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EXP 100 GT, FUTURE OF ELECTRIC GRAND TOURING

  • 기사입력 2019.09.07 14:5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벤틀리 창립 100주년을 맞아 등장한 EXP 100 GT. 그저 단순한 콘셉트카가 아니라 2035년 벤틀리 GT 모델들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한다. 예술 작품에 가까운 미래를 말이다.

글 | 유일한

자동차가 등장한 지 100년이 넘은 현재,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모빌리티로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각 제조사가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와중에 벤틀리가 내놓은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모빌리티를 넘는 럭셔리’로 그 동안 추구해왔던 럭셔리를 미래에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는 전기모터와 자율주행 등의 기술도 들어가 있지만, 본질은 어디까지나 ‘넉넉하면서도 감동적인, 인간의 경험을 위한 공간’이다.

벤틀리 EXP 100 GT는 크다. 길이 5.8m, 폭 2.4m에 달하니 그 경쟁 상대를 손쉽게 찾을 수 없다. 마치 정교하게 가공한 크리스탈을 보는 것 같은 헤드램프와 프런트 ‘매트릭스’ 그릴은 이 차가 갖고 있는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차체는 약간 어두운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벤틀리는 이 색상을 나침반(Compass)이라고 부른다. 곳곳에 알루미늄과 구리를 사용하여 장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벤틀리가 만들었던 비행기 엔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차체가 길고 도어 길이가 2m에 달하지만 측면이 비어보인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유려한 곡선을 갖춘 면과 선을 조합해 날렵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위로 열리는 시저 도어는 평범한 주차장에서는 절대 열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이다. 필러와 윈도 하단에는 구리로 라인을 넣었고 차체 하단에는 공기역학과 럭셔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라인이 있다. 3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한 테일램프는 리어를 기능적으로 좁히면서 날렵함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실내에서는 또 다른 럭셔리가 펼쳐진다. 나무와 가죽, 양모 등 서로 다른 재료를 눈에 띄지 않도록 결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패턴, 형태, 질감, 색상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주변 사물과 잘 어울리지 않는 유리조차도 금속과 목재, 가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센터 콘솔에 있는 크리스탈은 영국의 장인들이 제작한 것으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벤틀리 퍼스널 어시스턴트’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은 운전자를 파악하여 반응한다. 직접 운전하거나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파악하며 온도 및 승객 위치와 환경 조건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생체 인식 센서’도 내장하고 있다. 눈과 머리의 움직임, 혈압까지 파악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시트를 조절하거나 지붕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제어한다. 유리로 제작한 지붕은 예술 작품인 동시에 기능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빛이 부족할 경우 광섬유를 통해 좀 더 밝은 실내를 만들어낸다.

모든 재료는 자연에서 얻은 것을 사용한다. 외부에 적용한 페인트는 쌀겨를 이용해 만든 것이며, 나무는 영국의 호수 및 강에서 5000년 동안 생명을 유지해 온 나무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나뭇가지만을 골라 적용했다. 와인 제조 시 나온 부산물을 사용하는 바이오 기반의 가죽, 전통 기술을 사용한 자수, 영국의 농가에서 얻은 양탄자 카펫 등은 모두 환경을 생각하는 것들이다. 구리와 알루미늄, 유리 역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이다.

엔진이 없는 대신 4개의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최고속력은 시속 300km에 달하며 1회 충전으로 700km를 주행할 수 있다. 기존 에너지 밀도의 5배에 달하는 배터리를 사용하며 전체 용량의 80%를 충전하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 거대한 차체이지만 1900kg로 가벼움을 자랑한다. 운전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차세대 트랙션 드라이브 기술을 사용해 코너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전기 벤틀리도 GT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벤틀리는 이제 단순한 럭셔리를 넘어 예술 작품의 경지에 오르려 한다. 그리고 그 미래는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는 시대에도 운전의 재미로서 계속 유지될 것이다. 100년이 넘은 자동차 제조사는 이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음 100년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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