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한 번 달려야 하는 도로

  • 기사입력 2017.07.18 17:15
  • 최종수정 2020.09.01 20:37
  • 기자명 모터매거진

PASS THE ‘CONOR PASS’ (in Ireland)

MINGLE IN DINGLE

 

아일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코너 패스(Conor Pass)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달려야 하는 도로’로 유명하다. 워낙 산세가 험한 브랜든 산맥을 끼고 도는 길이라서 까딱하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달린 도로’가 될지도 모른다. 도로가 하나였다가 둘이었다가 직선이었다가 곡선이었다가 정신이 없고 그 와중에 맞은편에서 오던 차는 있다가도 없다.

글 | 박소현 사진 | Tourism Ireland

Wild Atlantic Way

휴양보다는 유랑을 즐기는 여행족들 사이에서 ‘셀프 드라이빙 여행’이 뜨고 있다. 바닷가에 누워 열대과일을 맛보는 것도 좋지만, 사흘 내내 같은 풍경만을 보고 있자면 아름다운 해변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법. 활력이 일정수준 충전되고 나면 좀 더 다양한 경치를 즐기고 싶다는 욕심이 샘솟는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자동차 여행이다.

자동차 여행의 의미는 두 가지다. 발이 편하거나 많은 곳을 가거나. 같은 말인 것 같지만 조금 다르다. 편리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발이 되어줄 자동차가 필요한 것이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집약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즐기기 위해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왜 여행에서 편리성과 효율성을 따져야 하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휴가는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쟁이에게 매력적인 자동차 여행지는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도로 위가 아닐까 한다. 아일랜드의 많은 반도 중 하나, 딩글(Dingle)에는 운전 좀 한다는 사람들 열에 여덟이 노리는 길 ‘코너 패스(Conor Pass)’가 있다. 높은 산 중턱에 나있는 코너 패스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청량하다. 말괄량이 시골 처녀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로와 해풍에 적당히 간이 된 산 공기, 머리칼을 살랑거리는 이름 모를 들풀이 감성을 씻어준다.

Conor, Connor, Conair PASS

 

코너 패스의 공식 명칭은 ‘Conor Pass’이지만 게일어를 사용하는 문화권 사람들이나 이민 정착민들은 ‘Connor’ 또는 ‘Conair’ 등으로 바꿔 쓰기도 한다. 딩글 반도(Dingle Peninsula)를 해발 1345피트에서 대각선으로 가로 짓는 코너 패스는 아일랜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브랜든 산(3127피트)의 허리춤을 지나는 위험한 길이다. 코너 패스는 남쪽의 밀타운 커티지(Milltown Cottages)서부터 북쪽의 캐슬그레고리(Castlegregory)를 잇는다. 그래서 코너 패스는 해안과 내륙의 절경을 모두 담고 있다. 절벽, 폭포, 호수, 바다 등 갖가지 절경을 한 번에 만끽하고 싶다면 코너 패스보다 멋진 옵션은 많지 않다. 단, 당신이 자타공인 베스트 드라이버일 경우에만.

 

코너 패스를 지나지 못하는 자동차도 있다. 캐러밴, 캠핑카, 트럭 등 덩치 큰 차는 이 길을 지나지 못한다. 코너 패스의 무게 제한은 2톤, 길이 제한은 21피트(6.4m), 넓이 제한은 6피트(1.8m)로 넉넉지 못하다.

고도가 높고 습해 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은데다, 겨울에는 주행 자체가 위험해서 코너 패스가 폐쇄되기도 한다. 운전이 미숙한 사람에게 이 길은 지옥길이나 다름없다. 구불구불 굽이치는 길과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자동차와 양떼들은 사고 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아무리 운전 실력이 좋아도 안개가 잔뜩 껴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으면 답이 없다. 코너 패스에서 즐겁고 안전한 자동차 여행을 즐기려거든 맑은 날 떠나자. 좁고 굽이지고 습한 ‘어려운’ 길이기에 도전 의식이 샘솟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속 100km의 속도 제한이 있다는 것과 그마저도 밟기 어려워 보통 시속 50~60km로 주행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더,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차선이 반대다. 운전석이 우측에 있는, 일명 우핸들 주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역시도 제약조건이다.

 

 

Porsche driving on misty wet road

여행자의 운전 실력이 썩 괜찮다는 전제 하에 얘기하면, 코너 패스는 지구상 가장 평화로운 곳 중 하나다. 국내에선 맛볼 수 없는 온갖 경치를 배부르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끝 모르게 들어찬 초록 벌판은 회색 도시에 지친 직장인들의 눈과 폐를 마사지해준다. 코너 패스를 지나는 동안 주차장을 이따금 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주차장은 로우둔(Loughdoon) 호수 근처의 주차장으로, 로우둔 호수에서 흘러나온 물이 산 아래로 흐르는 맥을 조망할 수 있어서 하이커들도 빼먹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혹여 당신의 운전 실력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코너 패스 주행이 졸릴 지경이라면 때에 따라서 실개천 같기도, 폭포 같기도 한 이 물에 세수 한 번 하고 가자. 주차할 곳을 찾지 못했다면, 다른 주차장으로 가도 좋다. 브랜든 산 정상에 다다르면 널찍한 주차장이 나온다. 널찍하다 하기에는 아파트 지상 주차장보다 한참 좁긴 하지만, 코너 패스를 지나다 보면 이 지대가 얼마나 넓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주차를 하고서 깨끗한 공기도 배불리 마셔보자.

Number of Porsche parked on Conor Pass

 

 

Wiggle, Mingle, Dingle Peninsula

사실 코너 패스를 품은 딩글 반도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에선 자동차 여행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1992년 개봉한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는 이곳을 배경삼아 1800년대 서부 아일랜드의 농민 봉기를 그렸다. 딩글 반도는 아일랜드 최서단에 위치하고 있다. 두 배우의 리즈시절만큼이나 빛나는 딩글을 간접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딩글 반도에는 1862년 매카시(J. J. McCarthy)와 오코넬(O'Connell)이 설계한 신고딕 양식의 세인트메리스교회(St. Mary's Church)를 포함해 2000여 개의 유적이 있다. 또한 도예가 루이스 멀케이(Louis Mulcahy), 보석공예가 브라이언 드 스테익(Brian de Staic)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터를 잡으며 예술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이러한 딩글 반도를 위에서 아래로 훑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바로 코너 패스인 것. 밀타운 커티지에서 여정을 시작한다면 북동쪽으로, 캐슬그레고리에서 시작한다면 남서쪽으로 주행하면 된다.

밀타운 커티지와 멀지 않은 딩글타운은 딩글 반도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마을 항구에선 ‘딩글 돌핀 보트 투어’를 즐길 수 있는데, 돌고래를 못 보면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홍보한다. 1984년 딩글타운 항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돌고래 한 마리가 아직도 등대 근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펀자이(Fungi)라는 이름을 얻은 돌고래가 딱히 사람에게 살갑지도 않다는 점도 재미있다. 그래도 보트를 보면 인사하러 온다. 딩글타운에선 할 게 많다. 차트하우스(The Chart House)에서 신선한 조개요리를 맛봐도 좋고, 철물점인지 펍인지 애매한 폭시 존스(Foxy Johns)에서 로컬비어를 마시는 것도 좋다. 둘 다 하면 더 좋다. 그래도 웬만하면 아일랜드 사람들과 술로 신경전을 벌이지는 말자. 위스키 한 병을 코앞에서 홀짝홀짝 다 비워내는 걸 내 눈으로 봤다. 당신이 신동엽 주량이라면 대결해봄직하다.

Driving Info of Dingle Peninsula

속도 제한

▷ 빌딩 숲 : 도심 주행 시 속도 제한이 50km/h(31.1mi/h)로 팍팍한 편이다.

▷ 도심 밖 : 빌딩 숲만 벗어나면 속도 제한이 80km/h(49.7mi/h)로 조금 느슨해진다.

▷ 좁은 길 : 좁은 가교나 스쿨 존에서는 특별히 속도를 60km/h(37.3mi/h)로 제한한다.

▷ 넓은 길 : 트랄리(Tralee)서부터 딩글 반도를 뉘엿하게 가로지르는 N86국도의 속도 제한이 100km/h(62.2mi/h)다.

주유

딩글 반도에서는 주유소를 발견하는 게 반가울 지경이다. 특히 딩글 반도 서쪽에는 주유소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슬리 헤드 드라이브(Slea Head Dr) 같이 서편으로 이어지는 길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려거든, 출발하기 전에 연료를 만땅으로 채워두는 게 좋다. 주유는 ℓ단위로 가능하다. 1ℓ는 미국 기준으로 0.26갤런, 영국 기준으로 0.21갤런에 해당한다. 기름값은 한국에 비해 ℓ당 100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CONQUER THE WILD ATLANTIC WAY

DRIVING 303 KILOMETERS, 5 DAYS

Wild Atlantic Way

DAY 1>

Tralee - Blennerville Windmill

Brandon Bay

Connor Pass

Dingle Peninsula

 

DAY 2>

Inch Beach

Valentia Island

 

DAY 3>

Skelling Island

Waterville

Derrynane House

Kenmare Bay

 

DAY 4>

Beara Peninsula

Garnish Island

 

DAY 5>

Sheep's Head

Mizen Head

Wild Atlantic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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