.09.01 23:32
  • 기자명 모터매거진

That’s Enough

제네시스 G70은 어떤 의미로든 정의선 부회장에게 중요한 모델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리더십을 보여줘야할 시기에 내놓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볼륨을 높힐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C 세그먼트 세단이라고 보기에 과할 만큼 고급스러운 소재로 실내·외를 꾸몄다.

유럽 명문가의 경쟁자와 겨루기 위해서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현대차가 간수하던 기술을 죄다 쏟아부은 느낌이다. 제사 떡도 커야 귀신이 좋아한다고 했던가, 소비자들의 간택을 받으려 무척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글 | 이승용 사진 | 최재혁

지난 9월 20일 현대차는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제네시스 G70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비스타 워커힐호텔에서 출발해 경기도 포천 근교를 왕복하는 130km 구간이었다. 볼수록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맘을 사로잡았다.

분에 넘치게 고급스러운 실내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막둥이다. 내리사랑이라고 현대차는 G70에 많은 애정을 담았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을 메운 메시 타입의 고급스러운 장식물과 독특한 디자인의 주간주행등, 위풍당당한 엠블럼을 감싸고 보닛으로 이어진 캐릭터 라인 등 큰 틀은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외형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옆모습이다.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 짧은 프런트 오버행, 유려하게 흐르는 지붕선, 트렁크 리드 끝자락을 살짝 세워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한 실루엣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차체 비율이 좋아 전체적인 윤곽선과 라인이 매우 날렵해 보이고 기품 있어 보인다.

개인적인 푸념을 하자면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심에 너무 많은 디테일 요소를 넣다 보니 다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앞모습이 흠이란 것.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에 발맞춰 G70은 화려한 스타일과 더불어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로 뭇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부잣집 자제들처럼 말끔한 슈트 차림에 어울리는 비싼 액세서리로 한껏 멋을 부렸다.

G70의 실내를 들여다보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C 세그먼트 세단에는 분에 넘치는 호화스러운 실내 장식이다. 특히 3.3T 스포츠 트림은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앞뒤 시트를 값비싼 나파 가죽으로 덮어씌우고 퀼트 모양의 꼼꼼한 바느질 솜씨로 꿰매어 마무리했다.

각종 버튼의 테두리는 반짝이는 크롬으로 치장했다. 인테리어에 쓰인 장식물은 리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그야말로 인테리어는 더할 나위 없이 고급스럽다. 손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인테리어를 살펴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경쟁 상대로 꼽은 유럽 브랜드의 동급 차종이 당해낼 재간이 없을 정도로 값비싼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규모가 큰, 중요한 중형 세단 시장에서 활약할 귀한 자식이기 때문인 것. 내리사랑이라고 막내에게 씀씀이가 호탕하다. 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기에 그지없다.

2.0T와 2.2D 모델은 그레이 투톤 인조 가죽과 천연 가죽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내장 컬러는 블랙 버건디 투톤과 베이지 그린 투톤, 스포츠 레드 등 7가지다.

외장 컬러도 다양하다. 마블 화이트, 플래티넘 실버, 레이싱 그레이, 카본 메탈, 티타늄 블랙, 로얄 블루, 그레이스풀 그레이, 블레이징 레드, 엄버 브라운, 레피스 블루의 10가지 컬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미러링크, 멜론 서비스, 애플 카플레이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새롭게 카카오 인공지능(AI) 플랫폼의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음성인식의 정확성이 높아 지도 검색이 매우 편리하다.

그밖에도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고 어라운드뷰 모니터, 헤드업 디스플레이어 등 편의장치가 가득하다. 더욱이 첨단 주행지원 기술(ADAS)을 활용한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과 실내에 9개의 에어백을 장착해 안전에 최선을 다했다.

심장을 흔들어 깨우는 파워

시승 차는 전부 3.3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3.3T 스포츠 모델이었다. 배기량이 적은 가솔린 엔진 2.0T와 디젤 엔진 2.2D 모델이 더 궁금했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제네시스의 기함인 EQ900에 쓰인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이 G70의 운전석에도 적용되었다. 운전 자세는 편했지만, 시트 포지션이 살짝 높은 편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잠을 깨워 짜증을 낼 법했지만, 반응은 얌전하고 조용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현대차의 N.V.H는 칭찬할 만하다. 소음이 들어올 만한 틈을 방음재로 꽁꽁 틀어막아서 실내는 조용하기만 했다.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없을까 걱정 어린 마음에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전자음으로 제작한 배기 사운드를 인위적으로 들려주는 사운드 제너레이터 기능을 적용했다.

그런데 그 역할이 그리 달갑지만 않다. 오히려 반감을 샀다. 심취하려면 좀 더 강력한 엔진 소리가 필요하다.

운전자 모드는 4가지 타입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기어노브를 움직여 매뉴얼 방식으로 기어를 변경할 수 없다. 운전대에 달린 패들 시프트로만 매뉴얼 조작이 가능하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어 변속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런 점은 메르세데스-벤츠를 벤치마킹한 모양새다.

인테리어를 꼼꼼히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장점을 잘 버무려 놓은 듯하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3.3ℓ 터보 엔진에서 강력한 힘이 활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최고출력은 370마력이고 최대토크가 무려 52.kg∙m이다. 스포츠 세단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역시 막강한 힘이다.

G70의 가속 성능은 출중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4.7초 만에 통과하는 준족을 자랑한다. 활시위에서 튕겨 날아가는 화살처럼 재빠르게 움직였다. 최고시속이 270km이라며 자랑삼아 내세우듯이 속도계의 눈금은 300km까지 새겨져 있다.

고속도로에 다다르자 힘껏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였다. 머리가 젖혀질 정도로 경쾌한 움직임이다. G70의 빠른 가속 성능에 박자를 맞추듯 심장 박동이 자꾸만 빨라졌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차체가 도로 위에서 살짝 떠오를 것 같았다.

슬금슬금 아찔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손끝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만지는 기분이랄까, 뾰족한 긴장감에 신경계가 격하게 반응하며 아드레날린을 과다하게 분비했다. 털끝이 솟았다. 마른 침을 삼키며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왕성한 파워트레인의 기운에 온몸이 뜨겁게 반응했다.

반면 고속 주행 중에 창틀과 바닥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노면 마찰음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점이 대형 세단이 아닌 C 세그먼트임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고속에서 G80은 G70보다 확실히 조용했었다.

시승 코스에서 과격한 코너링을 경험할 수 없었지만, 고속도로 위에서 섀시의 반응과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미루어 짐작하기에 유럽 차와 견줄만하다고 여겨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G70의 탄탄한 차체와 경쾌한 몸놀림에 감성적으로 맘이 기울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프레스티지 세단이란 후광을 입기에는 아직 설익었지만, 목표에 집중하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만큼 같은 세그먼트에 속한 경쟁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품질은 농익었다. 흔한 말로 가성비, 가격 경쟁에서 우세하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초기 반응은 뜨겁다. 출시와 동시에 2000여 대 이상 팔렸다. 성공적인 시장 진입으로 한껏 기세가 등등하다. 그렇다고 자만해선 안 될 것이다. 가까운 친척 스팅어를 거울삼아 시장을 냉철하게 짚어 봐야만 한다.

수입차를 쫓는 비범한 사냥꾼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시기다. 여차 잘못하면 치열한 전쟁터에서 총알받이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85×1850×1400mm

휠베이스 2835mm

무게 ​​​1775kg(시승 차)

엔진형식 ​​​V6, 가솔린

배기량 3342cc

최고출력 370ps

최대토크 52.0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시승 차)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225/40 R 19(앞), 255/35 R 19(뒤)

복합연비 8.6km/ℓ(시승 차)

CO₂ 배출량 197g/km

가격 ​​​4720만~5410만원(시승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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