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팅어 3.3 터보 AWD

  • 기사입력 2017.07.11 13:56
  • 최종수정 2020.09.01 20:27
  • 기자명 모터매거진

READY FOR TAKE OFF

기아가 세상이 놀랄만한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 한 대를 출시했다. 형상은 세단이지만 한눈에 봐도 결코 만만한 친구가 아니다. 괴력을 뿜어내는 V6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전용 배지까지 달았다. 일단 우리나라 국산차 중 가장 빠르다.

이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구매욕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힘을 재빠르게 노면에 쏟아내는 건 8단 자동변속기가, 안정적인 제동은 브렘보 브레이크가 담당한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덩어리 기아 스팅어야말로 우리나라 남성 심장박동수를 올리는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이지 않을까?

글 | 박지웅

사진 | 주보균(시공간작업실)

얼마 전, 기아차가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를 보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에센투스’나 ‘에센시스’로 이름 지어질 것처럼 소문만 무성하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

이해는 한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이제 출범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라인업 구성도 촘촘하지 않아 세계 무대에 완벽하게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기아 프리미엄 브랜드의 출범은 현대차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기아는 대신 형 현대를 따라 고급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독자 엠블럼을 달고 지난 5월 23일 출시한 기아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 스팅어가 단적인 예다. V8 엔진을 얹고 프리미엄 대형 세단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한 K9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기아 엠블럼을 부착하고 대중에게 고급 이미지를 주기란 역부족이었을 터. 이번에 작정하고 만든 스팅어는 기아 엠블럼과 K시리즈 차명까지 버렸다. 만만의 준비를 한 것이다.

우선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기아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 기아 최초의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당장 생각나는 것만 2가지다. 폭발적인 인기는 예상했다. 고성능 파워트레인과 최첨단 프리미엄 옵션의 조합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기자는 이 뜨거운 감자가 듣던 만큼 대단한지가 궁금했다. 프리미엄 세단에 녹아든 기아만의 고성능은 어떻게 표현됐는지 6월의 어느 날 스팅어를 만나 파헤쳐보았다.

기아 역대급 훈남이다

잘 달리지만, 앞도 잘 본다

비가 세어들어갈까봐…

영롱한 블랙 크롬이 스팅어 포인트 담당

리어 범퍼 에어 덕트는 가짜지만, 듀얼 트윈 머플러는 진짜다

탐난단 말이지

시승하기로 한 스팅어는 최상위 트림인 3.3 트윈터보 GT 모델. 디테일 하나하나 살아나는 흰색이다. 날렵한 인상이 돋보이는 무채색의 스팅어를 만났을 때 든 생각은 ‘그놈 참 잘 생겼다.’

고성능 프리미엄의 기본 컨셉트를 살리려 한 노력이 보인다. 특히 얼굴은 공기역학적 요소를 많이 넣었다. 프런트 범퍼 좌우에 커다랗게 뚫린 에어덕트는 실제 공기를 빨아들여 프런트 휠 쪽으로 보낸다. 브레이크로 인해 뜨거워진 휠 하우스 내부의 열기를 식히려는 의도다.

보닛 위 에어벤트는 막혀있어 실제 역할은 하지 못한다. 호랑이 코를 닮은 기아의 시그니처 그릴과 강인한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만 가지고서는 조금 밋밋했을 얼굴에 고성능의 이미지를 하나 추가한 셈이다.

계산은 정확했고, 스팅어 얼굴은 멋있어졌다. 열이 많은 엔진이겠지만 쿨링 시스템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문제없다. 괜히 구멍을 만들어 부가적으로 엔진 내부 구조가 복잡해지는 것보다 낫다.

늘씬한 선으로 측면 날렵함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스포츠백 루프 라인은 타고난 스포츠 세단 라인 그 자체다. 날렵한 라인은 잘 달리는 녀석처럼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뒤 창문 경사각이 낮아져서 모르긴 몰라도 룸미러로 보이는 후방 시야가 시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런트 양쪽 펜더에 달린 에어벤트는 브레이크 디스크 열이 휠 하우스 안에 머물지 않도록 뒤로 계속해서 빼는 역할을 한다. 거기에 언더커버 아래에서 유입된 공기가 브레이크 디스크 열을 식힐 수 있도록 한 ‘브레이크 쿨링 홀‘도 스팅어에 처음 적용된 자랑거리다.

에어벤트 뒤로 스트레이트 라인이 보인다. 사이드 스커트 위로 뛰어나와 있어 담백한 측면 디자인을 근육질로 살렸다. 달리게 되면 다운포스까지 만들도록 영리하게 디자인했다.

그러고 보니 군데군데 하이글로시 다크 크롬이 보인다. 프런트를 포함에 측면까지 에어로다이내믹스가 적용된 디자인에는 다크 크롬 처리를 해서 한층 돋보이게 했다. 솔직히 기자는 다크 크롬 색상에는 불만이 없지만, 무광으로 처리되는 것이 더 세련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니 넘어가겠다.

엉덩이의 특장점이라면 단연 하나로 이은 테일램프다. 간혹 현대 그랜저 IG를 연상시키긴 하지만 개성이 강해서 기억에 잘 남는다.

비교적 후륜 브레이크에는 열이 적어서일까? 리어 범퍼에 이미지성으로 만들어놓은 에어벤트는 구멍이 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리어 범퍼에는 고성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듀얼 트윈 머플러를 장착했다. 더 공격적으로 생기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분명 디퓨저도 달렸다. 고속 주행 시 후면 공기흐름을 제어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속도감 없는 안락한 뒷자리

매너남으로 만들어주는 버튼

스팅어도 셀카존이?

국산차 속도계에 300은 처음이다

프리미엄 세단다운 풍성한 옵션

뒷자리에도 사람이 탄다는 것을 안다

실내를 감상하기 위해 문을 열자 나파 가죽으로 덮은 레드 시트가 반긴다. 전체적으로 외관과 같은 수준의 고성능 이미지가 많이 녹아 있다. 운전자 손이 제일 많이 닿는 스티어링 휠은 바텀-플랫으로 만들어 감성 지수를 올렸다.

전자식 기어 노브는 때가 타면 아까울 것 같은 세련된 디자인을 뽐낸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연상시키는 삼구 송풍구와 돌출형 LCD 모니터는 스포티함을 살리려한 취지는 이해되지만 더 기아다웠다면 좋았을 뻔했다.

드라이브 모드 선택이나 내비게이션 등 비교적 사용 빈도수가 높은 버튼은 변속기 주변에 배치해 레이아웃 완성도를 높였다. 운전 자세 3개까지 저장 가능한 똑똑한 시트는 스포츠 주행 때 필요한 날개까지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시트 통풍기능은 스포츠 주행으로 뜨겁게 달궈져 있을 몸을 식히는데 최고다. 계기판 속도계가 300까지 찍혀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설계자는 실구매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었을 것이다.

루프 라인이 낮아 걱정했지만, 뒷자리 헤드룸은 꽤 넉넉하다. 뒷자리 시트도 너무 엉덩이가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안락한 착좌감을 준다. 뒷자리에서 듣는 돈값 하는 옵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는 일품이다. 3존 독립 냉난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뒷자리에서도 온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6:4로 폴딩하면 403ℓ 용량을 추가로 제공한다.

사실 스팅어는 경쟁모델로 BMW 4시리즈를 지목했다. 브랜드 인지도는 높지만 4시리즈는 프리미엄 세단에 속할 만큼 높은 등급의 차는 아니다. 스팅어는 해당 등급에서 없어도 이상하지 않을 옵션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옵션으로 치자면 오히려 BMW 5시리즈와 경쟁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버튼의 질감이나 마감재 같은 것만 보더라도 수입차 부럽지 않은 수준을 보인다. 기아가 괜히 자사 고급화 라인업의 첫 모델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빠르지만 빠른지 모른다

순간이동 시켜버리는 막강한 녀석

스팅어 보닛 아래에는 G80 스포츠에 들어가는 V6 3.3ℓ 트윈터보 엔진이 이륙 준비를 마쳤다. 8단 자동변속기 맞물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괴력을 뿜어낸다. 이것은 5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사용해 주행 성향에 맞게 힘을 사용한다. 아마 스포츠 모드에 항상 가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M4 같은 고성능 수입차에서나 볼 수 있는 론치컨트롤을 사용하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4.9초다.

시동을 건다.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터보랙이 약간은 느껴지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지구 끝까지 갈 기세다. 고속안정성은 확실히 프리미엄 세단 같다. 고속 주행 시 풍절음으로 인한 실내 정숙성과도 직결되는 도어 고무 몰딩 마감이 뛰어나다.

게다가 엔진음 유입을 막기 위해 격벽 구조로 엔진룸을 설계하고 차체 실링을 보강했다. 끝이 아니다. 진동 저감형 토크 컨버터를 달아 혹시 남아있을 진동까지도 잡으려 노력했다. 거기에 더해 차체 강성도 훌륭하다. 일부러 과속방지턱을 대각선으로 넘어 봐도 차체가 뒤틀리는 기분 나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스팅어 달리기 능력을 본격적으로 검증해 볼 시간.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한다. 계기판이 아닌 헤드업 디스플레이로만 속도를 가늠해야 한다.

컴포트 모드랑은 차원이 다르다. 목이 뒤로 젖혀질 만큼 스릴 있는 가속력이다. 간헐적으로 지나는 요철에도 흔들림만 느껴질 뿐 차체 흐트러짐은 없다. 심심한 실내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가 엔진 회전수에 박자를 맞추며 부족한 감성을 채워준다. 드라이브 모드별로 달라지는 5개의 사운드 제네레이터 엔진음 덕에 귀가 즐겁다.

소위 R-MDPS라고 불리는 핸들링 기술이 적용된 스팅어 스티어링 휠은 기어비가 늘어나 민첩한 핸들링을 가능케 한다. 원하는 만큼 재빠르게 차가 움직이는 쾌감은 느껴봐야 안다. 과격한 핸들링에도 그립이 유지된다.

시승차는 옵션으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후륜기반 사륜구동은 해외 제품으로 대체했다. 허나 스팅어는 현대위아가 국내 최초로 만든 후륜 기반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눈길처럼 미끄러울 때는 구동력을 앞뒤에 반반씩 나누어주니 똑똑하다.

스팅어의 제동 성능은 빨강색 브레이크 캘리퍼 농도만큼 진했다. 역시 기아가 신경 써 세팅한 티가 나는 부분이다. 잘 달리는 차는 잘 멈춰야한다는 기본 원칙을 잘 담아냈다. 스팅어의 제동 능력은 좌우 한쪽으로 쏠리는 법 없다.

풀브레이킹 시 노즈 다이브 현상도 없다. 예측했던 곳보다 앞에 멈춰 설 정도로 제동 거리가 짧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4-피스톤, 2-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물린 결과다.

스팅어는 기아의 미래 방향을 결정지을 새로운 시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승해본 결과 이 친구의 성공이 점쳐진다. 철저한 준비를 한 티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사실 스팅어는 이미 성공 가도에 있긴 하다. 국내에 가성비가 비슷한 경쟁모델이 없다. 옵션은 웬만한 수입차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많다.

수입 브랜드의 고성능 차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사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대안이겠다. 합리적인 가격에 국내 브랜드 최고 성능, 그리고 최첨단 옵션까지. 무엇을 더 바라는가.

SPECIFICATION

KIA STINGER 3.3 TURBO AWD

길이×너비×높이 4830×1870×1400mm

휠베이스 2905mm

무게 1855kg

엔진형식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배기량 3342cc

최고출력 370ps

최대토크 52.0kg·m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듀얼 맥퍼슨 스트럿 (전) / 멀티링크 (후)

타이어 225/40 R19, 255/35 R19

복합연비 8.8km/ℓ

CO₂배출량 202g/km

가격 44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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