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F 타입 SVR 컨버터블 VS BMW M5 TURN ON THE GREAT V8 FUN

  • 기사입력 2019.08.01 16:36
  • 최종수정 2021.06.25 15:10
  • 기자명 모터매거진

가장 이기적인 엔진을 가진 두 차를 불렀다. 하나는 오금을 저리는 배기음을 뽐내는 2인승 컨버터블, 다른 하나는 세단의 탈을 쓴 슈퍼카. 누가 더 재미있을까?

글 | 박지웅 사진 | 최재혁 장소 제공 | 인천광역시 상상플랫폼

고성능 자동차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특히 범상치 않은 외모와 우렁찬 배기 사운드, 짜릿한 운동 성능은 이들 고성능 자동차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보면 기술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고성능 라인업을 선보인다. 풍부한 노하우를 앞세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단과 쿠페, SUV의 얼굴을 조금 고치고 성능을 살짝 손보면 금방 고성능 자동차 한 대가 탄생한다. 여기에 전용 배지까지 붙이면 가슴 설레는 최상위 라인업 완성이다.

완성차 업체의 이름난 고성능 배지로는 BMW의 M과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캐딜락의 V 등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의 N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고성능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수많은 고성능 자동차 중 재규어의 F타입 SVR 컨버터블과 BMW의 M5를 콕 찍어 소환했다. 이 두 차량은 각 고성능 배지를 대표하는 가장 빠른 차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출력의 8기통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모두 ZF사에서 공급받은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차이점 또한 분명하다. 각기 국적과 장르, 과급기 종류가 다르니 서로 뚜렷한 개성이 있을 터. 어떤 숨은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F타입은 2012년 데뷔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세련된 외모를 자랑한다. SVR 배지를 달았어도 우락부락하지 않다. 고성능 배지만 붙였다 하면 화장을 짙게 고치고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다른 차량에 비하면 F타입의 변신은 수수한 편이다. 잘생긴 얼굴에선 프런트 범퍼의 좌우 공기 흡입구 크기를 키우고 그 밑으로는 얇은 립을 덧댔을 뿐이다. 먹잇감을 노려보듯 눈알을 똥그랗게 뜬 헤드램프는 그 밑에 위로 길게 뻗친 가느다란 주간주행등까지 더해져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M5 역시 세단인 5시리즈를 베이스로 만든 탓인지 외모부터 끼를 최대한 억누른 듯한 느낌이다. 어디 하나 크게 튀는 데 없이 일반 모델과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 몇 가지로만 채웠다. 얼굴에서 M5가 평범한 세단이 아닌 양의 탈을 쓴 슈퍼 세단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위는 제일 먼저 프런트 범퍼의 좌우 공기 흡입구다. F타입 SVR처럼 커다랗다. 고성능일수록 열관리를 최우선시하므로 M 프런트 범퍼는 항시 거추장스러운 안개등은 과감히 삭제하고 공기 구멍만 크게 남겨놓는다. 다음은 키드니 그릴. 하위 모델에 장착하는 액티브 에어 스트림 그릴 대신 M 전용 그릴을 박았다.

근육질 몸매가 돋보이는 F타입의 측면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아무리 잘 만든 차도 오래 보다 보면 세월이 느껴지고 질리기 마련인데, F타입은 데뷔 7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감탄을 자아낸다. 도어핸들까지 차체 안으로 숨긴 군더더기 하나 없는 표면은 에어 브리더에서 나온 공기마저 미끄러지듯 타고 넘어갈듯 매끈하다. 20인치 휠은 멈춰있을 때마저 시선을 사로잡고, 스포크 사이로 SVR의 폭발적인 힘을 잠재울 슈퍼 퍼포먼스 브레이크의 빨간색 캘리퍼가 영롱하게 빛난다.

태생이 세단인 M5의 측면 디자인은 전면부보다 더 얌전하다. 동생 M3만 하더라도 같은 세단이지만 볼륨감 있는 펜더 덕에 한결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중후한 느낌의 5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M5는 이마저도 절제했다. 둥근 사이드미러와 프런트 펜더 쪽의 아가미는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M 전용 디자인 요소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보다 M5처럼 곳곳에 힌트를 숨겨놓은 반전 매력이 있는 차가 더 끌린다.

F타입의 보디빌더 같은 볼륨감은 후면부까지 이어진다. SVR을 위한 전용 디퓨저와 탄소섬유 리어 윙 스포일러로 위아래를 채우니 안 그래도 빵빵했던 엉덩이가 터질 듯하다. 널찍한 뒷바퀴 타이어도 이런 빵빵함에 한몫한다. 무려 305mm 타이어를 물린 다부진 뒤태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얼굴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배기구는 리어 범퍼 양 끝에 두 발씩 넣었다. 요즘은 이런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부위에 배기구를 내는 고성능 자동차도 많지만, 역시 예전부터 고성능 자동차의 상징적인 형태였던 트윈 듀얼 배기구가 눈에 익다.

긴 전통을 자랑하는 M5 역시 배기구는 어김없이 트윈 듀얼 형태를 취했다. 머플러 팁 역시 여전히 동그랗다. 5시리즈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M5 디자인도 수없이 바뀌었을 테지만, BMW는 그동안 M 전용 디자인 요소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특정한 곳만 보아도 그 차가 일반 모델인지 M 모델인지 구별이 가능한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실내를 탐험할 차례다. F타입 인테리어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아도 알루미늄 패들시프트, 메탈 스포츠 페달, 고급스러운 패턴의 로렌지(Lozenge) 퀼팅 스티치 등 감성과 연결되는 디자인 요소 몇몇을 바꾼 것만으로도 SVR만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헤드레스트에 음각으로 새겨 넣은 ‘SVR’ 이니셜 또한 이런 감성 요소 중 하나. 콕핏에 앉으면 짐을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뿐이지 공간감 자체는 답답하거나 비좁지 않다. 몸을 꽉 맞게 감싸는 스포츠 버킷 시트는 14방향으로 움직이기까지 한다.

M5는 F타입과 사정이 다르다. 원래도 스포츠카였던 F타입은 SVR 배지를 추가했더라도 별로 고칠 곳을 찾지 못했겠지만, 일반 5시리즈에서부터 뜯어고쳐야 했던 M5는 성격과 맞지 않는 밋밋한 5시리즈 인테리어를 그대로 적용할 순 없어 부분부분 변화를 주었다. 우선 일반 모델 시트를 모두 걷어내고 M5 배지가 빛을 내는 두툼한 스포츠 시트로 바꿔 달았다. M 전용 스티어링 휠 패들시프트 앞에 단 맞춤 저장 주행 모드 M1, M2 버튼과 강력한 힘을 깨워줄 시동 버튼을 빨갛게 물들이니 이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 M5의 개성이 됐다.

이제 야수들의 심장을 깨워본다. 먼저 F타입 SVR 차례다. 컨버터블 모델은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우렁찬 배기음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냉간 시 배기음을 처음부터 여과 없이 듣기 위해 지붕을 접는다. 시동을 걸면 V8 5.0ℓ 슈퍼차저 엔진이 잔뜩 성이 난 채로 깨어난다. 한참을 그르렁대다가 차츰 잦아들긴 하지만, 여전히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야생적인 소리가 이어진다.

이에 질세라 깨어난 M5의 V8 4.4ℓ 트윈 터보 엔진도 큰 소리를 토해내지만, 어쩐지 시원하지 못하다. 답답한 소리를 내는 터보 엔진 탓에 M5는 배기음으로는 성대까지 더 큰 F타입의 호적수가 되지 못한다. 재규어 최강 스프린터를 본격적으로 몰아본다. 가속 페달은 발끝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차량을 앞으로 튕겨낸다. 4000rpm 언저리에서 가속 페달을 떼면 나는 백프레셔 소리는 운전 재미를 더하는 명품 조연 같은 존재다. 개인적으로 F타입의 팝콘 튀기는 솜씨는 현존 양산차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F타입 SVR을 다이내믹 모드로 놓으면 배기 버튼이 활성화되면서 배기 플랩이 열리는데 이 상태에서 작정하고 달리면 맹렬하게 귀청을 때리는 앙칼진 배기음 때문에 심장박동수가 마구 올라간다. ZF사에서 가져온 8단 자동변속기 또한 야무진 응답성을 보이며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힘을 네 바퀴에 정밀하게 전달한다.

폭발적인 힘을 한참 쏟아내며 질주했다. 무게가 상당한 차지만, 깃털처럼 가볍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움직임이 경쾌하다. 적극적인 다운시프트로 엔진회전수를 높여도 힘들어하거나 짜증을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다랗게 포효하며 다음 가속을 기다린다. 서스펜션은 생각보다 단단한 편은 아니다. 단단한 서스텐션 세팅이 안정감을 줄 때도 있지만, 노면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우리나라 도로 여건에서는 고속 주행 시 차체가 튀어 그립을 잃는 위험천만한 순간을 초래할 수 있다. 기자 역시 다른 스포츠카를 탈 때면 댐퍼를 일부러 느슨하게 하고 타는 편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F타입은 어떤 코너링도 가뿐하다. 하이그립으로 유명한 피렐리 피제로까지 가세해 네 발에 접지력을 높인 F타입은 진정 맹수처럼 아스팔트를 움켜쥐고 달린다. 고성능 자동차를 하늘이 열린 채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귀청에 맴도는 배기음과 빠른 속도감,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 그리고 바람 냄새까지, 이 모든 것이 맞물려 오감을 자극하고 감상에 젖어 들게 한다. 현실이라면 믿어지지 않고,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다.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의 드림카 M5의 스티어링 휠을 손에 쥐었다. F타입 SVR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차다. 널찍한 2열 좌석을 가진 중형 세단의 실내공간과 풍족한 트렁크 공간은 M5를 두고 실용성을 논하기에도 충분하다. 가격이 걸리긴 해도 와이프에게 다음 차를 조를 때는 M5가 그나마 더 잘 먹힌다. 스페어타이어 하나로 꽉 찬 F타입 SVR의 트렁크엔 변변한 가방 하나 들어가기 힘드니까.

그래도 M5의 가장 큰 매력은 실용성보단 세단 뒤에 숨겨진 야수의 성능이다. M5의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08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힘을 뿜어낸다. 가속 페달에 올린 발끝만으로 이 엄청난 힘을 제어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지만, ‘M xDrive’로 명명한 M 전용 사륜구동 시스템은 영민하고 정밀한 ZF사 8단 자동변속기의 도움을 받아 600마력이 넘는 출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M xDrive는 원한다면 이전 M5 모델들처럼 리어 액슬에만 구동력을 보낼 수 있어 스릴 넘치는 짜릿한 주행이 가능하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도 흔들림 없는 반듯한 직진성을 보여주고, 핸들링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다. 급격한 코너링도 슬립 하나 허용하지 않은 채 의도한 대로 빠져나간다. 체감 속력이 시속 100km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엄청난 고속안정감은 손오공의 근두운 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정도 고속안정감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니 꼭 속도계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영민한 변속기와 짝지은 8기통 엔진, 폭발적인 가속력, 사시사철 듬직한 접지를 보여줄 사륜구동 시스템 등 비슷한 점은 많아도 경험이 진해질수록 두 차의 매력은 생긴 것만큼이나 극명하게 갈렸다. 고성능 자동차라지만, M5는 M의 노하우를 잔뜩 녹이고도 운전이 편하기까지 하니 세단과 드라이빙 머신을 알맞게 버무려 스포츠 주행의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기자라면 먼 곳을 빠르고 편하게 가고 싶다면 M5를, 지붕을 열고 황홀한 배기음에 취하고 싶다면 F타입 SVR 컨버터블을 선택할 것이다.

JAGUAR F-TYPE SVR CONVERTIBLE

길이×너비×높이 4475×1915×1380mm

휠베이스 2622mm | 엔진형식 V8 슈퍼차저, 가솔린

배기량 5000cc | 최고출력 575ps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7.5km/ℓ | 가격 2억2580만원

BMW M5

길이×너비×높이 4965×1905×14750mm

휠베이스 2975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608ps

최대토크 76.5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8.1km/ℓ | 가격 1억45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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