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ROUND GO, 쉐보레 트래버스

  • 기사입력 2019.10.12 09: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SUV의 본고장에서 건너 온 쉐보레 트래버스와 함께 서울에서 강원도 끝까지 긴 여행을 떠났다. 그 끝에 있는 것은 극단적인 편안함, 그리고 넉넉함이 주는 여유.

글 | 유일한

사진 | 쉐보레

지난 해부터 들어온다고 말만 많았던 쉐보레의 대형 SUV 트래버스가 드디어 제대로 한국 땅을 밟았다.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작년부터 국내에서 조금씩 일어나는 것 같았던 대형 SUV 싸움이 이제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는 것.

그래서 쉐보레는 링에 오르기 전 자신들의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 이전까지 국산차라는 이름 하에 미들급에서 싸워야 했다면, 이제는 수입차라는 이름으로 헤비급에서 싸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말대로 트래버스는 헤비급일까? 필자 역시 실물을 직접 체험하기 전까지는 미들급에서 싸울 자신이 없다고 생각해 헤비급으로 올렸다고 봤다. 그런데 눈 앞에서 실물을 직접 마주치고, 짐을 싣고 사람들을 태운 후 움직여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트래버스는 헤비급이 맞고, 다른 미들급들과는 차이가 있다. 몇 시간의 시승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모든 승객을 태우고 이 정도의 편안함을 주는 SUV는 국내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날렵함 속에 숨긴 거구, 그리고 V6

트래버스를 앞에서 본다면, 그 덩치가 쉽사리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쉐보레 특유의 듀얼 포트 그릴과 차체에 비해 가는 형태의 헤드램프가 날렵함을 먼저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롬 도금 그릴이라면 덩치를 조금이라도 더 느낄 법 하지만, 필자의 앞에 서 있는 것은 블랙 보타이 엠블럼과 블랙 그릴로 한껏 멋을 낸 레드라인 에디션이라 그런 감각도 적다. 범퍼 하단의 블랙 라인도 거구를 숨기는 데 일조한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길이 5200mm, 휠베이스 3073mm의 거구가 그대로 드러난다. 높이도 1785mm로 필자의 키를 뛰어넘고 있으니 옆에 서면 괜히 작아지는 것 같다. 휠하우스를 원형 대신 사각형으로 다듬은 것은 SUV의 본질인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했다는 증거이다.

2열 C필러에서 테일게이트까지의 거리가 3열 좌석을 넉넉하게 갖췄다는 것을 보여준다.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직선으로 강하게 이어진 숄더 라인과 블랙 레드를 조합한 트래버스 레터링이 포인트다.

후면에서는 다크 틴팅을 적용한 테일램프와 다크 라인이 반긴다. 이것만으로도 일반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이며, 리어 범퍼 하단도 블랙을 적용해 나름대로 멋을 부리고 있다.

테일게이트는 멋을 부리기보다는 실용성을 고려해 거의 수직으로 다듬은 형태이며 오픈 버튼은 번호판 쪽이 아니라 범퍼와 테일게이트 끝부분이 만나는 곳에 있다. 범퍼 아래 발을 넣어서 열 수도 있는데, 센서 부분을 쉐보레 조명이 비추므로 정확히 센서를 건드릴 수 있어 편리하다.

실내는 그저 넉넉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7인승 모델이기에 1열과 2열 모두 독립식 시트를 사용하는데, 조금 단단하다는 느낌이 있긴 하나 장거리 주행에서는 오히려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3열 좌석은 극단적인 편안함은 주지 않지만, 성인도 앉을 수 있을 정도이며 2열에 거인이 앉지 않는 이상 무릎이 2열 등받이에 닿을 일은 없다. 승객이 모두 탑승하고도 넉넉하게 확보되어 있는 트렁크는 장거리 캠핑 여행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다. 국내에 수입되는 트래버스는 모두 최고출력 314ps를 발휘하는 3.6ℓ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다.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2.0ℓ 버전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잠시 주행을 해 보자 그 의문은 금방 해소됐다. 아무래도 덩치가 있어서인지 경쾌하게 치고 나가지는 못한다. 배기량이 높은 이 엔진의 출력이 차체의 무게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속 페달을 일부러 깊게 밟지는 않았는데,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이런 식으로 엔진 회전을 억제하는 주행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은 더 깊게 밟아도 즉각적으로 출력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4000rpm을 넘긴다면 그 뒤부터는 다른 차량들을 앞서나갈 수 있으나, 가족과 주로 탑승하게 될 SUV를 스포츠카처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스티어링에 패들시프트가 없다는 것도 그런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고속 영역까지는 그런대로 쉽게 도달할 수 있는데 초고속 영역에 도달하기가 힘든 것도 그런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달리고자 하면 초고속 영역 근처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고 그 속도에서도 차체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브레이크가 견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무게를 감안하면 브레이크 자체는 잘 듣는 편이지만, 급정거를 위해 브레이크를 깊게 밟는다면 트렁크에 실은 짐이 뒤통수에 날아오기 전에 동승자의 손바닥이 먼저 날아올 것이다.

만약 운전석에 앉지 않았다면, 고속 주행 중에도 잠을 잘 수 있다. 다행히 고속 영역까지는 풍절음이 효과적으로 차단되고, 완만한 코너 또는 차선 변경에서도 차체가 안정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 영역을 넘어 초고속 영역으로 조금이라도 진입하려 하면 그 순간부터는 3열에서 풍절음이 강해지고 이내 2열로 그 소음이 강하게 침입해 온다. 한 마디로 초고속 영역 진입은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이며, 그만큼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SUV라는 명제에 충실하고 있다.

어느 새 심심한 고속도로 주행을 끝내고 오프로드로 들어섰다. 평상시에는 MTB가 주로 다니는 코스지만, 이번에는 트래버스의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검증하게 된다.

게다가 비가 내리는 바람에 곳곳에 진흙 코스가 만들어져 난이도는 한층 더 올라간 상태. 캠핑이 활성화 된 요즘, 다른 이들 없이 가족끼리 오붓하게 진짜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테스트 코스로는 딱 알맞은 컨디션이 된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래버스는 크기와 엔진의 넉넉함으로 이루어진 미국식 SUV의 전형, 그리고 올 어라운드 자동차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래서 이제는 같은 대형 SUV 급에 속해 있어도 체급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소비자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다음 달에는 트래버스와 그 경쟁자들이 모여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비교당하게 될 것이다. 만약 지금 판단할 수 없다면, 다음 달까지 기다려 주길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