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가 마련한 보물 찾기, 태백 스피드웨이 시승회

  • 기사입력 2019.10.16 13:38
  • 기자명 모터매거진

 

보물 찾기가 시작됐다. 보물이 숨겨진 장소는 태백 스피드웨이, 꼭꼭 숨겨둔 보물은 과연 어디쯤에?

글 | 김상혁

사진 | 김상혁,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8월 27일 자동차 기자단을 태백 스피드웨이로 불러들였다. 태백 스피드웨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녀석들은 앙증맞은 전기차 트위지를 비롯, 클리오, 마스터다. 세 모델과 서킷의 조합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 가벼운 유머로 회자되던 조합이다.

서킷에 들어서기 앞서 진행된 이벤트는 트위지 슬라럼이다. 트위지는 소형 전기차로 빠르진 않아도 작은 차체와 심플한 구성으로 인해 체감 속력이 꽤 인상적이다. 시속 10km 내외의 카트를 타며 느끼는 쾌감과 비슷하달까?

전기차 특성상 액셀러레이터로 전해지는 움직임이 직관적이다. 내연기관과는 다른 느낌의 슬라럼이기에 느껴지는 이질감이 재미 요소로 작용된다. 엉덩이를 붙이기 전 ‘스티어링 휠만 꺾어도 아스팔트에 키스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으나 트위지는 지면을 잘 붙들며 달려나간다.

노면 충격을 엉덩이와 손에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즐겁기만 하다. 스티어링 휠의 유격이 크고 무거운 편인데 슬라럼 주행을 해보고 난 후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작은 차체의 가벼운 트위지가 스티어링 휠마저 날래다면 다루기 쉽지 않았을 터, 이리저리 휘두르다 사고 위험만 늘어날 테니까.

이어진 프로그램은 마스터 주행 프로그램이다. 지극히 단순하다. 마스터를 정해진 코스에 따라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마스터는 2.3ℓ 디젤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이 6단 수동변속기로 인해 마스터 프로그램은 빛을 발했다. 최근 수동변속기 모델을 찾기 힘들 정도로 대세는 자동변속기가 차지하고 있다. 수동 면허조차 취득하지 않는 추세. 기자들 중에서도 수동 면허가 없는 사람이 존재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했다. 수동 면허가 없는 기자에게 마스터로 연습하고 수동 면허를 취득하라고 연신 꼬드겼다. 마침 마스터 프로그램의 코스도 직진 코스, T자 코스, 변속 및 오르막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연습하기에 적절했다.

몇 번의 울컥거림과 함께 시동을 꺼먹기 일쑤, 그럼에도 인내를 가지고 동료 기자는 T자 코스까지 다다랐다. 길이 5550mm, 너비 2020mm, 높이 2500mm, 휠베이스 3685mm의 차체는 초짜에게 버거웠던 모양이다. 라바콘을 짓밟는 것은 물론이고 롤러코스터 버금가는 울컥거림이 연이어 발생했다. 결국 프로그램 진행팀에 의해 동료 기자는 ‘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수동 면허를 취득한지 어언 15년, 간간이 수동 모델을 몰았으나 감이 떨어진 상태인 기자 역시 불안한 마음으로 엉덩이를 올렸다. 1단을 넣고 서서히 출발, 클러치가 상당히 가볍고 감이 좋아 동력 전달이 수월했다. 헌데 속력이 좀 빨랐다. “3단 들어갔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인스트럭터의 한마디에 헛웃음이 났다.

기자 역시 수동 해치백 모델을 타고 다니는 입장에서 가장 힘겨울 때가 오르막길이다. 자동변속기가 얹어진 차량이 뒤에 바짝 붙기라도 하면 부담스럽다. 허나 마스터는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와 오토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적용돼 부담을 덜어준다. 이제 막 수동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도 오르막길 정도는 문제없을 듯?

태백을 호령한 듀엣

그토록 기다렸던 순서, 태백 스피드웨이를 달릴 시간이다. 태백 스피드웨이는 과거 국내 모터스포츠의 요충지 중 하나였으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대중에게 멀어진 서킷이다. 지난해부터 복잡했던 이해관계를 청산하고 본격적인 새 출발을 알린 태백 스피드웨이, 이곳에 클리오가 발을 디뎠다.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클리오가 출중한 성능을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쾌한 움직임과 직관적인 스티어링 휠의 반응, 2.5km 길이 태백 스피드웨이 서킷이 맞물려 익사이팅하다.

태백 스피드웨이는 가속 구간이 상당히 짧다. 뿐만 아니라 코너의 간격도 짧아 클리오의 진가를 발휘하기 더할 나위 없다.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노면 이물질과 크랙도 간간이 보이지만 덕분에 집중력은 한층 강화된다. 집중력을 끌어올리니 클리오의 장점이 들어온다. 뚜렷하게 느껴지는 무게 중심이다.

가속 후 코너로, 코너에서 코너로 앞머리를 들이밀면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엉덩이에 전해지는 무게 이동과 직관적인 핸들링이 만나 조작이 수월하다. 시야뿐 아니라 손과 발이 다음 코스로 넘어가는데 여유를 준다는 얘기다.

조금이라도 핸들링에 실패하면 사이드 월이 누우면서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 타이어의 비명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소리, 허나 서킷에서는 타임 로스의 확실한 증거다. 타임 로스를 줄이면서 나만의 레코드 라인을 만들고 자동차와 유기적인 교감을 이어주는 것, 클리오는 그 기본에 충실하다.

색동저고리 둘러입은 아이처럼 앙증맞은 트위지도 서킷에 섰다. 고르지 않은 노면, 오직 달리기만을 위한 아스팔트, 급격한 코너에서 트위지가 자신을 어필할 수 있을까? 적어도 슬라럼을 통해 바닥에 드러눕지 않을 거란 안도감은 줬으나 살짝 불안하다.

모터 소리와 함께 잰걸음으로 나아가는 트위지, 힘겹다. 뒤에서 달려오는 클리오에게 연신 자리를 비켜주며 의기소침하다. 천천히 그러나 최선을 다해 속력을 끌어올린 트위지는 옹골찬 주행감을 뽐낸다. 모터의 힘으로 즉각적인 토크를 노면에 전달하며 주행해 나간다. 스티어링 휠이 흔들리고 조향 각이 커지는 듯하지만 문제없다. 쾌속 주행은 아니니까.

가속 구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으면 최대 시속 85km 정도 속력을 낸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도 없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뗐다 하는 것만으로 차체를 제어할 수 있어 이색적이다. 성능이 안겨주는 스릴은 부족하지만 차체의 진동, 실내를 파고드는 바람, 정직하게 읽어내는 노면 정보가 나름의 쾌감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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