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08 GT

  • 기사입력 2017.09.13 17:23
  • 최종수정 2020.09.01 21:12
  • 기자명 모터매거진

HE’S GOT THE POTENTIAL

프리미엄 SUV 킬러 푸조 3008이 드디어 GT 배지를 달았다. GT 모델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노멀 3008보다 강해졌고, 무엇보다 프랑스산 세련미와 럭셔리가 물씬 풍기는 실내에는 푸조 GT 특유의 스포티한 감성을 아낌없이 담았다.

글 | 박지웅 사진 | 주보균(시공간작업실)

SUV 인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국내 판매 대수 절반이 SUV일 정도다. 사람들이 이 장르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높은 시야는 물론 공간 활용도와 안정성 등에서 많은 점수를 땄을 것이다. 제조사들은 풍부한 옵션을 올린 프리미엄 SUV 모델로 구애하는 상황.

여기에 질세라 프랑스 자동차 명가 푸조도 올 초 첨단 옵션을 대거 장착한 3008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여세를 몰아 8월에는 여름 햇살처럼 프리미엄 SUV 시장을 뜨겁게 달굴 최고급 트림 GT가 출격했다. 한눈에 봐도 인기를 한 움큼 쥐어갈 강력한 녀석임이 분명하다.

성형하지 않은 자연미남

GT라인이 GT의 예고편이었을까. 3008 시리즈 마지막 주자 GT의 외모에는 큰 변화가 없다. 고성능 이미지를 나타내는 GT 배지가 붙는 차라면 달라도 아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멀 모델은 물론 GT 라인과도 차별화한 스포티한 보디 키트로 둘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허나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일품이다. 이미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어서 확확 바뀐 디자인이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노멀 3008과는 좀 더 차이가 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헤드램프다. 노멀 3008이 이빨 빠진 사자였다면, GT 라인부터는 사자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형상화한 멋진 헤드램프가 GT만의 공격성을 드러냈다.

프런트 디퓨저는 슬롯 구멍 3개를 뚫어 디테일을 살렸고, 양쪽 끝 슬롯에는 GT 라인에도 없던 전방 카메라를 깔끔하게 숨겼다. 포그램프 위치도 다르다. 공기의 흐름을 생각했는지 헤드램프와 가깝게 위쪽으로 바짝 붙였다. 좌우 에어덕트를 가리지 않게 말이다.

매서운 눈꼬리를 따라 측면으로 가본다. 캐릭터 라인 위에 최상위 트림임을 알려주는 GT 배지가 선명하게 붙어있다. 차급을 알려주는 부분은 또 있다. 크롬으로 포인트를 준 사이드미러 커버다. 스포티한 느낌을 돋우는 세심한 배려다.

1인치 커진 19인치 휠은 제 신을 찾은 신데렐라처럼 휠 하우스 안에 꼭 맞다. 휠 하나만으로 차가 얼마나 다부져 보이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타이어는 콘티넬탈 사(社)에서 공급받은 235/50 R 19 타이어를 신었다.

빨간 테일램프는 익스테리어 감상의 하이라이트다.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자국을 나타냈다. 사자 발톱이 원래 4개인 것은 굳이 따지고 들진 않겠다. 중요한 건 3개로도 충분히 예쁘다는 것이니까…. 이미 GT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는지 직선을 이용해 날카롭게 그렸다.

예쁜 여자에게서 눈을 못 떼듯 뒤태를 보는 내내 시선을 압도한다. 루프 라인이 뚝 떨어지는 장르 특성상 후방 와류가 심하기 마련. 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뒤로 넓게 뻗은 루프 스포일러를 달았다. 미관상 보기에도 좋다.

명불허전의 인테리어

인테리어가 첨단을 달리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의 위엄

시선 한 곳에 차의 기능이 다 있다

기어노브도 인체공학적 디자인?

프렌치 엘레강스 도우미, 무드등

알칸타라와 마사지 기능이 만났다

묵직한 도어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사이드 가니시까지 덮었다. 덕분에 차를 타고 내릴 때 바지가 흙탕물 등으로 얼룩질 일이 없다.

‘2017 올해의 차’로 뽑히며 지금까지 26개 상을 받은 이유는 실내에서 분명하게 찾을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실내는 가히 최고의 인테리어라고 부를 만하다. 중동 부호가 수백억을 들여 산 요트 내부도 이보다 화려할 순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적어도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SUV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실내는 흠 잡을 데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디자인이다. 운전자 중심의 인체공학적 레이아웃은 주행 중 어떤 조작도 편리하게 디자인했다.

토글스위치는 주요 기능을 큰 카테고리로 모아 배치했고, 세부조작은 터치스크린에서 가능하다.

GT 트림 역시 군더더기 없는 실내 디자인을 그대로 가지고 출시했다. 대신 고급소재인 알칸타라를 사용해 하위 트림과 확실한 차별을 뒀다.

대시보드, 도어트림 패널을 덮은 알칸타라는 더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텀-플랫 스티어링 휠은 GT 계열 모델을 위해 태어났다. 타공 가죽으로 그립감을 높인 이 작은 스티어링 휠에 손을 올리면 스포츠카에 앉은 착각이 든다.

계기판은 2세대 아이-콕핏(i-Cockpit)의 자랑인 12.3인치 풀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전체 디스플레이가 전혀 다른 화면으로 변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말 필요한 정보 외에 모두 꺼버리는 모드도 있다. 타코미터 바늘이 오른쪽에서 시작하는 것도 이색적인 특징이다.

운동한 남성처럼 가슴이 시원하게 벌어진 시트도 알칸타라로 덮었다. 허리뼈까지 확실하게 받쳐 듬직하다.

알칸타라 때문에 뻑뻑한 느낌을 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옷 소재와 궁합이 맞아 딱 달라붙는 안정적인 착좌감을 선사한다.

웬만한 코너에서는 사이드 볼스터의 도움 없이도 몸을 지탱할 수준이다. 시트는 피로한 운전자를 위해 마사지사가 되기도 한다. 푸조는 GT 오너에게만 5가지 타입의 마사지 기능을 탑재한 시트를 허락했다.

대한민국 표준체형이라면 실내 공간도 부족함이 없다. 단지, 평균적으로 키가 큰 프랑스인들에게는 헤드룸과 레그룸이 부족하지 않았겠냐는 의문이 든다. 적재 공간도 훌륭하다. 손을 쓰지 않고도 열 수 있는 테일 게이트 안에는 590ℓ 적재 공간이 존재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자그마치 1670ℓ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거의 실내의 반은 짐을 가득 싣고 달릴 수 있는 뛰어난 공간 효율성이다.

GT 라인 아닙니다. GT입니다

최상위 트림답게 힘을 키운 엔진을 깨워본다. 방음이 꼼꼼해 귀에 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계적인 조향사가 정성 들여 만들어 디퓨저가 후각을 기분 좋게 자극할 뿐이다. 출발을 위해 멋스러운 전자식 기어노브를 조작해 페달을 밟아본다.

어느 정도 밟아도 디젤 엔진 특유의 떨림이 몸으로 전달되지 않고, 귀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푸조 GT만의 달리기 감성을 알아볼 시간이다. 당연히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에 놓았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중후한 배기음이 귀청을 때린다. 환청이 아니다.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는 운전 재미를 더해줄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활성화된다. 스포츠 주행에서 배기소리가 없으면 앙금 없는 팥빵처럼 밋밋한데, 디젤 엔진 모델의 아쉬운 부분을 다행히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채웠다.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가 눈살을 찌푸릴 염려는 없다. 실내에서만 들을 수 있어 배기 사운드가 더 과격해도 좋을 것이다.

직렬 4기통 2.0ℓ 엔진은 최고출력이 60마력 늘어난 180마력이고, 최대토크도 10.2kg·m 늘어난 40.82kg·m이다. 고성능 자동차를 의미하는 GT 배지를 단 것치고는 초라한 수치다. 허나 풍부한 토크 덕에 주행 중 힘에 부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임에도 기어 변속 타이밍이 비교적 빠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미션을 보호하려는 의도다. 기어노브에 보이는 ‘M’버튼으로 수동모드에 진입하면 좀 더 짜릿한 변속이 가능하다.

도로가 한적한 틈을 타 풀브레이킹을 시도했다. SUV 특성과 FF 구동방식이라는 약점에도 노즈다이브 현상이 크지 않다. 자세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일직선을 유지한다. 정확한 제동거리를 재보진 않았지만, 제동은 짧은 시간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비상등이 점멸해 급박한 상황도 주변에 전달한다. 급한 코너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허나 순전히 고성능 퍼포먼스 타이어인 콘티넨털 콘티스포트 콘택트 타이어를 신긴 결과로 예상한다.

3008시리즈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15만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에 프랑스에서 출격한 푸조 3008 GT는 3008 시리즈 인기에 쐐기를 박을 끝판왕이다. 외관이면 외관, 실내면 실내, 그리고 성능까지, 까면 깔수록 양파 같은 매력이 넘치는 3008 GT에게 기자도 매료됐다.

충분한 힘을 가졌다. 다루지 부담스럽지 않아 운전도 편하다. 화려한 실내 소재며 옵션은 억대를 호가하는 차를 오히려 능가한다. 무엇보다 가격까지 착하다. 무엇을 더 따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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