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CK WITH SILKY, BMW 840i 그란쿠페

  • 기사입력 2019.11.12 13:45
  • 기자명 모터매거진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며 미래의 영광을 기약한다. 지금부터….

글 | 안진욱

20년 만에 8이라는 숫자를 다시 꺼냈다. 사실 i8에 사용했지만 그 8은 지금부터 말할 그 8이 아니니 예외. 여하튼 BMW E31 8시리즈는 전설적인 쿠페다. 팝업 타입 헤드램프는 밤을 알리는 세레모니를 펼쳤다. 주먹만 한 키드니 그릴과 B필러가 없는 게 특징이자 매력이었다.

때문에 창문을 열면 개방감이 상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필러 하나를 삭제해도 될 만큼의 섀시 강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파워유닛도 8기통과 12기통만 품었던 진짜 럭셔리 쿠페였다. 1990년에서부터 1999년까지 3만 대 정도 생산했고 지금도 자동차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당시 8기통 엔트리 모델 가격이 약 7만달러에서 시작했다. 엄청 비싸지만 지금은 더 비싸다. 이것이 자본주의에서의 8시리즈 가치다.

이전 6시리즈 대신에 8시리즈라 네이밍한 것은 더욱 고급스러울 것이라는 강한 의지다. BMW 경영진이 플래그십 7시리즈 보다 높은 숫자를 쉽게 허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3시리즈의 쿠페 버전은 4시리즈다. 이러한 BMW 공식대로라면 6시리즈는 5시리즈급 쿠페 버전이고 8시리즈는 7시리즈급 쿠페인 셈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있어 럭셔리 쿠페는 비록 볼륨 모델은 아니지만 브랜드 밸류를 보여준다. 상위 브랜드로 갈수록 소비자들의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이동수단을 넘어 액세사리와 장난감이어야 한다.

또한 스포츠카는 가벼워 보이고 세단은 무거워 보일 때 찾는 게 럭셔리 쿠페 모델이다. 지갑 뚱뚱한 이들을 잡기 위해 BMW는 최고급 쿠페를 만들어야만 했다.

8시리즈는 쿠페, 컨버터블, 그리고 그란쿠페로 다시 나뉜다. 커버를 장식한 주인공은 그란쿠페다. 라인업 중 국내 가장 먼저 출시될 모델이다. 디자인 전공이 아니라 친절하게 외관을 설명할 순 없다. 그냥 잘 생겼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비머들 중에서 가장 잘 생겼다.

개인적으로 E보디 모델들을 가장 좋아하고 F보디에서는 F10을 가장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8시리즈는 G보디에서 가장 훌륭한 디자인으로 꼽고 앞으로 나올 G코드를 사용하는 모델들도 이를 뛰어 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하나로 이어진 거대한 키드니 그릴이 어색하지 않다. 키드니 그릴이 커지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갖는 이들도 여기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헤드램프는 얇게 깎아 날카로운 눈매를 완성했다.

옵션으로 최대 600m까지 밝힐 수 있는 레이저 라이트와 셀렉티브 빔을 선택할 수 있다. 프런트 범퍼는 공기흡입구를 큼지막하게 뚫어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쿠페 모델의 진가는 측면 디자인에 있다. 길다란 도어 패널에 캐릭터 라인을 몇 개 그어 밋밋함을 덜어냈다. 거기에 BMW 답게 짧은 프런트 오버행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유려한 루프 라인으로 우아함을 표현한다. 패스트백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선을 매끈하게 그렸다.

그란쿠페는 2도어 쿠페 모델을 단순히 늘리고 문짝 2개를 더 단 게 아니다. 무작정 휠베이스만 길어지면 아름다운 비율을 해치게 된다. 쿠페 보다 A필러를 조금 더 세워 그린하우스 높이를 키웠다. 이로서 헤드룸을 확보하는 동시에 예쁜 비율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무게는 약 70kg만 증가했다.

늘씬한 몸매의 뒤태는 잔뜩 화가 나 있다. 빵빵한 리어 범퍼에 과감한 디테일을 새겼다. 자신들의 금형 기술을 자랑하듯 음각과 양각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네모난 머플러 커터는 범퍼 하단 끝에 깔끔하게 자리잡고 있다.

트렁크 리드는 살짝 접어 올려 미적지수와 다운포스를 동시에 올렸으며 트렁크 공간은 440ℓ다. 후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테일램프는 최신 BMW들처럼 L자 면발광을 담고 헤드램프처럼 얄팍하게 만들었다. 5m 살짝 넘는 길이, 2m 살짝 못 미치는 너비의 금속덩어리를 앞뒤 공격적으로, 옆은 부드럽게 빚었다.

인테리어 역시 익스테리어 만큼 신경 썼다. 운전석 중심으로 짜여진 센터페시아는 신상의 따끈따끈함이 전해진다. 패밀리룩이지만 톤은 다르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크기도 크지만 터치가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심지어 터치를 하지 않고 간단한 동작만으로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계기판에는 LCD 패널을 넣고 게임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집어 넣었다. 기어노브는 스와로브스키와 함께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그 것이다.

클래스에 맞게 편의장비도 가득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충돌 및 보행자 경고와 도심 제동 기능, 차선 변경 및 이탈 경고, 속도 제한 정보, 그리고 후방 교차 통행 및 충돌 경보 기능까지 이 모두가 기본적으로 달린다.

거기에 막다른 길에 당황하지 않고 되돌아 갈 수 있는 후진 어시스턴트 기능도 기본 제공된다. 최대 50m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지만 유투브에서 보기만 해도 신기했다.

8시리즈 그란쿠페 보닛 아래에는 6기통 가솔린과 디젤 엔진, 그리고 8기통 가솔린 엔진을 골라 넣을 수 있다. 국내에는 BMW의 장기인 실키식스 6기통 가솔린 트림이 먼저 들어온다. 직렬 6기통 3.0ℓ 엔진에 터빈을 달아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1.0kg·m의 힘을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바퀴로 전달한다.

변속기는 당연히 ZF의 것을 사용한다. 다가올 겨울철이 걱정이 된다면 x드라이브를 선택하면 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2초, 네 바퀴로 굴리면 4.9초 걸린다. 모두 최고시속은 250km에 봉인시켜놨다.

준수한 파워트레인에 맞장구 쳐줄 수 있는 하체도 준비했다. 댐핑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기본적으로 장착된다.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보장하면서 역동적인 움직임에는 안전하게 대응해준다.

여기에 후륜 조향 시스템인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까지 달아 코너링 퍼포먼스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 아이템이면 고갯길에서 긴 휠베이스를 원망할 일은 없다. 고속에서 롤링을 잡아 줄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는 별도로 선택할 수 있다.

폭발적인 가속력을 기대하고 타지 않았는데 브로셔에 적힌 숫자보다 훨씬 매콤하게 전진한다. 고속도로에서도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구동손실율이 0에 가까울 것이다. 이정도 파워를 느껴보면 8기통 모델 혹은 M 배지가 아쉽지 않다.

거기에 탄탄하게 운동시킨 하체 덕분에 마음껏 달려도 괜찮다. 저속에서 승차감이 좋아 고속에서 좌우 롤링과 피칭을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스피드미터의 바늘이 올라갈수록 댐핑압력 또한 올라간다.

디자인과 하드웨어 구성만 놓고 보면 럭셔리 쿠페라 불리기엔 충분하다. BMW 가문에서 최상위에 위치한 8시리즈가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기대가 된다. 앞서 말했듯이 8시리즈는 840i 그란쿠페를 시작으로 쿠페, 그리고 M 보스인 M8 컴페티션까지 줄이어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SPECIFICATION *(xDrive)

길이×너비×높이 ​​5082×1932×1407mm

휠베이스 ​​​​3023mm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배기량 ​​​​​​​​2998cc

최고출력 340ps

최대토크 ​​​​51.0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RWD / AWD*

가격 ​1억34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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