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ACE, 혼다 CR-V 터보

  • 기사입력 2019.05.14 17:27
  • 기자명 모터매거진

HONDA CR-V TURBO

RETURN OF THE ACE 

모종의 사건으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던 CR-V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야말로 학수고대했던 에이스의 귀환. 이제 남은 건 어코드와 함께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뿐이다.

글 | 윤현수  사진 | 최재혁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DL(Disabled List,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이 명단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면 흔히 말하는 ‘먹튀’가 되는 셈. 부상이 잦은 선수를 누가 쓰고 싶겠나? 하지만 그게 지배력 높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선수들은 DL에 이름을 올려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대체재가 없어 시즌 성적에 목을 매는 감독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다.

혼다에겐 CR-V가 바로 그런 특급 선발 투수였다. CR-V는 탄생 이후 기복이 거의 없이 주력 시장에서 뛰어난 성적을 이어왔다. 때문에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신뢰'라는 가치는 더욱 빛을 발했고, 이윽고 작금의 네임밸류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유독 현세대 CR-V는 출시 후 두 번이나 판매가 중단됐을 정도로 롤러코스터 뺨치는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다. 다행히 작년에 데뷔한 신형 어코드가 놀라운 성적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고도 남았지만 더 높은 실적 달성을 위해 혼다코리아에게 CR-V의 복귀는 그야말로 절실한 시나리오였다.

기해년의 시작과 함께 혼다코리아는 주력 모델들의 복귀를 예고했다. 머지않아 CR-V는 2019년형 모델로 일신하며 시장에 돌아왔다. 연식변경 모델에는 엔트리 트림이 더해져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졌고, 전 트림에 ‘혼다 센싱’이 기본으로 적용되며 주행 편의성과 안전성을 끌어올렸다.

잔잔하면서 소박한 시승 코스 속, 주홍빛이 감도는 CR-V는 도로에서 제법 톡톡 튀는 자태를 자랑했다. 비단 색상뿐 아니라 과감한 조형과 디테일이 가득 들어찬 탓에 여기저기 둘러보는 와중에 심심할 틈이 없었다.

명찰에 ‘터보’를 당당히 추가한 만큼 눈여겨 볼 곳은 단연 심장이었다. 제법 스포티한 매력을 뿜어내던 신형 어코드에도 장착되며 호평을 들었던 유닛이기에 운전대를 잡기도 전에 기대감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대신 CR-V의 특성에 맞게 출력과 토크를 소폭 낮추는 등 셋업을 새로 다잡기는 했다. 마력 수로 따지면 기껏 말 한 마리 차이이니 별 걱정은 말 것.

단순히 효율성을 위한 저배기량 엔진이 아니라 기존 2.5ℓ 엔진을 대체하기 위한 유닛이기에 퍼포먼스에는 딱히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되려 1500cc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몸집임을 감안하면 속도를 끌어올리는 기세가 기특할 따름. 저속에서 가속감이 밋밋한 CVT의 단점을 느낄 새도 없이 1.5ℓ 터보 엔진은 풍부한 중저속 토크로 1.6톤 남짓한 체구를 가볍게 이끌었다.  

따로 시프트 패들을 마련하지 않아 변속기를 적극적으로 다룰 수 없는 부분은 좀 아쉽다. 요즘엔 콤팩트 세단에도 구비될 정도로 대중화된 장비라 집게손가락이 영 공허했다. 그래도 S모드로 기어 레인지를 옮겨 달리면 토크를 조금 더 화끈하게 뽑아냈다. 그러면서 하체는 노면 충격을 능숙하게 흡수했고, 바람소리가 살짝 부각되는 걸 빼면 실내는 제법 고요해 운전이 편했다.

정갈한 실내는 별다른 기교 없이 단정하게 꾸며졌다. 대중차 브랜드가 빚은 콤팩트 SUV인 만큼 소재가 고급스럽진 않아도 나무를 흉내 낸 대시보드 트림이나 촉감이 거슬리지 않는 소재들을 사용해 감성적인 부분까지 만족시켰다. 운전대를 잡으면 정면으로 보이는 전자식 계기판은 이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사양. 그래도 수온계와 타코미터, 연료계를 세 구역으로 나눠 놓은 그래픽이 신선하다. 속도계 숫자도 큼직하게 적혀 있어 시인성도 좋은 편.

한편, 요즘은 없으면 아쉽다는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컴바이너 타입으로 마련됐다. 윈드실드에 그래픽을 투과시키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운전할 때 위화감이 느껴진다. 지극히 개인적 감상이지만, 계기판을 위아래로 두 개나 쓰는 것 같아 영 거슬린다.

CR-V는 일단 등판하기만 하면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는 에이스답게 더할 나위 없는 만듦새를 자랑했다. 편안하면서도 답답함이 없는 주행과 발군의 패키징, 제법 쓸만한 연비까지 모조리 아우르며 다방면에서 만족감을 전해줬기 때문. 불의의 사건으로 DL에 이름을 올려야만 했던 특급 에이스는 결국 복귀의 타당성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SPECIFICATION 

HONDA CR-V TURBO

길이×너비×높이  ​ ​4590×1855×1680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499cc

최고출력  194ps  |  최대토크  24.8kg·m

변속기  ​​​CVT  |  구동방식  ​​4WD

복합연비  11.4km/ℓ  |  가격  4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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