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 기사입력 2017.09.11 13:49
  • 최종수정 2020.09.01 21:09
  • 기자명 모터매거진

VELAR DO BALLET

경박하게 촐랑거리지 않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아하게 표현한다. 아름다운 실루엣을 감상하다 조명이 켜지니, 외모가 감탄스럽다.

글 | 안진욱  사진 | 랜드로버

적당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넘칠까 혹은 모자랄까 눈치 보며 일단 최선을 다해야한다. 레인지로버가 적당한 모델을 선보였다. 모델명 벨라. 랜드로버가 1969년 럭셔리 디비전 레인지로버를 출시할 때 프로토타입 모델명이 벨라였다.

당시 랜드로버 엔지니어들은 비밀스러운 이 프로젝트에 ‘숨다’라는 뜻의 라틴어 벨라르(Velare : 라틴어)를 자주 사용했다. 때문에 벨라르 끝에 ‘E’를 떼고 프로토타입 모델명을 벨라(Velar)로 지은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양산차에 벨라의 이름을 준 것은 랜드로버가 레인지로버를 세상에 소개할 때의 초심과 각오를 담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레인지로버의 인기는 대단하다. 작은 체구의 사람이 큰 차를 좋아하는 대리만족(?) 때문인지 특히 콘크리트 지지층 중에 여성들의 비율도 높다.

기존의 레인지로버(이보크 제외)들은 덩치가 컸다. 차체가 높아 운전하기는 편하지만 어라운드 뷰 기능과 주차장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도 주차하기는 힘들었다. 큰 덩치로 예쁜 카페가 몰려있는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악몽이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큰 덩치가 위풍당당하게 멋있지만 어찌 보면 살짝 작은 녀석이 필요했다. 비단 여성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적당히 크면서 둔하지 않은 레인지로버가 남성들에게도 필요했으니까. 이보크보다 존재감이 있으며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단 덜 부담스러운 게 벨라다.

지나칠 수 없는 외모

디자인은 현재 랜드로버에서 출시하고 있는 전 모델 중 가장 잘 생겼다. 재규어 F-페이스와 XE, 그리고 XF에 사용되는 IQ 플랫폼을 사용해 늘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기자는 지난 서울 모터쇼에서 벨라를 처음 봤다. 당시 많은 취재진들은 벨라의 디자인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컨셉트카로 착각할 만큼 예쁘다.

실제로 주변에서 벨라를 구매하려고 대기 중인 지인들이 많다. SUV 특유의 붕 떠 보이는 느낌은 전혀 없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위에서 살짝 눌러 놓은 것 같아 다부져 보인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가 0.32cd로 랜드로버 중에서 가장 유려하다. 사람이나 차는 눈이 예뻐야 한다.

레인지로버 시그니처 주간주행등은 현대적으로 한 번 더 해석했고 헤드램프의 끝자락은 더욱 길게 뽑아 미적지수를 높였다. 프런트 범퍼는 양쪽 가장자리에 공기흡입구를 시원스레 뚫고 가니시로 장식해 스포티한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벨라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숨어있다 까꿍하며 튀어나오는 플러시 도어핸들은 특별한 차를 타는 느낌을 준다. 스마트키를 통해 도어의 잠금을 해제하거나 도어핸들에 작은 버튼을 누르면 그 정체를 드러낸다. 도어가 잠기거나 시속 8km 이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도어핸들은 원위치로 돌아간다.

이는 에어로다이내믹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이성에게 보너스 70점을 받을 수 있다. 벨트 라인 윗부분을 블랙 페인트로 덮어 그린하우스를 독립적으로 표현했다. 차체 색을 부각시켜주면서 차체를 길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었다. 뒷모습은 앞에서 보던 크기와 달리 웅장한 맛은 덜하다.

실제로 벨라는 뒤쪽으로 수렴하는 디자인이라 그렇다. 허나 엉덩이가 빈약해 보이기는커녕 빵빵해 보인다. 또한 디테일에 열을 올렸다. 테일램프는 얇게 만들어 세련되게 꾸몄고 머플러 커터는 리어범퍼에 깔끔하게 매립했다. 3개의 핀으로 구성된 디퓨저까지 마련해놨다.

실내는 역시 레인지로버다. 대칭형 레이아웃 센터페시아는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은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해 버튼을 최소화했다. 10인치 터치스크린이 두 개가 달리는 데 처음에는 사용하기 낯설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까꿍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도강가능 높이

차체를 최대한 올릴 수 있는 높이

가벼우면서 강하다

영리하게 네 바퀴를 굴린다

최적의 토크분배로 주행안정성 향상

위아래 모두 손 댈 수 있다

와이파이 연결 가능한 대수

주행 정보는 거대한 화면으로

상단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각도까지 조절되어 운전자의 앉은키에 상관없이 빛 반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에서 가져온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크고 두께가 얇지만 장르에 맞는 설계다. 패들시프트가 있어서 손가락이 심심하지도 않다.

시트는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싸 촉감이 좋고 푹신푹신해 편하다. 역시 레인지로버는 가장 이상적인 목장을 지구 어딘가 숨겨놓은 것이 분명하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본다.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어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40 : 20 : 40으로 폴딩을 할 수 있어 필요한 만큼 적재가능하다.

리어 시트를 전부 접으면 558ℓ의 적재공간을 1731ℓ로 확장시킬 수 있다.

무엇이든 지나칠 수 있다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 주행을 준비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벨라는 2.0ℓ과 3.0ℓ 디젤 엔진, 그리고 3.0 가솔린 엔진, 이렇게 3가지 파워유닛이 준비되어 있다.

인상적인 것은 디젤 엔진 모두가 트윈터보라는 점. 두 발의 터빈으로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0kg·m의 힘을 낸다.

6기통 3.0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괴력을 지니고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0ℓ 모델이 7.3초, 3.0ℓ 모델이 6.5초로 덩치와 연료에 맞지 않는 민첩함을 보인다.

가솔린 V6 3.0ℓ 엔진은 슈퍼차저를 더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파워로 0→시속 100km가 5.7초다.

모든 엔진은 ZF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시승차는 3.0ℓ 디젤 엔진을 보닛 아래 품고 있다.

엔진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운다. 분명 디젤 엔진을 얌전하게 다루는 것은 재규어랜드로버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보다 우수하다.

아이들링 시에도 정말 조용하다. 다이얼로 기어레인지를 드라이브로 옮겨 차를 움직여본다. 정숙함은 계속 유지 된다.

300마력의 디젤 파워는 공도를 접수한다. 밟는 대로 쭉쭉 잘도 나간다.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아도 추월하기 수월하고 차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변속기가 내조도 잘 한다. 촘촘한 기어비와 빠른 변속 속도로 길지 않은 토크밴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71.4kg·m의 넘치는 토크에도 움직임이 경박하지 않다. 발레리나의 느긋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스텝이다. 파워도 파워지만 가벼운 섀시 영향이 크다.

온로드에 포커스를 둔 모델이기에 알루미늄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필요 없는 지방덩어리가 없다.

엔진 응답성도 빠릿빠릿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둔하지도 않다.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경례를 한 후 ECU와 TCU에 데이터를 집어넣은 것처럼 우아하게 차체를 이끈다.

때문에 차가 신경질적이지 않아 손쉽게 힘을 다룰 수 있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도 힘이 모자란 기색이 없다.

확실히 배기량이 크고 고출력 디젤 엔진이라 그런지 후반 영역에서 지치지 않고 스피드미터 바늘을 치켜 올린다. 최고시속 241km는 무난히 점령할 기세다.

고속안정감이 떨어진다면 이렇게 가속페달을 밟을 수 없다. 차체가 높지만 고속안정감이 훌륭하다.

시속 105km 이상이 되면 에어 서스펜션이 차고를 10mm 낮춰주고 잘 빚어 놓은 차체는 공기를 손쉽게 뚫고 달려 나가기 때문이다.

반면 고속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은 아쉽다. 레인지로버나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A필러가 누워있음에도 바람의 소리가 귓가에 전해진다.

지금 생각해 보니 형들보다 조용하면 버릇없어 보일까봐 자제했을 수도 있겠다. 벨라는 품격을 중요시 여기는 녀석이니까.

에어 서스펜션은 부드러움과 단단함 사이에서 잘 세팅되었다.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해주면서 좌우롤링이 심하지 않다.

프런트 액슬은 더블 위시본, 리어 액슬은 멀티 링크로 차체에 연결해 거동이 뒤뚱거리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 봐도 주행안정화장치가 쉽게 개입하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가 괜찮다.

핸들링은 차분하면서 정확하다. 뒷바퀴가 조향 명령에 지각하는 법은 없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고 토크벡터링의 도움으로 운전하기 만만하다. 그리는 곡선도 삐뚤삐뚤하지 않다.

잘 달리고 잘 도는 만큼 잘 선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2t이 넘는 차체를 운전자가 원하는 지점에 세우기 충분하다.

노즈다이브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없고 코너에서 제동이 걸리더라도 차체가 코너 안으로 말려들어가지도 않는다. 또한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지치지 않는다.

출력에 어울리는 제동성능이다.  벨라와 데이트가 끝나고 소파에 앉아 브로셔를 꺼냈다. 가격은 9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벨라는 애매한 세그먼트이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에서 라이벌을 찾기 힘들다. 굳이 찾자면 한 지붕 아래 잠자고 있는 재규어 F-페이스를 꼽을 수 있다.

같은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기에 더욱 고민이 되겠지만 분명 레인지로버 배지는 무시 못 한다.

또한 비슷한 가격대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있지만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뺏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벨라는 치밀한 계산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품성이 높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작지만 어디 내놔도 주눅들 덩치는 아니다. 결정적으로 엄지가 절로 올라갈 얼굴을 가졌으니.

SPECIFICATION

LAND ROVER RANGE ROVER VE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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