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F-페이스 R 스포츠 VS BMW X5 M50d VS 테슬라 모델 X VS 포르쉐 카이엔(2)

  • 기사입력 2019.07.05 09:48
  • 최종수정 2021.06.25 15:12
  • 기자명 모터매거진

WORTH IT

나날이 커지는 프리미엄 SUV 시장. 내로라하는 프리미엄을 자랑하는 인기 수입 SUV 4총사를 불렀다. 기분 좋은 연료 효율의 F-페이스, 디젤 파워를 극대화한 X5, 기름 한 방울 쓰지 않는 모델 X, 감성 충만한 카이엔. 각기 빠지지 않는 장점들을 갖춘 이들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글 | 김상혁, 박지웅, 안효진, 유일한

사진 | 최재혁

PERFORMANCE

KIM’S

처음 엉덩이를 붙인 건 테슬라 모델 X였다. 솔직히 많이 놀랐다. 선입견이 너무나 심하게 입혀져 있었던 것 같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주행감성은 기대할 수 없지만 즉각적으로 토크를 뽑아내며 치고 나가는 데 발군이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이나 노면 접지력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여타 전기차 모델과 다른 주행감각이 짜릿하다. 전기차가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방식의 표본을 보여줬달까?

BMW M50d는 솔직히 반칙 아닌가? 터보를 4개나 가져다 붙여 400마력에 77.5kg·m의 성능을 낸다. 넷이 나란히 달리면 이내 사이드미러 밖으로 세 녀석이 사라지겠다. 디젤 엔진이 고회전 영역을 넘나들며 안겨주는 주행 감각은 꽤나 매력적이다.

심지어 사운드도 심금을 울린다. 승차감도 뛰어나고 모자람 없어 보이지만 너무 뛰어난 성능 탓일까? 코너링 시 차체 밸런스는 완고하지 못하다. BMW가 원래 말랑한 차였나? 싶은 느낌이 들 정도.

포르쉐는 역시 포르쉐다. 아주 야무지다. 덩치는 커졌지만 포르쉐 특유의 핸들링 손맛이 살아있다. 재빠른 조향에 이은 앙칼진 움직임,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가속성 등 역시 포르쉐답다. 매끄럽게 노면을 밟아나가며 진동을 억제하는 모습도 미소를 띠게 만드는 점이다. SUV라는 장르 탓에 소음을 확실히 차단함으로써 청각적 쾌감은 느끼기 어렵다.

앞선 세 녀석의 스펙이 너무 짱짱하다. F-페이스는 2000cc의 180마력이 초라해 보이지만 막상 달려보면 다르다. 짱짱한 하체에 엔진을 쥐어짜듯 출력을 뽑아내며 줄기차게 뻗어나간다. 네 모델 중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까지 기록은 가장 낮은 녀석이지만 속도라는 것은 절대 속도와 상대 속도가 있는 법,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체감은 결코 세 녀석에게 밀리지 않는다.

재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땐 약간 굼뜬 모습도 보이지만 기민한 움직임으로 안정적으로 탈출한다. 어쩌면 오버 스펙인 세 녀석보단 다루기 수월한 F-페이스가 같이 달리기에 제일 적합할 듯?

PARK’s

먼저 재규어 F-페이스 콕핏에 앉았다. 모인 차 중 제원상 출력이 제일 평범한 친구다. 움직임 역시 그리 민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몰아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무난한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을 얹고도 제법 움직임이 가볍고, 43.8kg·m이나 하는 풍부한 디젤 토크 덕에 원하는 데로 치고 나갈 수 있어 운전이 지루하지 않다. 다른 세 대가 분명 고성능이라 불릴만한 차들이지만, 의외의 반전 매력을 가진 F-페이스의 주행 성능에 적지 않게 놀랐다.

다음은 X5 M50d. 앞서 몰아본 F-페이스도 디젤 모델이었지만, 터보가 네 발이나 달린 이 차는 차원이 다른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가속 페달에 발을 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는 토크는 그대로 네 바퀴로 전해져 노면을 박차고 튕겨 나간다.

BMW가 작정하고 역동성을 마구 버무린 M 퍼포먼스 모델이기에 오히려 SUV보단 스포츠카에 가까운 느낌이다. 굳이 실용적인 SUV와 스포츠카를 다 가져야 한다면 X5 M50d 한 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역시 스포츠카만 만들던 녀석들은 다르다. 카이엔은 포르쉐가 만들면 어떤 차도 스포츠카란 우스갯소리가 사실처럼 느껴진다. 911 시리즈로 다져진 스포츠 DNA가 한결같이 세단인 파나메라에도, SUV인 카이엔에도 스며들었다.

모델명에 ‘S’도 붙지 않은 기본형으로 불리지만, 오히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아주 딱 좋은 출력에 브랜드 특유의 탄탄한 주행 질감을 보이는 기본형은 스포츠 주행의 정석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모델 X에 오른다. 외부 소음과 완벽하게 차단된 조용한 실내 분위기는 운전하기 더없이 안락하다. 속력을 마구 올려도 노면과 마찰하는 타이어 소음이 조금 올라올 뿐 조용한 분위기 속에 안락한 주행을 계속해 이어갈 수 있다.

스포츠 주행을 즐기자면 불가피하게 원치 않는 엔진 굉음을 들어야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 포인트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웬만한 스포츠카도 못 당해낼 폭발적인 출력을 뿜는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AHN’S

오늘 모인 차들은 한 마디로 달리는 즐거움과 함께 실용성, 공간 활용성을 모두 갖춘 프리미엄 중형 SUV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이 모든 조건을 가장 만족스럽게 충족시켜준 모델은 BMW X5 M50d다.

육중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빠른 가속과 강력한 토크로 달리는 재미를 주는 건 물론이고, BMW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를 올려 험로나 방지턱도 부드럽게 통과해 어린아이들과 함께 타고 있어도 부담이 적다. 특히, 온 길을 다시 후진으로 기억해서 돌아나가는 리버싱 어시스턴트도 갖춰, 몸집이 큰 SUV라도 손쉽게 막다른 골목을 빠져나갈 수 있다.

아이가 둘 이상인 집이라면 이 중에서 테슬라 모델 X만 한 것도 없다. 6인이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은 물론 다소 통통한 몸집에도 다양한 첨단 기술을 더해 운전이 더없이 편하다. 운전자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까지 보여주는 8개의 서라운드 카메라와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주변 장애물들을 즉각적으로 알려준다.

또한 오토파일럿을 사용하면 특별한 조작 없이도 교통 상황에 맞게 알아서 속도도 조절하고 차선도 유지해주니 이보다 편할 수 있을까?

SUV도 이렇게 가벼운 몸놀림으로 즐겁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은 포르쉐 카이엔뿐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운전하며 잠시 SUV인 것을 깜빡 잊을 뻔했다.

스포츠카와 동일한 경량 구조 원리를 그대로 적용해 카이엔 차체 또한 911, 파나메라와 같이 스틸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포르쉐 서피스 코티드 브레이크라는 고성능 브레이크를 조합해 말 그대로 ‘잘 달리고 잘 멈춰 서는 기본 정석’을 보여준다.

제원상으로 볼 때 이 네 모델 중에는 재규어 F-페이스가 가장 얌전한 모양새다. 그러나 브랜드 고유의 레이싱 DNA는 감출 수가 없다. 경량화와 강성을 모두 확보한 알루미늄 인텐시브 보디 구조는 다이내믹하면서도 부드러운 핸들링과 편안한 승차감을 확보했다.

또한 세밀하게 세팅된 기어와 새로운 엔진 시스템은 완벽하게 맞물려 운전자의 다양한 드라이빙 스타일에 맞춰 즉각적으로 반응해 앞선 세 모델 못지않게 화끈한 달리기 재미를 누릴 수 있었다.

YU’S

전기차의 특성 상 토크가 강할 수밖에 없지만, 모델 X는 탈 때마다 놀라는 것 같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4.6초이니 어지간한 스포츠카는 물론 슈퍼카와 붙어도 될 정도다. 그래서 엔진음이 없다고 가속 페달을 조금 세게 밟으면 그대로 몸이 뒤로 젖혀진다.

차가운 디지털적인 마인드로 본다면 이 차가 최고겠지만, 빈약한 피스톤 엔진이 돌던 시절부터 자동차를 접한 필자는 감성적이기에 숫자만으로 최고점은 못 줄 거 같다.

그런 감성 시점에서 묻는다면 F-페이스를 빼놓을 수 없다. 예상과는 다르게 디젤 모델이 도착해서 약간 당황스럽지만, 그리 큰 상관은 안 해도 된다. 43.8kg·m의 막강한 토크가 중요한가? 엔진을 회전시키는 감각에 있어서는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독일차와는 달리 살짝 자세가 무너지려고 하면서 또 잡아나가며 달리는 감각, 그것이 인간과 자동차의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스티어링 휠이 손에 잡히는 감각도 오늘 모인 4대 중에서는 가장 좋은 거 같다.

완벽에 가까운 스포츠카를 만드는 포르쉐답게 카이엔의 운동성은 날카로우면서도 안정적이다. 옛 용인 스피드웨이 시절 ‘일본 스포츠카들을 카이엔 혼자서 다 앞질렀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그대로 믿어도 좋을 만큼이다.

터보 모델이 아니니 출력이 좀 약한 면이 있지만(그런데 이제는 모두 터보차저 엔진이다. 이 모순은 무엇인가?) 안정적으로 고속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BMW X5는 디젤 중에서 출력이 강하다는 M50d 버전인데, 확실히 강하다는 것은 알겠고 운전의 재미에도 충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재미있는 차는 상대적으로 출력이 약한 F-페이스이니 이 모순을 어찌할까 싶다.

만약 지금보다 더 강한 출력을 가진 차들이 온다면 어떨까? 포르쉐에게는 카이엔 터보가 있고 재규어에게는 F-페이스 SVR이 있다. BMW도 V8 엔진을 탑재한 새로운 X5 M을 준비 중이다. 이들을 모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정면승부를 성사시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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