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스, 퍼펙트 람보르기니

  • 기사입력 2019.08.24 09: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람보르기니가 만든 남다른 SUV는 아주 강하고 빠르며 매우 실용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사륜구동 SUV의 권문세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하이퍼카와 슈퍼스포츠카로 이름 꽤 날리는 명문가의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글 | 이승용

사진 | 람보르기니 서울

자동차 업계에 들이닥친 SUV 열풍에 성난 황소 브랜드도 새로운 SUV 개발에 나섰다. 람보르기니가 만든 고성능 SUV, 그 아찔한 경험을 소수의 고객에게 선사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나선 이들은 철두철미한 준비 속에 혹독한 실험 과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목표는 명확했다. 우아한 디자인에 감춰진 맹렬함, 람보르기니가 전하는 영감을 그대로 녹여 담아야 했고, 한정판이 아닌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많이 팔릴 차를 개발해야 했다.

첨단 공학기술의 정수를 모은 강력한 파워트레인, 차체 강성을 높이면서 무게를 덜어내는 복합소재기술, 효율성을 높인 차량 제어 장치기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SUV의 명제인 실용성을 잘 담아낸 고성능 SUV를 만들기 위해 온갖 기술과 자본을 끌어모았다. 확고한 행동에 따른 결과물은 훌륭했다.

람보르기니 가문의 혈통을 고스란히 이은 고성능 SUV에 우루스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4.0ℓ V8 트윈 터보 엔진을 심장으로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kg·m의 괴력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3.6초에 주파하는 괴물 SUV는 시속 305km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사실 람보르기니 브랜드 최초의 SUV는 1981년대에 등장했다. LM001이었다. 군용으로 개발된 터라 프로젝트명이 LM(Lamborghini Militaria)이었다. 1977년, 람보르기니는 치타라는 프로젝트명의 군용차를 개발했다가 실패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운전석 뒤쪽에 엔진을 장착한 군용 SUV는 군용차에 어울리지 않게 후방 충돌에 취약했던 것. 결국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1981년 람보르기니는 치타 프로젝트의 단점을 보완해 LM001이란 군용 SUV를 선보였다. LM001은 엔진룸을 앞으로 옮기고 쿤타치에 얹은 5.2ℓ V12 자연흡기 엔진을 심장으로 최고출력 456마력의 강렬한 힘을 분출했다.

사륜구동 시스템 덕에 질척이는 오프로드를 아무렇지 않게 주파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가 만든 고성능 군용 SUV는 참담한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군용차로 사용하기에 유지, 보수 등 메인터넌스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결국 군납을 포기하고 LM002를 내놓으며 고급스러운 가죽을 입힌 인테리어와 7.2ℓ V12 엔진을 얹은 한정판 등으로 돈 많은 수집가의 눈길을 끌고자 했다. LM002는 비록 람보르기니 이야기 속에 성공담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람보르기니 역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해, 전체 판매 5750대 중 1761대를 차지한 우루스의 개발에 영감을 준 기특한 SUV 선배다.

우루스는 사나운 가속력, 박진감 넘치는 라이딩과 핸들링, 도전적인 디자인과 호화로운 인테리어 등 람보르기니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슈퍼카가 아닌 데일리카 SUV이기에 600ℓ의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췄다. 더욱이 람보르기니 모델 중 가장 연료 효율성이 좋은 차다.

3000rpm 이하로 항속 주행 시 V8 엔진의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이 작동해 4기통만 가동하기 때문이다. 첨단 안전장치인 ADAS도 추가되었다. 이 모든 걸 지닌 슈퍼 SUV 우루스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가격이다. 2억5000만원이면 슈퍼 SUV를 구매할 수 있다. 문턱을 낮춰 더 많은 부유층에게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문하에 입성할 기회를 제공했다.

슈퍼 SUV를 만끽하다

우루스의 테스트 주행은 포천 레이스웨이에서 진행되었다. 직선 구간은 짧고 요리조리 굽이진 테크니컬 코스로 구성된 트랙을, 앞장선 아벤타도르를 따라 천천히 돌며 워밍업을 마쳤다. 직선 구간에 이르러 가속 페달을 힘껏 눌러 바닥까지 밀었다.

귀청을 울리는 힘찬 배기 사운드와 함께 쏜살같이 달려갔다. 앞 선 아벤타도르의 꽁무니까지 따라붙을 만큼 가속 성능이 빼어났다. 총 길이 3.159km, 오른쪽 코너 11곳, 왼쪽 코너 8개로 이루어진 트랙을 달리고, 돌고, 멈췄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인스트럭터와 겨룰 수 없는 실력을 지닌 프로 레이서가 몰고 있는 페이스카의 꽁무니를 바짝 따라 붙어 달렸다. 역시 실력 차이는 직선이 아닌 헤어핀 코스에서 드러났다. 코너 진입에서 브레이크 타이밍을 놓쳐 레코드라인을 벗어났다. 왼쪽으로 살짝 벗어나며 미끄러졌다.

아차 싶었지만, 믿음직한 우루스는 트랙의 노면을 부여잡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2.2t에 달하는 큰 덩치가 고속에서 코너를 빠져나가며 보여준 몸놀림에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직진과 회전할 때의 안정성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일반적인 노면 상황에서 사륜구동 시스템은 앞바퀴에 40%, 뒷바퀴에 60%의 구동력을 전달하지만, 코너링이나 미끄러운 노면 등 특정한 노면 상황을 맞이하면 앞바퀴에 70%, 또는 뒷바퀴로 87%까지 토크를 분배하고 액티브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센터 및 리어 디퍼렌셜을 조절해 앞뒤·좌우로 구동력을 알맞게 분배하며 차체 자세를 제어한다.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는 아니마(Anima) 레버는 스트라다(Strada), 스포츠(Sport), 코르사(Corsa), 사비아(Sabbia/모래), 테라(Terra/오프로드), 네브(Neve/눈길) 모드로 구성되었다. 선택 모드에 따라 변속 시점과 토크 맵핑, 배기 사운드, 서스펜션의 높이와 댐핑 강도가 달라지며 라이딩과 핸들링 성능이 바뀐다.

노면을 쥐어뜯는 뛰어난 접지력과 강력한 제동 성능, 빼어난 코너링 성능 덕분에 코너 구간을 돌아 나설 때마다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매회 코너에 진입할 때마다 좀 더 빠르게 진입하고 과격하게 돌아 나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운전 실력은 못 미더워도 차를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킷 주행을 마치고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하도록 제작한 간이 조형물로 이동했다. 울퉁불퉁 바위 틈을 지날 때와 스키 슬로프처럼 경사각이 높은 곳을 오르고 내리는 상황을 재현해놓은 구조물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차체의 밸런스, 서스펜션의 대응, 트랙션 컨트롤, 자세 제어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한 오프로드 능력을 지닌 SUV였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실·내외 어느 한구석 소홀하게 마무리한 곳이 없다. 겉모습은 멋지고 실내는 세련되었다. 흠잡을 데 없는 출중한 성능을 갖추었다.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의 MLB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지만, 폭스바겐도, 아우디도, 벤틀리도 아니었다. 우루스는 한 수 위인 람보르기니였다. 한마디로 기막히게 좋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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